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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큐레이터 에드가 Jan 30. 2023

브런치 8번 떨어졌다
글쓰기에도 재능이 있나요?

창피할 것도 없다.

나는 브런치를 8번 떨어졌다. 1년 2개월 동안.

글쓰기에 재능이 존재할까? 




기대했지만 또 떨어졌다. 두 번 세 번 떨어졌을 때만 해도 작가 신청을 누를 때 긴장감이 감 돌았다. 언제 연락 올려나 이번에는 합격했다는 통지가 오겠지?라는 기대와 함께. 네 번째 떨어질 때부터는 별기대도 안 되더라. 또 떨어졌겠거니.


나는 또 떨어졌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쓰면 붙여줄 줄 알았다. 일정 횟수가 차면 노력이 가상하여 붙여줄 줄 알았다. 브런치는 자비가 없더라. 용납을 해주지 않았다. 여덟 번 떨어질 때까지도 말이다. 나는 결국 포기를 했다. 더럽고 치사해서 브런치 작가 안 하고 말지라고 생각했다. 나의 재능을 몰라주는 브런치를 원망했다. 그러다 주변에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브런치 작가 되려면 요구조건에 부합한 글을 써야 해요"

"요구 조건이요? 저 맞게 잘 썼는데요."

"그러면 저한테 한 번 보여주세요 제가 한 번 봐드릴게요"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내 글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다. 보냈던 글을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내 글을 세힘히 읽어보니, 내 글에는 내가 어떤 활동을 하려는 사람인지 전혀 의도가 보이지 않았다. 아 이게 문제였구나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내 글을 보여주기가 창피했다. 혼자서 여덟 번 떨어진 걸 알고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여덟 번 떨어진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게여간 쉽지 않았다. 나는 눈을 딱 감고 열 번까지만 도전해 보고 안 되면 그녀에게 첨삭을 받겠노라 다짐했다.


아홉 번째 메일을 보냈다. 긴장되었다. 이번에는 붙지 않겠거니 라는 생각을 했다. 뻥이다. 간절히 붙고싶었다. 제발 좀 그냥 붙여줘라 응? 이 정도 했으면 된 거잖아라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메일이 왔다. 축하합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셨습니다. 감격이었다. 내가 이토록 사소한 일로 감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알았다. 그와동시에 분노도 함께 차올랐다. 사람은 간사하다. 붙여만줘도 감사의 절을 올릴듯한 마음이, 붙었더니 온데간데없더라. 나는 이때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어도 내 짐 내놓라는 사람에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합격 이 두단어를 보기가 이토록 어려웠던가. 한 번에 붙었다는 수기를 수두룩 봤는데 왜 나만 8번을 고생시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덟 번의 도전으로 알게 되었다. 글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글을 읽어주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말이다.


깨달음을 통해 나의 어깨에는 뽕이 차올랐다. 주변에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의기양양 입을 열었다. 내가 8번 떨어져 봐서 아는데 만약에 신청해서 떨어지면 말해 내가 한 번 봐줄게. 며칠 뒤 카톡 하나가 왔다. 한 번에 브런치 합격했다고 한다. 이때 알았다. 브런치 합격하는 방법은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지지리도 없는 아이었구나.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꾸준히 글을쓰고있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있다고 하는 책을 많이봤다. 나는 믿지 않는다. 글쓰기의 비결은 끝까지 남은 사람이었다. 꾸준함은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못 난 글을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다. 아무도 내 글을 읽지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고 한들 포기하지 않는다. 언젠가 나의 글에 볓뜰날이 오겠거니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하며 일단은 쓴다.


만약 글쓰기에 재능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나의 글을 보고 위안을 삼았으면 한다.

8번을 떨어져도 다시 도전해 볼 용기만 있다면, 나는 그 하나로 충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도전은 신춘문예가 될지도? 10년은 떨어져도 신청할테니 긴장해라 신춘문예야 

 https://brunch.co.kr/@dreamteller-edg/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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