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품위 있는 은퇴를 생각하고 싶은 CEO에게

회사는 자리를 잡았건만 나는 또 다른 안갯속에 있어요!

by 유선영 소장

소장님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제와 되돌아보면 저도 회사도 우여곡절을 잘 겪어내고

여유와 평온을 찾아갑니다.


매출은 안정됐고,
조직도 스스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시장 안에서의 위치도 선명해졌습니다.


경영학자들은 이런 회사를
‘히든 챔피언’, 이라고 부르더고요.

‘전문경영화 단계에 들어선 강소기업’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시점에서
저는 또 다른 안갯속에 서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안개는 이전에 느꼈던
위기감, 절박함이라는 안개와는 다릅니다.


무너질 것 같아서 생기는 두려움도 아니고,
결정을 못 내려서 생기는 혼란도 아닙니다.


오히려
어디까지 더 가야 하는지가 흐릿해지는 상태,
어디서부터 내려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상태에 가깝다고 느껴져요.

예를 들면 이런 주제들이죠.

더 확장해야 하는가

우리가 가진 진짜 유산은 무엇인가

언제까지 대표로 전면에 서 있어야 하는가

어떻게 물러나야 품위있고 아름다운가


대표님 고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대표님의 고민을 듣는 내내 저는

잘 살아남은 사람에게 찾아온 성숙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구나 싶었답니다.

최선으로 뜨거웠던 여름 후에 가을을 맞이하는 사람의 마음이랄까

이전과는 또 다른 안개라고 하신 시간에 이름을 붙이자면

히든챔피온의 솔직한 고백이 아닐까요.


이 시기의 CEO는
겉으로는 가장 단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내면은

회사를 생각하는 시간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비슷해지는 상황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대표로서의 나’는 익숙하지만,
‘개인으로 돌아온 나’와 여생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은 처음이실 테니까요.


그래서 이 안개는
대표님이 약해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책임의 결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반가운 신호죠.


오히려
두 번째 안개의 시기를 급하게 걷어내려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이전의 자신처럼 회사의 경영 전반을

더 오래 붙잡고 있으려 하거나,
모든 것을 끝까지 통제하려 하거나,
자리를 비운 이후의 자신을

미리 부정해 버리는 일보다

두 번째 안개를 차분히 들여다 보고

진짜 품위를 생각하는 지금이 상태가 높은 차원인 거죠.

두 번째 안개는 그래서 우아한 시간입니다.

회사를 품위 있게 넘겨준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잘 설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주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품위 있게 대표에서 개인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역할로 삶에 남는 선택입니다.


잘 살아남은 이후의 경영은
속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더 확장하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넘겨주고,

어떤 얼굴로 개인의 자리로 돌아오는가의 문제입니다.

이 안개는 당신이 아직
경영을 가볍게 대하지 않고 있고,
자기 인생을 대충 정리할 생각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안갯속에 서 있는 대표님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묵상의 질문과 정리해보실 문장들을 드려볼게요.


차분히 여유 있는 시간에 스스로와의 대화로 풀어보시면서

품위를 가진 은퇴를 준비하는 귀한 시간을 응원드립니다.


오늘의 묵상 질문

나는

무엇을 지키고 싶은가.
그리고
무엇을 우아하게 내려놓아야 하는 시점인가.



오늘 대표님에게 필요한 셀프리더십의 문장

회사가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경영자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안개를 만난다.


이 안개는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나의 열정과 유산을 우아하게 넘겨주고
품위 있게 개인으로 돌아가기 위해
태도를 정리하기 위한 소중한 신호다.

이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음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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