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다. 매번 그렇듯이.

by 유니버스

여행은 항상 그 계획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진다.

이미 여행지에 가있는 듯한 상상을 하면서 입가엔 미소와 더불어 막 한입 베어문 크로와상이나 치즈 뚝뚝 떨어지는 뉴욕햄버거, 고수의 향이 진한 베트남의 반미의 여운이 남아있다.

한없이 현지스러운 옷차림과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인천공항에서의 첫 출발은 이미 여행을 끝내고 온 여행자마냥 한껏 어깨가 올라가있곤 한다. 인천공항에서의 한식은 올바로 먹을 수 있는 한식의 마지막이며 그리워할 한국에 대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방법이다.

출국심사를 하고 나면, 꼭 많이 사지도 않을 면세점을 들락거리며 가족생각과 동료생각에 고민을 하곤한다. 그러다가는 이내 언제나 그랬듯이 작은 초코렛 하나 정도만 챙기고는 현지에서 선물을 사야지 생각하고 발길을 돌린다.

카메라가 필요할까 현지 숙소에는 슬리퍼는 있는지 치약은 내가 갖고 가야겠지, 선글라스를 쓸 일은 있을까 모자는 머리모양을 엉망으로 하니 아예 챙기지 말까, 캐리어는 큰 거 아니면 예쁜거 그것도 아니면 이번에 산 걸로? 수많은 질문과 함께 인터넷에서 숙소를 찾는다.

휴가 일정에 맞출까 항공일정에 맞춰 휴가를 변경할까도 매번 나를 괴롭힌다.

이럴땐 확 회사를 관두고 그냥 자영업이나 하면 편할텐데라고 맘편한 생각을 늘어놓아보지만 이내 숙박비를 지불할때면 얌전히 토요일 도착하는 일정으로 예약을 한다.

얼마남지 않았으니 그때까지만 참자라고 매년 꼼지락대곤 한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는 유럽으로 간다.

그럴려면 미리부터 항공티켓도 끊어야 하고, 숙소도 근사한 곳으로 예약을 해놔야 한다. 많은 써버린 마일리지지만 아직은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수준이기에 보너스 항공권으로 예약을 시도해 보지만 역시나 신의 영역인 듯 이미 예약은 마감되었다.

운좋게 비수기에 가게 된다면 한번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회이긴 하지만, 언제나 휴가때면 안되는 줄 알면서 마일리지로 예약을 시도한다.

미국출장이나 유럽 출장 중에는 그렇게 잘 업그레이드되던 것이 가족 여행을 갈 때 좀 우쭐대고 싶어서 시도해보면 어김없이 실패로 돌아온다.

여행을 예약하다보면 항상 가기도 전에 지치기도 한다. 아직 많은 남은 일정이지만 밤잠을 설쳐가면서 현지에서 쓴 여행기를 보고는 만연한 미소를 머금긴 한다.

이제 본격적인 투자의 시점에 반드시 가야 하는 여행이 있겠나마는,

별도의 돈을 지출하지 않더라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꼭 그 나이에 맞는 여행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머리는 복잡하지만 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실정상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 언제나 자유롭지만은 않다. 그런 이유로 아이가 학원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더 바빠지기 전에 가족의 추억을 쌓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한다는 것, 언제나 설레고 멋진 일이지만, 항상 그만큼의 부담을 갖고 가야 하는 거라 더 소중한 것 같고 더 애절한 것 같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여행이 기억에 제대로 남는 걸 본적이 없다.

잘 계획하고 잘 준비하여 제대로 된 멋지고 알차고 경제적인 여행을 즐기는 것도 인생을 건강하게 사는 것의 일부분이라고 굳게 믿는다.

돈을 더 벌고 여행을 가면 너무나 좋겠지만, 돈을 더 번다고 여행을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다 때가 있고, 그때에 맞는 그걸 하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대신 더 열심히 저축하고 투자하고, 나의 일을 갈구하는 것은 게을리하는게 아닌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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