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조직에서 섬처럼 지내는 그녀에게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은 이 회사에서 그들과 어떻게 상생해야 할까요?

by 유선영 소장

남성이 98%를 차지하는 조직에서 여성 리더십 과정이 처음 열리던 날.

각 조직에 흩어져 있던 여성들이 연수원 강의실에서 만났습니다. 이런 과정이 꼭 필요했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안 그래도 여자라서 튀는데 굳이 이렇게 모아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조심스럽게 묻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말도 많고 염려도 많았던 과정. 하지만 참여하게 된 여성 리더들은 숙소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뜻밖의 위로를 얻었습니다.

“이 조직에서 나만 섬이구나 싶었는데, 여기와 보니 아니었네요......”

라는 고백과 함께 말이죠.


조직의 2% 남짓의 그녀들은 그렇게 비슷한 외로움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조파트에서 hr파트에 이르기까지, 입사 1년 차 신입부터 입사 25년 차 최고참 부장님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은 정말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조직에서 비슷한 결핍을 가지고도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흩어져 지냈습니다. 외부인으로 그녀들과의 과정을 이끌어 나가면서 저는 묻고 싶은 질문이 생겼습니다.

“회사생활에 대한 고민이 생겼을 때 과연 여러분은 어디서 조언을 구하셨나요?”


직장생활을 오래 하셨던 아버지가 멘토라는 그녀, 책에서 위로와 조언을 얻는다는 그녀, 아쉽지만 혼자서 삭히고 있다는 그들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회사 안에서 멘토가 있다는 여성리더는 어디에도 없었죠. 마이크는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입사 25년 차 베테랑 부장님에게 전해졌습니다. 조용하고 신중해 보이는 그녀가 어렵게 말을 꺼내더군요.

“음... 그러고 보니 저도 멘토가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멘토는커녕 지난 25년 동안 저에 대해 진지하게 피드백을 해준 리더조차 없었네요. 아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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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인 여성들의 롤모델이라고 불리던 그녀조차도 섬처럼 지내왔다는 고백에 강의장은 숙연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내 서로를 안아주는 눈빛이 오고 갔습니다.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쉼 없이 밀려오는 도전과 시련, 시행착오를 혼자의 몸으로 겪어가며 고된 전진을 하고 있는 서로가 안쓰럽고 대견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들은 조직으로 돌아갔을 때 각자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각오와 방법을 고민하고 나누었습니다. 누군가의 멘토링을 기다리는 수혜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주는 시혜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우리부터 해보자!”


이 각오에는 부하직원의 경력개발에 관심을 가지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실천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을 이겨내야 합니다. 우선 부하직원에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밑 작업을 해야 합니다. 부하직원의 유형을 감안하고 타이밍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도 수고스럽지요.

하나 더, 멘토가 되겠다고 자청한 리더가 받게 되는 도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멘티가 멘토인 자신을 카피하도록 명하지 말하야한다는 점이지요. 역사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카피하도록 명합니다. 영국의 생물학자 도킨스는 그의 저서《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에서 이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밈(meme), 유전자처럼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거나 다른 개체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는 비유전적 문화요소를 뜻하는 이 개념은 문화가 전달되기 위해서도 유전자가 복제되는 것과 같은 복제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기생하는 것과 같이 문화의 전달에도 문화의 복제 역할을 하는 중간 매개물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정보의 단위·양식·유형·요소가 바로 밈이라는 것이지요.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직에서 여성으로 겪었던 어려움을 들여다 보고 그럼에도 생존할 수 있었던 문화적 DNA, 밈(meme)을 카피하도록 강요하지 않겠다는 지속적인 자기성찰이 필요합니다.


리더의 성공경험도 그냥 단순하게 카피하면 부하직원에게 비극이 될 수 있지요. 역사는 지푸라기 라도 잡는 심정에 처한 인간에게 과거의 성공경험을 카피하라고 유혹 지만 지금의 상황이 과거와 판이하게 다름에도 과거의 성공비법에 집착하는 것은 부하직원의 자기계발을 오히려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됩니다.


소수의 그룹에 속한 리더가 이 두 가지 장애물을 극복하고 일관성 있게 부하직원과의 신뢰, 성공경험을 쌓아간다면 팀의 구성원들은 잃었던 동기를 찾아가게 됩니다. 되찾은 동기로 그들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들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죠.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는 동기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루어 증명하게 하는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개인들이 동기가 모여 팀을 이루면 공통의 목표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상호 책임감을 가지며 서로 맞물려서 일을 하게 됩니다. 서로의 최선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게 되는 극강의 효율을 가진 팀이 되는 것이지요.

조직으로서 그렇게 바로잡고 싶던 기존의 리더십을 한계를 벗고 대안적 리더십을 찾는 순간이 바로 그 장면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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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세요. 여성이라는 소수의 그룹에 속한 당신이 어떻게 대안적 리더십이 시작될 수 있는지 그림이 좀 보이시나요? 이 견고해 보이는 마초 조직에서 겪었던 당신의 외로웠던 경험이 새로운 동력이 되어 곳곳에 존재하는 외로운 섬, 그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자기계발을 진심으로 바라는 진심을 담아 그들 다운 성공을 격려하고 응원해주세요. 이 결심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당신이 될 테니까요. 그 순간부터 당신은 더 이상 멘토의 손길을 기다리는 외로운 섬이 아니라 대안적 리더십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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