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유니버스 Nov 27. 2023

적선의 행복

착하게 살아야 복이 온다.

퇴근길에 찜닭을 포장해서 왔다.

아내가 몸도 안좋다고 하고 집에 가도 먹을게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먹어보지 않았지만 맛있을 것 같은 찜닭을 오랜만에 맛보자는 심산으로 포장을 했다.

퇴근길은 항상 많이 막힌다.

안그래도 막히는 길, 도로공사가 한창이라 차선을 이리저리 막아둬서 더 막힌다.

아침에도 막혀, 저녁에도 막혀.

누구를 위한 S-BRT 공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차가 없는 사람에게는 조금은 편리함을 주겠지하고 서로 서로 양보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선들.

계속해서 앞으로 당기고 신호를 기다린다.

저 멀리 신호등은 파란색이지만, 차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갑자기 반대편 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신호를 넣었다.


어쩌지, 앞차와 벌써 붙어 있는데, 이 차는 비보호 좌회전을 하려고 한다.

순간 시간이 길어질 것같아 뒷차와의 간격을 보고는 후진을 했다.

반대 차선의 차가 좌회전 신호 깜빡이를 경쾌하게 울리며? 좌회전을 한다.

그런데, 뭔가 슬로우모션같이 스르륵 미끄러지듯 좌회전을 한다.

오른쪽 조수석의 창문이 열린다.

아주 어린 아이(6살?, 7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아주 물끄러미 쳐다본다.

차가 좌회전을 다 돌아가는데도 끝까지 쳐다본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눈물이 날뻔 했다.

이건가? 이게 적선(선을 쌓아가는)의 힘인가?

오늘 퇴근길, 마음이 너무 가벼워진다.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있으니, 미국 바이어에게서 전화가 온다.

전시회에서 전시했던 소프트웨어의 자세한 설명을 보내달라고 한다.

적선은 이렇게 힘이 대단한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가 가면 내년이 올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