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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Jul 03. 2022

꿈을 지키는 형사 드림폴

드림폴이라는 별명은 ㄱ선생님께서 지어주셨다. ㄱ선생님은 10년 가까이 나가고 있는 모임에서 만난 분인데 알고 보니 아내의 은사님이기도 하셨다. 대학 선배님의 소개로 나가게 된 첫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마친 후 '꿈꾸는 경찰관'이라는 뜻으로 그리 지어주셨다. 참석하신 분들 모두 별명을 명찰로 달고 계셨는데 나는 아직 별명이 없으니 모인 분들이 지어달라고 부탁을 드렸던 터였다. 이런 모임 문화가 생소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드림폴'이라는 별명을 얻고 나서 누군가를 돕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드린다'라는 뜻의 '드림'이라는 중의적인 뜻도 덧붙였다.

강력반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소년범들을 만났고 그 아이들을 만나면서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인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무렵 학교폭력 사건 조사를 위해 관내 학교에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로비 한 쪽 벽에 걸려 있던 커다란 그림판 같은 것을 보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그려 넣은 타일들을 가지런히 붙여 놓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경찰관의 꿈을 표현한 타일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정직한 경찰', '질서 있는 사회를 만드는 형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경찰', '시민들을 지켜주는 경찰' 등 아이들의 꿈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이 문구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로 '꿈을 지키는 POLICE´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내가 꿈을 꾸고 나의 꿈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의 꿈을 지키는 것이 형사가 할 일이지. 참혹한 현장에서 마주했던 많은 분들이 생을 마감하면서 결국은 꿈도 빼앗겨 버린 것이 아닌가. 생의 끝은 바로 꿈의 상실이 아닌가.


경찰관의 꿈을 키워가고 있던 아이가 내가 해야 할 일을 나의 사명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일깨워 주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꿈을 지키는 형사 드림폴'이라는 이름값을 하기 위해 살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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