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제대로 페어플레이할 것

공공선을 향한 나로부터의 리더십을 발휘하라!

by 유선영 소장

우아하고 느슨한 사랑의 멜로디 속에서 또 한쌍의 부부가 탄생합니다. 면허증도 예행연습도 없이 인륜지대사의 관문 앞에 선 두 사람. 주인공 부부의 충만한 표정을 바라보며 하객석에 앉아있는 결혼 선배의 마음은 두 갈래입니다. 후배 부부가 잘 살기를 바라는 축복의 마음과 앞으로 그들에게 다가올 난관들을 떠올리는 안쓰러움의 마음이 공존하지요.

결혼에 대한 면허증이 생긴다면 아마도 이런 공부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 오후, 할 일이 태산인데 한없이 늘어져 누워만 있는 저 와상을 어찌 바라보아야 할까?"

"신제품, 네임밸류 있는 물건을 사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저 인간,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저 남자와의 미래는 안전할까?"

"본인은 상처받기 선수면서, 미안하다고 하면 끝날 일에 며칠째 말 돌리기만 하는 저 인간에게 사과를 받아내는 게 나에게 유익한 일일까?"

"텔레비전, SNS, 각종 여성잡지에 나오는 결혼에 대한 환상들에 압도되지 않고 결혼생활의 중심을 잡으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당신도 여러 공부 거리들이 떠오르시지요? 하지만 이미 우리는 무면허 유부클럽이 되었습니다. 다른 대안 없이 앞으로 한참 동안 지금의 배우자와 살아야 한다면, 한숨보다 지혜를 향하십시오. 동의하신다면 부부가 서로에게 주는 상처와 난관 속에서 빛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 지금 나부터 우리부터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시도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둘 사이에서 빛을 찾는 부부라면 서로의 '결혼 신화'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으로부터 나와 배우자를 압도하고 있는 '결혼은 적어도 이래야지!' 하고 생각하는 문장, 신화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서로의 신화를 열어 공유하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서로의 신화는 다르기 쉽고 다채롭습니다.

"아내 A, 저는 가족을 부양하는 일의 1차적인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아내 B, 결혼에서 페어플레이는 정말 중요한 이슈죠. 가사일도 50:50으로 정확하게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내 C, 어른들을 챙기는 일은 제게 너무 중요해요. 하지만 시댁과 친정은 치우침 없이 똑같이 챙겨야 해요."

"아내 D, 저는 한 명의 아이만 낳아서 완벽하게 키우는 일이 결혼의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남편 A, 아무래도 육아의 1차적인 책임은 아내에게 있지요."

"남편 B, 저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내가 저 아닌 다른 남자와 카톡으로 대화하는 것도 신뢰에 금이 가는 일이죠."

한편 공감이 가고 한편 위험해 보이는 결혼 신화들이지요. 옳다 그르다의 판단은 잠시 보류하고 배우자의 신화에도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리고 서로의 신화 뒤에 숨은 오래되고 한 맺힌 사연까지 다가가 볼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그 사연 안에는 상처받은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쉽습니다. 아이의 존재를 보는 순간 안아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은 당신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아~ 당신이 타협할 수 없다고 했던 주장 속에 그런 마음 아픈 사연이 숨어 있었구나."


서로의 신화를 마주하고 들여다보는 시도만으로도 부부간의 충돌은 강도와 빈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한걸음 물러나 충돌 상황을 바라볼 수 있으니 없던 브레이크가 생긴 셈이지요. 때로 당신의 신화가 또 다른 당신의 신화와 맞서기도 합니다. "나는 가족을 부양하는 일이 남편의 1차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하면서 가사일은 50대 50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구나."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의 신화를 발견한다면 숙려의 과정을 거쳐 부부 모두가 공감하는 문장으로 가다듬어보는 시도도 가능하겠지요. 시도를 통해 나의 신화가 우리의 신화가 되고 신화는 합리적인 신화로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배우자 본연의 특징을 연구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남편은 왜 나의 요청을 저렇게 무시할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걸까?,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걸까?" 남편으로 인해 마음의 분란이 생길 때 남편의 평소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봅니다. "아 남편은 돌려서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관찰과 연구가 쌓이면 이해가 되고 충돌로 번지기 전에 지혜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나?, 왜 저렇게 사과를 안 해?" 의문이 생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찰과 연구를 통해 "아... 남편은 사과를 신중하게 취급하는구나. '미안해'라고 직접 말하는 일이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비칠까 끝까지 사과를 꺼려하는 마음이 강하구나. 사과하라고 다그치는 나와의 대화 속에서는 마치 '강등 의례'를 맞닥드린 사람처럼 불편해하는구나."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찜찜한 사과 대신 남편이 미안할 때 하는 말과 행동을 인식하고 사과할 수 있도록 평온히 기다려줄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 불구하고 "이번 일은 너무 섭섭했어. 당신의 진심 어린 사과라면 오랫동안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내 마음의 화가 가라앉을 것도 같아서 내가 그랬네."라고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메시지로 세련된 리드를 해볼 수도 겠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사소하고 잦은 부부간의 충돌의 사례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맞벌이 부부의 흔한 주말 속 장면입니다. 당신은 태산 같은 일거리들 때문에 마음이 분주한데 하루 종일 게으름을 피우며 아내의 눈을 피하고 있는 남편에게 다르게 접근해 보십시오. 하소연과 면박 대신 남편에게 선택권을 부여해보는 일이지요. 큰 틀 안에서 두세 가지의 일을 제안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우린 오늘 a, b, c 같은 일을 해야 해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일일까?" 물어봅니다. 시키는 일보다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인간 본연의 특징을 활용하는 시도지요. 자율은 남편이 가사일에 대해 느끼는 지루함을 흥미로 차츰 바꾸어 갈 수 있습니다. "오 잘하네. 역시 당신은 참 꼼꼼해" 배우자에게 아울리는 메시지라면 어떤 칭찬이라도 좋습니다. 칭찬받으며 마무리할 수 있다면 남편이 또 다른 칭찬거리를 찾아다니는 흐뭇한 장면도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요.

안 그래도 바쁜 세상에 해보지 않던 시도까지 챙겨야 하는 이유, 눈치채셨나요. 대한민국의 많은 부부들은 서로 때문에 아프고 외롭습니다. 이를 위해 가족의 개념이나 형태 모두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변하지 않는 가족의 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 사람만 행복한 부부는 드뭅니다. 부부처럼 서로의 행복이 밀접하고 유기적이로 연결된 관계가 없기 때문이지요. 남편과의 페어플레이를 위해 아니 먼저 당신을 위해 공동의 선을 향한 리더십을 발휘해 보십시오. 좋은 부모가 되는 일, 가정경제의 안정을 추구하는 일, 부부가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일, 생각지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이 위기를 이겨내고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쓰는 일 모두 부부 두 사람이 함께 힘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어하는 일입니다. 그 안에서 남녀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서로의 안식처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서로를 도우십시오. 그것이 지치고 상처받은 부부 사이에 필요한 페어플레이의 핵심입니다.


큰 소나무는 호기심이 많고 명랑하고 재미가 넘치는 부겐빌레아에게 깊은 사랑을 느꼈습니다. 소나무는 깊숙이 아래로 구부려서 작은 덩굴이 휘감고 올라올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부겐빌레아가 어서 자라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심지어는 자기 몸의 비타민까지 흘려 넘겨주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키 큰 소나무가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콘다 벨리의 그림책 [꽃과 나무의 사랑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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