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점점 짙어지는 여운을 떨치지 못하는가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나가지만, 나는 아직 여행의 여운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그 속에서 맴돌고 있다.
어차피 적응할 시차와 잊혀질 여행의 기억들을 끝까지 부여잡고 싶은 건지, 여행의 여운은 좀처럼 달아나질 않는다.
이번 여행이 다른 여행보다 길었던 것도 그 이유가 되겠지만, 가족과 함께하려고 많은 준비를 하고 공부를 했던 덕분, 탓 둘 다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책장에서 유시민의 ‘유럽도시기행 1편’을 꺼내들었다.
내가 그동안 좋아했던 도시들의 얘기들이 펼쳐지는 책이지만, 그 좋아했던 이스탄불도 마지막에 나오는 파리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그저 최근에 다녀온 여행이라서만 그럴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지만, 그러기에는 최근에 다녀온 독일과 또 다른 감흥이 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성당, 보스포로스해협을 바라보면 마셨던 터키식 커피, 멋진 호텔과 그 많았던 치즈도, 이제는 파리에 묻힌다.
지금의 파리의 기억에는 못미치는 것 같다. 파리를 먼저 다녀오고 이스탄불에 갔어도 그럴까?
아마도 10년 전의 나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너무나 많이 다르고, 그때의 감동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하며 만들었던 추억 속의 여행들은 언제나 가족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되곤 하기에, 그렇게까지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에 집착한다.
앞으로 출장이 되든 가족여행이 되든, 많은 여행을 더 하게되겠지만, 그럴 때마다 이런 여운이 남을까 싶다.
휴양지로 떠났던 여행과는 달리 더 많은 고생을 했고, 더 많이 고민을 했고, 서로 상의도 많았기 때문에 더 그런게 아닐까 하고 서로 동의를 해보기도 한다.
핀란드에서 3주간 생활을 했던 우리의 기억과 3주를 보내기 위해 베를린을 거쳐 프라하에서 보냈던 1주일의 시간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여행은 그저 여행이 되면 아쉬움이 남지만, 여행 자체가 생활이 되면 감흥과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아쉬움과 여운은 분명히 다르다. 시간과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뭔가 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비록 충분히 시간과 돈을 소비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경험과 추억을 쌓아온다면 여운으로 남는 것이다.
그게 이번 여행의 소기의 성과라면 성과가 아닐까 한다. 목표를 세우고 떠난 여행이 아니기에 더 바랄 건 없지만,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가족과의 결속,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키워나가면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여행이 항상 좋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여행은 그토록 가고 싶었던 가족의 여행지 1순위 여서 그런지 더 여운이 남는 것 같기도 하다.
여행지에서 우리는 다음의 여행지를 선택했고, 그 여행을 위해 우리는 다시 최선을 다해 즐겁게 생활하기로 약속했다.
이런게 정말 여행과 가족을 하나의 범주 안에 넣는 진정한 이유이지.
그리고, 내가 정말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쉼을 찾아가는 삶을 동경하고 그리도 바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거다.
일과 여행, 그리고 쉼의 3박자가 나의 남은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 멋진 여행을 위해, 더 몰입하는 일상을 보내도록 다시 한번 의지를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