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이 시간, 행복으로 가는 길
일요일 저녁이 되었지만, 어제의 피곤함으로 우리는 집밖을 나서지 않았다.
쇼펜하우어의 책도 읽어보고, 새로나온 재테크책도 들춰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저 늦은 아침의 여유로움이 좋았고, 평범한 점심식사가 좋았으며, 늦은 오후의 낮잠도 일요일 오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운동을 자주 못하는 딸을 위해 나른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자고 졸랐다.
당연히 싫어하는 딸과 아내, 아내는 그냥 두고라도 난 딸을 꼭 데리고 운동을 나가야 했다.
최근 운동을 너무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아토피가 자꾸 올라와 식단을 조절하고 있기에 바깥 산책이 필수였다.
싫어하는 딸의 팔을 끌어가면서 천천히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예쁜 가로등 조명 아래를 걸어가는 우리들, 차가운 바람이 남아있는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걸어다니는 사람은 잘없다.
차들은 여행지에서 온 사람들의 늦은 귀가를 재촉하고 있는 듯했다.
걸어나간 발자국이 많아지는 만큼 딸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올라온다. 곧 중학생이 되는 딸, 언제 이렇게나 컸을까 대견하기도 하고, 약간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딸의 관심사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 대화를 이어가는 중, 딸이 갈 중학교 후문에 다다랐다.
지금의 집과 멀지않지만,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한 우리는, 어떤 동이 더 좋을까하고 주변을 탐색했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동을 몇개 후보지에 올렸다.
괜히 주변의 마트나 놀이터도 보고, 아내가 제일 중요해 하는 시장과의 거리, 내가 제일 중요해 하는 스타벅스와의 거리, 딸이 제일 중요해 하는 다이소와의 거리를 감안해 최적의 동들을 선별했다.
스타벅스, 다이소, 우리가 가는 성당, 자주가는 전통시장까지 완벽한 거리의 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는 이쪽으로 한번 옮기게 되면 새 아파트가 지어져 옮길 때까지 계속 눌러앉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파트를 쭉 둘러본 후, 다이소에 들러 괜히 이것 저것 만져보고 관심을 보이다가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딸은 아빠와의 산책이 좋았는지, 처음에 떨어져 걷던 딸은, 나의 팔에 꼭 기대어 아빠의 말을 듣고 있다.
난 나의 뻔한 성공보다 가족과의 행복을 선택했고, 더 가까워진 가족 속에서 새로운 성공을 꿈꾸고 있다.
이게 내가 원한 행복이었고, 그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이 과정을 난 너무나 소중히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