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세상의 물은
깊은 산속 작은 옹달샘의 물 한방울로 시작됩니다.
방울방울 흘러 모여
서로 만나면 다투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서로에게 온전히 스며들고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여 하나가 됩니다.
서로에게 젖어들어
작은 물줄기가 되고
시냇물이 되고
휘몰아 도는 강물이 됩니다.
그렇게 굽이굽이 하나 되어 흘러가면서
눈비비고 일어난 토끼의 얼굴을 닦아주고
목마른 사슴의 목을 축여주기도 하고
올무에 찢겨진 멧돼지의 상처를 씻기고
하늘로 차올라가는 참나무의 뿌리에 온 몸을 내던지고
말라가는 대지를 적시며 반짝거리고
그 온전한 하나됨 속에
수 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내며
기쁨으로 찰랑거립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과 말 없이 만나고 부딪히고 어루만져 주면서
드디어
작은 물방울은 그 안에 세상을 다 품어내고
한 없이 받아들이는 너른 바다가 됩니다.
너와 나 이런
물방울로 어우러져
함께 바다가 되고 싶습니다.
물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