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유니버스 Oct 04. 2023

오늘도 화내고 있는 나를 보며

애들아 미안해

출근길부터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한 나의 입이 출근하자마자 회의를 하면서 쏟아내기 시작했다.


올챙이적 시절을 정말 기억 못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요즘 일에 많이 집착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시에 주간회의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흠, 뭔가 준비들이 잘된 모양이군, 오늘은 회의가 물흐르듯 잘 흘러가겠네'


시작하자마자 화를 참지 못한다.

준비는 커녕, 지난 회의 내용도 기억 못하는 멤버들에게 한바탕 쏟아낸다.

화를 내어봐야 목소리만 커질 뿐, 그 이상을 할 줄도 모르는 나이기에 빨리 잠잠해 진다.

그러고는 다시 나의 나로 돌아와서는 침착해진척 하면서 내용들을 읽어 내려간다.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과 '그래 명절이 지나고 났으니 당연히 일이 진행이 안되었겠지'라는 생각이 겹쳐 지나간다.


일주일을 시작하는 첫날에 쏟아낸 나의 화로 인해 멤버들이 기분이 많이 상했을까하고 혼자서 고민하기로 하다가 두번째 회의를 시작해 본다.

'뭐지? 이 회의는 왜 이렇게 술술 흘러가는건가?' 

막힘없이 흘러가는 회의를 보면서 오히려 빠진 것이 없을까 눈이 빠지게 화면을 쳐다본다.

'앞에서 너무 힘을 빼서 힘이 없어졌나?','이렇게 준비가 잘되어 있는 사람도 있는데 앞에 껀 왜그렇지?'

또 복잡해진다.


항시적으로다가 준비가 되어 있는 친구와 그렇지 않는 친구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갭이 크다.

장점을 찾아 나선 여정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나를 보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화를 낼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한다.


전화가 온다.

아까 회의 때 준비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으로 전화를 했다면서... 

인상을 팍 쓰고 있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의 건너편 전화음성은 풀이 죽어 있었지만,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설명을 해가는 나의 리듬을 느끼며, 멤버는 풀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긍정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하다.


너의 그 긍정이 성실함과 열정의 산물이라면, 나는 거기에 역량과 준비성을 좀 더 가미해 주고 싶다는 얘기를 남겼다. 

짜증이 났을지, 고마움을 느꼈을 지는 전혀 모를 일이지만, 

난 그 멤버에게 '난 네가 올해 실적을 좀 더 잘 그려낼 수 있게 도와줄려고 하는거야'라는 어줍지 않는 격려와 포장을 했다. 그게 나를 위한 것인지, 그 친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채로 말이다.


여튼, 결론적으로 난 오늘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되고 있는 것에 화를 냈고, 짜증을 냈고, 나름의 가이드를 줬는데, 그게 잘 전달이 된건지는 알길이 없다.


그렇지만, 화는 내지 않고 제대로 잘 전달하면서 일하는 방법을 더 배워야 겠다. 

근데 그게 잘 안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은퇴란 무엇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