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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보라 Dec 07. 2021

육아의 외로움

일상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


육아라는 고독한 섬



육아를 하다 보면

오로지 혼자 맞서야 되는 부담감과 함께

고독감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주말부부라

임신기간과 첫째 아이 20개월까지

남편과 떨어져 지냈다.​



첫째 임신기간

막달 직전까지 일하며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도 없으니 적막했다.


조용한 집에서 혼자 밥 먹는 게 일상이었고

분명 뱃속의 아이와 함께지만

더 외로운 기분이었다.​



첫째 낳고 1년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싸운 시기일 것이다.


남편에게 아무리 말해도

이해를 못 해주는 것 같아서

더 큰 소리가 나오고 감정적으로 표출했다.

제발 나 힘든 것 좀 알아주라며..

남편의 이해에도 한계가 있었다.​


내 힘듦을

알아주는 사람도

이해해 주는 사람도 없고

육아로 사회와 단절되니

더욱 혼자인 것 같았다.






에드워드 호퍼 <자동판매기 식당>


일상을 그린 화가

작품에서 깜깜한 밤에 홀로 식당에 앉아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두꺼운 외투와 장갑을 보니

밖의 날씨는 어느 정도 추운 것 같다.

눌러쓴 모자 때문인지 얼굴빛이 어두워 보인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무슨 생각에 잠긴 걸까.

어딘가 지친듯한, 허탈한 느낌이 든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의 사실주의 회화 작가로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을 겪은

미국을 배경으로 그렸다.

호퍼는 산업화된 도시인의 일상을 주제로

혼란을 겪은 공허함, 고독함, 쓸쓸함을 보여준다.



에드워드 호퍼 <일요일의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일요일 이른 아침의 모습.


경제 대공황을 겪은 당시의 허탈함이

돋보이는 것 같다.

적막하고 공허한 도시의 일부를 보여주는데

빛으로 그 느낌이 극대화된다.



에드워드 호퍼 <아침 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도시를 향해 바라보고 있는 여성이다.


분명히 따뜻한 햇살이지만 묘한 분위기로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작품 속 인물들의 무표정한 표정이나 행동은

소통보다 도시 속의 고독함을 보여주고 있다.​


풍경 위주의 인물화로

빛과 그림자의 확실한 경계와 대비를 이용해서

고독감을 더 극대화하고 있다.

호퍼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대부분 그의 아내 조세핀이다.

호퍼는 미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자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화가로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 작품부터 영화나 사진,

국내의 광고, 뮤직비디오 등

호퍼의 작품은 많은 곳에서 오마주 되고 있다.






극복하고 채우기

육아를 하면서 외롭지만

또 아이들 덕분에 풍족하고

풍요로운 건 사실이다.

첫째 조리원에 있을 때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철조망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오히려 조리원을 나오고 몸이 회복되면서

사랑스러운 아이와 몸을 부대끼니 더 행복했다.

그래도 이따금씩 찾아오는 외로움은

소통을 통해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소통을 하면서 나를 찾게 되고

외로움의 빈자리를 밖에서만 채우려 했다면

지금은 나 자신으로 채우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에 몰두하며

내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육아도 더 즐거워졌다.

지금은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행복하고 즐겁다.

고독한 섬이 아닌

가장 아름다운 파라다이스 섬으로 만들어 보자.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친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 패닉 <달팽이>



호퍼의 작품 속 고독함은

결국 경제 대공황의 극복으로 끝났다.

이처럼 외롭고 고독한 우리의 고민도

잘 헤쳐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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