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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Aug 19. 2022

엘살바도르 치안협력 사업


귀국하고는 그동안 밀려 있던 사건들 정리하고 출장 보고서를 쓰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다가 이제야 좀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2주간의 엘살바도르에서의 일정이 정말 순삭이다. 엘살바도르의 에빔(EVIM) 수사관들과 우니무헤르(UNIMUJER) 경찰관들에게 한국의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대응체계와 수사기법,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대하여 전수해 주고 왔다.


에빔은 우리나라의 여성청소년 수사팀과 같이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사를 담당하는 수사팀이고, 우니무헤르는 여성 피해자들을 지원해 주는 부서이다.


엘살바도르는 의외로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가 형성되어 남아를 선호하고 여성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19년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여성에 대한 인권 보호와 차별 철폐 등을 정책 기조로 내걸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 혐오 살인, 성폭력, 젠더기반 폭력, 인신매매 등의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찰청과 코이카는 중미지역의 치안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엘살바도르에 대한 수사 교육과정도 이 사업의 일환이다. 사업 초기에는 CCTV 등의 치안인프라를 지원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관제센터 업무와 CCTV 추적 수사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였는데 1, 2차 프로젝트 사업이 끝난 후 현 엘살바도르 정부의 정책 기조와 현지 경찰청의 요청으로 3차 사업은 여성에 대한 범죄수사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고 있다.


나는 중미 치안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한 착수 조사단에 범죄수사 전문가로 다녀온 것이 인연이 되어 CCTV 수사와 추적 수사 분야 교육을 하면서 1, 2차 사업에 참여했고 3차 사업에는 여성 대상 범죄 수사 전문가로 선발되어 중미 사업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중미 국가들이 이제는 많이 친해졌다. 사실 현직에서 은퇴하면 가서 살아볼 생각도 하고 있다.


무언가 도와주기 위해 준비하고 다녀오지만, 사실은 현지 친구들에게 받아오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문제 해결과 개선책을 찾기 위해 함께 공부하는 중에 친구들의 놀라운 창의력과 열정에 감탄할 때도 많다. 아마도 치안인프라가 잘 구축되기만 한다면 엄청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무엇보다 머나먼 낯선 나라에서 온 나를 마음으로 환대해 준다는 것이다.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느껴지는 경험은 참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치안 분야 국제협력 사업, 치안 한류는 그저 한국의 치안역량과 한국 경찰의 우수성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은혜를 갚는 일이다. 엘살바도르는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된 대한민국에 당시 500만 불의 물자를 원조해 준 고마운 나라이다.


그리고 우리의 협력이 엘살바도르의 치안역량이 높아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만큼 우리나라 교민이나 여행객들의 안전도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치안협력 사업은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안정된 치안을 바탕으로 엘살바도르의 국력이 높아지고 더 잘 살게 된다면 양국은 더욱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이후 우리나라가 중남미에 진출하는 데에도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엘살의 경찰관 친구들은 물론이고, 호텔이나 우버 택시, 식당가 등등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은 내가 처음 보는 한국 사람일 것이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내가 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그들이 알게 되는 대한민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정 하나도 허투루 할 수가 없다. 작은 외교관이 된 느낌이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먼 나라에 갈 때마다 오히려 내가 더 많은 성장을 하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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