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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니버스 Aug 27. 2023

난 테니스칠 때가 제일 멋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멋진 나의 핑계거리

오늘도 비가 오지만, 테니스를 치러 가려한다.

왜냐하면, 나는 무의식부터 의식에 이르기까지 테니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를 인식하고 있으니까,


아내는 오늘 나보고 혼자 가라고 한다.

딸이랑 함께 줄넘기를 해야 하니 당신이라도 혼자 가라고 한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오늘은 나혼자 랠리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에 차서 차를 몰고 나갔다.


가는 도중에도 부동산에서 걸려온 전화, 은행의 대출 상담 전화로, 내가 집을 계약하러 가는건지 테니스를 치러 가는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어렵사리 주차를 해야 하는 건물지하에 들어가니, '어, 오늘은 사람들이 없네?'

월요일이라 다들 회식하러 간건지, 아니면 휴가들을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건지.

어렵사리 주차하기 위해 들어온 지하주차장에서 본 빈 주차공간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삑삑 타이어 소리를 내어가면서 주차를 힘겹게 마치고 나서 테니스장으로 올라간다.


지난달에 보이던 여여커플과 신혼부부는 이번 달에는 등록을 안했네.

역시 테니스는 당신들의 스포츠가 아니라 생각한건가? 뭔가 어색한 테니스 양말을 쭉 늘려 무릅 근처까지 추켜 올리고는 차례를 기다린다.

이번에도 새로운 인물들이 여럿보인다.

나이가 지긋하여 퇴직하고 난 뒤 마땅한 운동을 찾지 못해 왕년에 즐기던 테니스를 치러 오신 것 같은 분,

30대의 마지막을 불살라 보겠다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멋진 땀을 내면서 몸과 마음을 다지러 오신 분.

테니스는 골프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지만, 골프만큼이나 꾸준히 하는 사람이 더 드문 운동인 것 같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테니스를 한번 즐겨보겠다고 온 20대들은 이내 이게 정말 현실과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갖고는 다른 취미를 탐색하는 눈치다.


내 차례가 올 때까지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다리 운동도 해보고, 자세도 한번 쓱 잡아본다.

구기운동을 좋아했던 나는, 구기운동이라면 모든지 다 해보려고 했었다.

탁구, 축구, 농구, 골프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기 운동을 적당히했었다. 적당히. 아주 적당히.

그러다보니 실력도 적당하고, 즐기는 것도 적당해져 버렸다.

이러다가 정말 노년에는 할게 없어서 손가락만 빨다가 가끔 어디 노인정에나 가야하는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바둑이라도 배워야 하나? 아님 춤이라도 배워야 하나? 너무 앞서나가긴 했네.


여하튼, 예전부터 테니스를 조금씩 즐겼다 말았다했는데, 아내와 함께 하는 운동으로 테니스를 낙점하고 열심히 배우고 또 즐기려고 하고 있다.

골프보다 더 즐기는 건, 아마 테니스가 전신운동이기도 하고, 라켓과 가벼운 옷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테니스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는 갖춰야 하는 것들에 대한 제약이 많은 운동이라 돈보다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가는 운동인데 비해, 테니스는 서민적이면서 귀족적이다.

서민이 즐기면 서민의 운동, 귀족이 즐기면 귀족의 운동이 된다.


땀으로 흠뻑 젖어 테니스가 끝나갈 무렵, 너무나 좋은 기분이 아래로 부터 올라온다.

그동안 움직임이 적어 힘들었던 몸의 세포들이 살아난다. 테니스는 그렇게 나를 깨우고, 그렇게 깨어난 나는 새로운 것을 꿈꾼다.


테니스가 제일 좋은 건 술자리를 피할 수 있는 가장 멋드러진 핑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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