형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범인이든 피해자든 그들의 감정에 동화되면 편견을 가지게 되거나 감정적인 판단으로 자칫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언제가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참 쉽지 않다.
조사를 하다보면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올 때가 있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아'하고 짧은 탄식이 터져 나오거나, 차오르는 눈물에 당황할 때가 있다.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조사를 이어가긴 하지만 조사를 마치고도 한동안은 그 안타까운 마음에 무겁게 사로잡혀 있고는 한다.
가라앉았던 답답함이 어느정도 물러나고 나면 각자의 주장과 관련된 증거들을 하나하나 적어가면서 다시 냉정함을 찾게 된다.
그러다보면 아까의 그 감정이 다시 한 번 차올라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도 있고, 거짓된 악어의 눈물임을 알게 되어 허탈하게 웃기도 하고, 뻔뻔했던 모습에 화가 치밀 때도 있다.
현장을 마주하고, 피해자를 마주하고, 범인을 마주하고, 관련된 참고인들을 마주하면서
그리고 그들로부터 알게된 여러가지 단서들을 조명하고 분석하면서
울다가 웃다가 화내다가 기쁘다가 하면서 형사의 시간을 지내다보면
사건의 실마리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