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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니버스 Aug 27. 2023

치미는 화를 억제하는 요령

스위스에서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에 다녀오는 길.

20분동안 영상통화를 하는 중국인을 보면서 또 다시 화가 치밀어오른다.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들을 보면서, 파리에서 스위스로 오는 1등석에서 인도인이 영상통화를 하면서,

인도인 아들이 떠들어 대는 통에 객실 전체가 소음으로 그득찼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나름의 계급을 가지고 있는 인도인이라는 것은 외모를 보면서 느꼈지만, 외모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전혀 같지 않았다.


중국과 인도의 차이가 아니라, 분명 사람의 차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얘기일 것이다.

확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아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는 이유를 드는 것은 인구가 많아서겠지라고 생각해 보려고 한다.

더 매너많을 확률, 더 매너없을 확률, 둘 다 없을 확률도 전세계에서 최고일 수는 있지만,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살아온 탓이라 생각은 하지만, 간디의 나라, 공자의 나라에서 어찌 이런단 말이지 이해는 되지 않지만,

다시 얘기하지만 국가의 문제, 전체주의적인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그 개인의 문제이길 바란다.


이런 치미는 나의 화를 억제하기까지는 어떤 험난한 과정이 필요할까.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커지기도 하고, 남자라면 가족과 함께 있으면 더더욱 정의로워진다.

어릴 때 봤던 그 정의롭던 아저씨들의 싸움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번씩 하면서,

전혀 이해가 안되던 그 모습이 지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쓱 손을 주머니에 넣을 정도라니.

아마 그때의 그 아저씨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대단한 정의감에 국가 간의 큰 화를 좌초했을 수도 있다.


그나마 화를 참을 줄 아는, 화를 제대로 낼 줄 모르는 나와 마주쳤기 때문에 정말 이 사람들은 행운인 것이다.


나의 화는 나에 대한 화보다 남들이 하는 행동과 매너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서 다행이다.

나에 대한 화가 많았다면, 얼굴이 까매져서 매일 씩씩대면서 술로 일생을 지냈을텐데,

그나마 남들에 대한 화는 나만 내는 것이 아닌 공동체적인 무언가가 있어서 동참을 하거나 멀리서 응원만 하면 된다.


요즘은 화를 낼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이상한 놈과 이상한 놈들이 주변과 멀리서도 훤히 보인다.

이런 사회를 보고 있는 내내 화를 치밀어 낼 수 밖에 없지만, 여기서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할지가 더 걱정이다.

예전에 인도인 친구가 하던 행동들, 인도에 방문했을 때나 중국에 방문했을 때 했던 인도인과 중국인들이 했던 냉소적인 행동들이

아마 이미 이런 일들로 이골이 난 상태라 더 이상의 기대가 없어서 인 것 같다.

결국 그렇게 된다면, 화를 낸다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화를 낸다는 것,

아직도 일말의 관심이 남아있다는 것이고, 실낱같은 기대로 조금은 기다려보려고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 기대를 저버리는 순간, 이제 우리는 화를 낼 일은 없어진다.

다시 얘기하면, 치미는 화를 억제할 필요가 전혀 없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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