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 수록 깊어지는 느낌
매일 보는 사람인데, 출근하자마자 또 보고 싶어진다.
딸이다.
이렇게 보고 싶은 사람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딸은 매일 아빠의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전화를 했는데 안받으면 가슴졸이며 또 한번 걸어본다.
'공부 중이니 전화하지 마세요'
뭐 이런 (아마 미리 저장해놓은) 메세지가 와도 기분이 참 좋다.
딸은 딸인가 보다.
그런데, 아내도 그만큼 좋아지고 있다. 원래부터 그만큼 좋아했었을 수도 있다.
뭔가 말로 표현못할 만큼의 깊이로 아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 무슨 바보같은 표현인가 싶다가도 좋아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아내를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때는 사랑이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랑보다는 '예쁨, 그저 좋아함, 같이 있고 싶음, 매일 만나고 싶음' 정도의 표현이었지,
사랑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이제보니 지금은 사랑이다.
측은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안쓰럽고라는 표현은 너무 식상하고,
정말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존경스럽고, 듬직하고(이건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그렇다.
아내가 읽을 일이 잘 없는 글이기에, 아부 따위는 사실 쓸 필요는 없다.
듬직하다는 표현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힐 것 같아 다시 정정하자면,
몸집이 듬직하다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어주는 아내가 듬직하다는 표현이었는데,
표현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든든한 거였다. (사실 아내는 날씬하다.)
나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과 어려워하는 일을 처리하는 그 순간에 나의 옆에서 나를 지켜봐주는,
나는 나의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