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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큐레이터 에드가 Jan 13. 2023

술을 멀리하면 친구를 잃을까요?

나는 사람을 좋아했고, 무리를 이루기를 좋아했다. 무리에 속하면 언제나 술과 함께였다. 나는 술이 없었다면 그들과 함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나서  술을 끊었다.

"오늘 술 한 잔 콜?"이라는 문자가 오면

"미안 오늘 일이 좀 바쁘네"라는 답장을 했다.

"아 오버야 빼지 말고"

"빼는 게 아니라 정말 바빠"

"너무하네 실망이다"

내가 바쁜 게 실망할 거까지인가? 한국 사회에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상대에게 실망감을 준다. 아! 물론 나도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던 친구에게 실망이라고 말해본 경험이 있다. 술을 끊고 나니 자연스레 주변에 있는 사람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떠난 게 아니라 내가 그 무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자발적으로 소외된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소외된 삶도 나름 매력이 있더라. 술을 마시지 않는 친구들이 늘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즐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술이 없으면 대화를 힘들어했던 스타일이라 그들의 대화 방식을 열심히 배웠다.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신 것처럼 즐겁게 얘기를 하더라.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이 없는 자리를 찾게 되었다.


사실 알코올에 쩌들어 나눴던 내용이 기억에 없다. 술이 나를 신나게 했던 건지 아니면 그들과의 만남이 신났던 둘 다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머릿속에 남은 좋은 이야기가 없는 걸 보면 영양가가 없었던 걸까? 이런 생각을 떠오로는 나는 참 냉혹한 사람인 듯하기도 하다. 처음에는 술을 멀리할 때 친구를 잃을 줄 알았다.





주변에서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할 때 제일 자주 쓰는 말은 나 요즘 한약 먹어였다. 그다음으로는 장이 안 좋아 또 그다음으로는 이유 없는 금주. 가장 마지막 이유를 말할 때면 모두 다 하나 같이 실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나는 몇 번은 실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관계가 지속되지는 않을까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 그러다 한 두 번 여러 핑계를 개발했고, 핑계가 반복되니 자연스레 원치 않는 것과 멀어지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럴 때 보면 남녀 사이에만 이별이 필요한 건 아닌 듯하다. 맺고 끊음이 자연스러워질수록 새삼 나이가 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모든 사람을 내 주변에 두고 싶었던 20대와 다르게 30대인 지금은 내게 가장 잘 맞는 사람들만 남기려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가 분명하기에. 술은 끊지 않았다. 잠시 쉬는 중이다. 때때로 아니, 자주 술을 마시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시간이 내게 큰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맥주병을 무한히 열어도 될 만큼 여유가 생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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