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타지마할을 보러가자

두번째 인도

by 유니버스

타지마할을 향해 떠나던 우리는 낯선 곳에 도착했다.


2시간정도는 달린 것 같다. 아침을 챙겨먹지 못한 우리는 배가 몹시 고프기도 했지만, 어제 먹은 맥주탓인지 화장실도 너무나 급했다. 말로만 듣던 인도의 휴게소에 도착했다.

없는게 없다고 침을 흘려가면서 자랑을 하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생각보다 잘닦인 인도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만난 휴게소에서 급한 볼일을 본 우리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화장실은 상상 외로 깨끗했고 화장실을 옆에 끼고 있는 상점에는 각종 기념품들이 놓여있다.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을 예상하고 우리는 기념품 가게로 들어갔지만, 되지도 않는 흥정에 그냥 포기하고 나왔다.

대신 건물 앞에 있는 코끼리와 코브라를 불러대는 뱀꾼의 모습에 넋을 잃고 서있었다.

거대한 몸집의 코끼리는 사람이 다가오면 오른발을 번쩍들어 사진찍을 준비를 한다. 그 거대한 발에 밟힐 수도 있지만 관광객들은 그 다리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 어김없이 코끼리의 주인은 인상을 쓰면 돈을 강요한다.


옆에 있는 코브라를 부르는 뱀꾼도 전혀 질 기색은 없다.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본 뱀꾼은 광주리를 툭 걷어차고는 뱀을 불러 일으킨다. 그 발길에 놀란 한마리의 뱀은 번쩍 고개를 쳐들고는 흔들어대는 피리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피릿소리에 흔드는 건지 그 동작에 흔드는 건지는 몰랐지만, 제법 리듬이 맞아 떨어진다.

그렇게 흔들어대는 사이, 옆 광주리에 있는 또 다른 코브라는 뱀꾼 몰래 광주리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그걸 본 관광객들은 소리를 질러대며 뱀꾼을 부르며 손짓을 하지만, 뱀꾼은 전혀 흥분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 코브라의 목을 낚아챈 후 열려있는 광주리에 힘차게 처박아 버린다. 코브라가 불쌍해 보이는 건 처음이다.

흔들어대는 뱀을 조련하는 뱀꾼을 위해 돈을 던진게 아니라, 실낱같은 희망으로 광주리를 탈출해 도망가다 붙잡힌 코브라를 애도하면서 돈을 모자에 던져 넣었다. 부디 독을 품지말고 오래 오래 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길 바란다.




휴게소를 빠져나와 2시간쯤을 더 달린 다음, 우리는 타지마할이 있는 도시인 아고라에 도착한다.

인도의 수도인 델리와 핑크시티라 불리는 자이푸르와 함께 골든 트라이앵글의 하나인 아고라는, 타지마할의 도시다. 도시의 모든 공간이 타지마할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곳이다.

아고라에 도착했을 쯤에 우리는 현금을 찾으러 차에서 잠시 내렸다. 5명이 탄 우리의 밴에서 5명의 한국인이 우르르 내리자 인도인들은 경계한다. 우리가 더 무서운데, 한국 남자 5명이라 우리를 무서워한다. 서로가 무섭다.


돈을 뽑으러 ATM기쪽으로 자리를 옮기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인도는 어딜가나 사람들이 북적인다. 중국은 거기에 비할 바도 아니다.

베이징의 천안문에 갔을 때 길게 뱀이 똬리를 튼 것 처럼 꼬인 줄이 표를 사기 위한 줄이라는 걸 알고 나서, 순간 다시 호텔로 갈까 생각했던 것과는 또 다른 광경들이 펼쳐진다.

그냥 ATM기에 현금을 찾으러 왔는데 이 정도면 도대체 타지마할은 어느 정도란 말일까.

일단 아고라에 왔으니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같이 간 동료들은 다들 지친 기색이 눈에 띈다. 이것 저것 먹을 걸로 달래도 보지만 다들 힘들어 한다.


그러던 중, 우리의 밴은 열심히 시가지를 가로질러 타지마할 입구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도착했으나 타지마할은 없다. 입구부터 줄은 길고, 현지인과 외국인을 구분하는 작업을 해댄다.

외국인은 기본 1100 루피, 우리돈으로 하면 17,000원이다. 우리나라에 왠만한 관광지를 가도 이 정도하지 않는데 화폐가치가 15배 정도를 감안한다면 엄청난 금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0만원은 훨씬 넘는 돈이 아닐까.

현지인들은 거의 20배 정도는 싸다고 하니, 외국인들에 대한 존중이 대단하다.

언제나 술자리에서 최고의 안주삼는 후배와의 여행후기를 언급하지 않으면 섭섭한 지점이다.


후배는 같이 간 동료들이랑 여느 외국인들과 같이 줄을 서있었다. 갑자기 입장을 관리하는 인도 현지인이 우리쪽으로 손짓을 하면서 우리를 불러댄다. 우린 아니겠지 하면서 계속해서 부채질만 해댔다.

짜증이 난건지 답답한 건지 모르겠지만, 현지인은 우리에게 와서 옆 쪽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영문을 몰라 '왓'을 질러대니, 한 사람만 현지인쪽 줄로 가 서라는 것이었다.

'뭐라는 거야, 우리가 남자끼리와서 그냥 할인해 줄려나 보다' 하고 다같이 움직이려니 딱 한 사람만 가란다.


그게 바로 후배 한명이었다.

사실 후배는 상당히 이국적으로 생겼다. 나도 완전히 성균관스럽고 선비스러운 외모는 아니라 짙은 눈썹은 외국에 가면 나름 먹히는데, 후배는 그런 나를 압도한다. 그냥 외국인과의 소통도, 친분에도 거리낌이 없다.

정말 부러웠다. 20배 정도 차이나는 입장료를 그저 부모님 덕으로 절약할 수 있는 저 멋진 외모.

그래, 그것도 타고난 복이고, 그동안 잘 살아온 것에 대한 보답이니 즐겨라.





그렇게 우린 타지마할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타지마할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 길도 설레인 수행의 길과 같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다가올 타지마할의 장엄함을 즐겨보려 했다. 작은 문 넘어 힐끗보인 우윳빛의 웅장한 건물이 바로 그 것인 것 같았다.

비현실적으로 앞에 놓인 이 장면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같이 간 동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감탄을 토해낸다.


India-Agra-Taj%20Mahal-Construction.jpg 타지마할 (출처. 인터넷)


이게 정말 그렇게 부르짖던 인도, 너의 그 타지마할이구나.


다시 한번 황제 샤자한이 위대하고, 그의 황후인 뭄타즈 마할에게도 감사드릴 따름이다.

비록 아픈 과거가 있는 궁전이 아닌 무덤이지만, 오랜 역사를 지내고 나니 멋진 유산으로 남았다.

그렇게 사랑했단 말인가, 그렇게 많은 희생을 뒤로 한 채 사랑하는 여인에게 무덤을 바치고자 한 샤자한 황제.

비현실적인 스토리와 함께 두 발을 딛고 서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현실감이 없는 이 타지마할의 바닥.

대리석의 일종인 마블석으로 만들어져 아고라 전역은 마블 광산과 기념품점으로 즐비하다.

타지마할의 벽을 손으로 쓱 만지고 사진을 찍어대면서 최대한 예를 갖춘 채 그 위대한 공간 속으로 입장한다.

온 대리석 바닥을 맨발로 온전히 내딛으며 무덤이 있는 곳을 거쳐 내부에서 빙빙 돌면서 위대함을 느낀다.


잠시 돌다 나와 본 반대편의 야뮤나강, 그 강을 등지고 해질녘의 타지마할은 또 한번 현실에서 멀리 떠난다.

인생에 있어서 한번쯤 정말 보지 않는다면 후회한다는 타지마할, 나는 또 이 곳에 오게 될까.

타지마할을 생각하지 않으면 오고 싶지도 않은 곳이지만, 난 이곳을 오지 않고는 잠 못 이뤘을 게 분명하다.

정말 내가 한번만 오고 이 곳에 못 올 운명일까 생각하며, 우리는 아고라 시내에서 기념품 몇 점을 보다가 너무나 비싼 가격으로 외국인을 놀리는 인도인을 뒤로 하고, 멀리 먼 숙소로 밴을 몰았다.

도착을 하니 11시를 넘기고 있었고, 다행히 내일은 일요일이라 푹 쉴 수 있을 것 같아 다들 씻고 난 뒤 맥주 한캔으로 여행의 후일담을 나누며 그렇게 밤을 즐겼다.





다음 주는 뭄바이에 있는 법인으로 가기로 했다. 정확히는 푸네라는 동네인데, 뭄바이를 거쳐야만 갈 수 있는 곳.

차로 갈 지, 비행기로 갈 지 걱정이다.

아고라는 다녀와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방에 모여 다른 인도 여행을 계획했다.

델리, 자이푸르, 뭄바이까지 모두 우리가 가야 할 곳들이다.


내가 떠난 인도는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곳이다.

한번은 그냥 갈 수 있는 곳이 인도이지만, 또 한번 가고 싶어 생각나는 곳도 인도다.

하지만, 여전히 망설여지고 걱정만 앞서게 하는 이상하고도 신비스런 곳이다.

앞으로 이런 여행지를 또 만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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