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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Jul 19. 2020

배웅

떠나보내야 할 때

  아들을 배웅했다. 대안학교에 가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들은 토요일 점심때 나왔다가 주일날 저녁에 들어간다. 옷을 차려 입고 들고 나온 가방을 들어보니 후끈 무겁다. 안쓰러운 생각에 괜히 부아가 났다. 차로 데려다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 줄 마음으로 함께 나서는데 그냥 아파트 공동현관까지만 같이 가자고 한다. 공동현관 앞에서 한 번 안아주고 배웅을 했다. 놀이터를 지나 쪽문으로 나가서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안 보일 때까지 한참 바라보았다.


  아들이 길을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참 오랜만이다. 아마도 아장아장 걸을 때쯤 뒤를 쫓아다니며 바라보았던 모습이 마지막 기억인 것 같다. 여기저기 휘저으며 뛰는지 걷는지 돌아다니는 아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위험한 곳으로 가지 못하게 붙잡기도 하고 멀리 가지 못하게 막아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녀석이 씩씩하게 가는 길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될 만큼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아들이 커버린 만큼 나의 역할도 변했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막아주고 바로 잡아주어야 했었는데 이제는 그저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만 해야 할 때가 왔다. 서운하기도 하지만 이제 조금씩 떠나보내야 할 연습을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내 품 안에 쏙 들어오지 않을 때가 되면 이제 부모 품을 떠나 자신의 삶을 온전히 스스로 책임지고 꾸려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나도 이제는 아들의 삶을 이끌어 가는 역할에서 아들의 삶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할 때다. 해주지 못한 것이 많고 잘못한 것이 많아 아쉽긴 하지만 아들은 또 그렇게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꿈을 꾸고 그 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내가 내 아버지만큼 늙고 아들이 나만큼 나이를 먹었을 때 언제나 찾아와도 좋을 둥지 같은 아비가 되고 작아졌을 내 어깨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그러기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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