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을 지킬 것

조용한 클라이막스 속에서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라!

by 유선영 소장

말을 타고 쏜살같이 질주하던 인디언이 말을 멈춥니다. 중요한 목적지로 갈 때에는 어김없이 쉬어간다는 그들. 빠른 속도로 먼길을 가야 하기에 영혼이 미처 자신을 따라오지 못할까 봐 멈추어 선다고 그들은 고백합니다. 천수관음의 손도 부족할 만큼 다양한 임무로 분주한 워킹맘. "당신은 잃어버린 영혼을 어떻게 찾고 계신가요?"


오늘도 워킹맘은 쉼을 갈망합니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친구로 누나로 선배로 또 몸값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인으로 살아내다가 어느 날 툭하고 온몸의 전원이 꺼져버리는 경험과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런 날은 멍해지다가 문득 길 잃은 아이처럼 서럽고 두렵습니다. 진짜 아이라면 통곡하며 울어라도 보겠으나 퇴근길 주변인들의 시선도, 집에서 맞아주는 가족들의 시선도 피하다 보니 잠자리에 누워서야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던 기억도 있지요. 남편에게라도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결론은 "당신이 선택한 일이잖아. 힘들면 일 그만둬."로 이어지지 않을지 고민하며 잠을 뒤척인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김없이 찾아온 분주한 새벽 일상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하는 워킹맘이지요.


46.JPG


가끔 이런 일상에 위로가 되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여행이 그러합니다. 목적지가 어디든 모든 여행이 짜릿한 이유, 생경한 풍경을 경이롭게 바라보다 일상의 피로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등산도 그러합니다. 야단법석인 일상을 두고 산 정상을 향해 한걸음 두 걸음 오르다 보면 당신을 억울하게, 때로는 부글거리게 만들었던 일을 잠잠히 바라보고 털어버리거나 웃어버릴 수 있는 여유도 생깁니다. 절이 산에 있는 이유, 세상과 거리를 두고 고요하게 올라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오롯한 곳이기에 부처님이 있기에도 알맞은 곳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상의 쉼표가 필요할 때마다 나 홀로 여행을 가고 나 홀로 산을 오를 수 있는 삶. 어쩌면 결혼과 동시에 포기하고 살아오지는 않았나요. 누구의 탓이랄 것도 없지만 가정의 일상이 나 없이도 고요한 그날이 오면 실행에 옮기겠다는 위로는 더 이상 효력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월요일엔 정오의 철학을 즐기고, 화요일은 뱃길따라 정착민의 삶과 애환을 엿보고, 수요일은 우정이라는 인생을 깊게 감싸주는 신비와 비밀에 집중하고, 또 다른 요일은 각각 땅과 계절과 물고기와 인디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던 소로우의 삶처럼 지금 당장 내 삶을 리셋할 수 있는 당신이라면 마음에 두었던 곳에서 살며 넘치는 삶의 충만함을 즐기면 될 일이지요.


하지만 삶을 통째로 리셋하기에 우리에게는 아직 제약이 많습니다. 주변의 안부를 챙기는데 바빠 자신의 안부를 물을 시간이 없고, 세상에서 주장하는 당신의 몫을 해내느라 당신 안의 움츠리고 있는 길 잃은 소녀의 손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는 당신에게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한 스푼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그 전략은 바로 현대인들의 마음속에 가장 큰 번뇌와 태풍을 일으키는 두 가지, 대인관계와 스마트폰으로부터 잠시 안녕을 선언해 보는 것입니다.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된다면 지금 당신의 활동 반경 속에서도 잃어버린 영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출근길 차 안, 주말 아침 아이들이 늦잠을 자는 시간에 찾아간 동네 커피숍, 점심시간에 혼자 찾은 직장동료들이 모르는 비밀의 샌드위치 가게도 당신의 성소가 될 수 있습니다.


처음 마련한 성소에서 우리는 어색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어떤 새소식이 등장했는지 확인하고 싶고, 누군가가 당신을 애타게 찾지는 않는지 시간을 계속 보게 될지도 모르지요. 혼자 있는 나를 주변에서 어떻게 볼까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될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한동안 우리는 스마트폰을 넣어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마주한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어색함이 나쁘지 않다고 느낄 때쯤 당신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인생의 수수께끼를 꺼내 보시기 바랍니다. 나의 상처, 나의 갈증, 나의 욕망, 나의 집착, 나의 꿈, 나의 미래, 나의 사람들, 어떤 수수께끼 라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고민일 수도 있겠죠.

"외향을 향해 쉼 없이 팽창해 왔건만 왜 나는 여전히 헛헛할까?"

"주변인들을 챙기기 위해 누구보다 부지런을 떨었건만 왜 나는 인간관계 때문에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을까?"

"도전하고 싶은 일이 분명히 있는데 왜 계속 미루고만 있는 걸까?"

"나답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왜 난 여전히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못해 바둥거릴까?"

"일하는 엄마는 왜 어디서나 죄인이 되어야 할까?"

07.JPG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하나의 핵심적인 수수께끼가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당신을 향하는 수렴의 길로 출발해 봅니다. 생각이 생각으로 이어지고, 때로는 불편한 당신의 모습을 만나고 감당하기 어려웠던 사건을 들추어내야 할지도 모르지만 당신을 향한 수렴의 과정 속에서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해답을 건져 올릴 수 있으니 가볼만한 길입니다. 단 한 번의 시도로 삶이 진전을 이루기가 어렵겠지만, 다음번의 시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스스로와 굳은 약속을 해둔다면 조금씩 '나'를 중심에 둔 생각의 결과물들이 삶의 중심을 바로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고객과의 약속처럼 다음번에 마련할 혼자만의 시간을 캘린더 일정에 미리 넣어둘 수도 있습니다. 다른 일정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일정의 세부사항에 메모해둘 수 있겠지요.


당신의 내면을 향하는 시도가 쌓이면 위대한 자원이 되어 당신에게 돌아옵니다. 삶 속에서 조화롭지 않은 것들을 조화롭게 하는 지혜를 얻고, 어디로 가는지 나조차 알 수 없는 삶의 경기에서 간절히 필요했던 작전타임을 만들어줍니다. 그 시간을 통해 당신은 어떤 꽃으로 태어났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라는 꽃이 목련인지 모란인지 개나리인지 진달래인지 알아채고, 당신이 가장 아름답게 필수 있도록 정성을 다 하는 법에 대해 밑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밑그림은 계획이 되고 계획은 실행이 되고 실행은 당신 인생의 마스터키로 진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1.JPG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고 확장해 나가는 워킹맘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세상에 무자비하게 끌려가고 있는 무기력한 객차를 스스로의 엔진으로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기관차로 바꾸어 가고 있는 예비 영웅입니다. 워킹맘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분주함 속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하고 꿋꿋하게 지켜 나가십시오. 그 시간을 삶에 치여 놓고 살았던 자신의 귀한 영혼을 찾는데 쓰십시오. 자신과 가족,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나다운 지혜의 실마리를 찾는 숲으로 키워 나가십시오. 숲의 소출은 한 사람만 풍요롭게 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좋은 본성과 너무도 오랫동안 떨어져 시들어가고,

일에 지치고 쾌락에 진력이 났을 때,

고독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가.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

이전 05화부부, 제대로 페어플레이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