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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영 소장 Feb 09. 2022

단번에 일어나는 아이는 없다고

더 늦기 전에 엄마의 시원하고 다정한 시간들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막둥이 일어나세요!" 


벌써 아침 7시 40분이다. 초등 1학년 등교시간이 다가오니 막둥이를 깨우러 가본다. 

2층 침대가 있는 방에서 1층 침대칸에 자고 있는 우리 막둥이, 위칸에는 중학교 다니는 70kg가 넘는 큰 형아가 자고 있다. 큰 형아랑 막둥이는 남자라는 공통점이 있어 같은 방을 쓰지만 사이가 좋지 못하다. 형아는 막둥이를 놀리는 취미가 있고, 막둥이는 형아든 누구든 귀찮게 하면 들이받는 취미가 있다. 화면을 보지 않고 오디오만 들으면 영락없이 둘이 친구구나 싶을 때가 있다. 사이좋은 친구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장르를 넘나들며 싸움이 벌어지고 벌어진다는 게 둘이 수준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아참 큰 형아는 아직 방학이라 불 켜진 방에서 막둥이를 깨우는 엄마의 소리로 잠을 깨는 일이 없도록 주도적으로 귀와 눈을 틀어막는다.


지원이는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 넷을 키워보니 깨우자마자 바로 일어나는 아이는 없다. 그걸 알기에 단번에 일어나지 않아도 그러려니 한다. 아이를 깨우는 첫 시도에 아이가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나 씻으러 간다면 오히려 놀랄 일이 아닐까.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른다는 것은 그러려니 하는 일이 많아서 좋다.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적어지고 무덤덤하게 포기해야 할 일과 진행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지혜가 쌓여간다. 


"지원이 잘 잤어요?" 꿈쩍도 하지 않는 막둥이에게 다음 말을 건넨다. 옷 속에 손을 넣어 등을 쓰다듬어 본다. 뜨끈한 이불속에서 푹 자고 있는 아이의 등은 참으로 따뜻하고 보드랍다. 손바닥으로 아이 등 이리 저리로 쓰다듬으며  싫은 듯 좋은 듯 몸을 뒤집어 대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간이 이어진다. 아빠 닮아서 털이 많은 아이들 등도 아기 원숭이처럼 북실북실하다. 


"5분만 더 잘 거예요?" 

꿈쩍도 하지 않던 막둥이가 드디어 "네!"하고 대답을 한다. 엄마 말을 다 듣고 있었다는 얘기다. 더 잘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엄마의 제안은 일어나기 싫은 아이의 마음을 풀어준다. 그게 단 5분일지라도. 그래서 다음 제안이 힘을 얻게 된다.


"5분 지났어요. 이제 진짜 일어나야 해요!"

라고 말할 때 아이는 엄마를 따라와 준다. 마음이 조금 열린 아이를 데리고 욕실로 데려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 먼저 쉬를 하고 다음엔 양치질을 한다. 양치질을 하며 우르륵 페~ 입까지 헹구고 나면 정신이 차려지는 모양이다. 다음은 샤워를 하면서 머리를 감긴다.


"샴푸 향이 어때요?" 

"우와 우리 막둥이 다리가 많이 길어지고 튼튼해졌네요. 태권도를 열심히 해서 그런가요?"

"아니요.", "아니요. 몰라요~", "저한테 자꾸 질문하지 마세요!"

아주 가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심드렁한 대답을 하지만, 보통은 조잘조잘 장난과 대화가 오가는 기분 좋은 대화가 이어진다. 그렇게 막둥이와 엄마는 기분 좋은 이야기와 스킨십으로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기 까기의 짧지만 소중한 시간을 채운다. 따뜻한 물로 샤워까지 마치고 욕실 밖을 나오면 아이는 다시 춥다. 


"엄마 냄새나는 수건 주세요!"

머리를 말리고 속옷을 입을 때까지 맨몸으로 둘 수 없으니 엄마가 옷장에서 미리 꺼내 둔 면티 하나를 골라 아이의 몸을 감싸준다. 엄마옷은 아무리 빨아도 엄마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엄마 옷이 아이의 몸을 감싸면 으슬으슬했던 아이의 몸도 마음도 같이 따뜻해지는 모양이다. 내 냄새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좋은 작용을 할 수 있다니...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엄마는 이런 순간 자존감이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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