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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니버스 Jan 03. 2024

가끔씩 대기업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돌아가지 않는다.

대기업을 20년동안 다니다가 3년 전에 퇴사해서 지금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나름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는 것 외에도 좀 더 나은 연봉과 그 보다 더 나은 여유있는 시간까지 덤으로 얻었다.

그동안 좋지 않았던 건강이 점점 좋아진다는 것을 피부에서부터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때의 일과 지금의 일은 범위나 난이도면에서 너무나 다르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쉽지만 많고 시켰던 일을 내가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물론 다르지만, 사람은 언제나 그 레벨이 비슷해지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그게 큰 문제는 아니다.


다들 대기업에 다니다가 나오면 퇴직을 했다거나 권고사직을 당한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기업에서 나온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 좋은 회사를 관두고 나온거야?’, ‘그냥 버티고 있으면 임원되는거 아니었어?’


‘맞다, 맞는데, 그 회사 좋은거 맞는데, 그 회사가 내 회사가 아니라서 나왔어’라고 얘기해 버리고 만다.

그래도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아예 인생을 실패한 사람 취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때문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나의 지론이 가끔 흔들린 적도 있다.

지금도 가끔 얇아지는 귀와 비교하는 곁눈질로 인해 몹시 가슴이 쓰릴 때도 종종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기업에서 제 발로 때가 되지 않을 때 나오는 이도 드물고,

나는 회사에서 많은 지원을 받은 사람이 제 발로 걸어나가는 걸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다.

사실 나도 회사를 떠나올 때, 100% 확신을 갖고 나온 건 아니다.

하지만, 100%가 아닌 단 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뛰쳐나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과연 그게 맞았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회사를 떠나야 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내가 회사에 해 준 것에 비해 회사가 제대로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어리석은 생각부터 시작이었다.

회사에 내 몸을 24시간 통으로 갈아넣어 생활한 건 아니지만,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회사에 충성을 하다시피 한 몸을 희생했다.

하지만, 회사는 그런 나를 찔끔찔끔 알아주는게 나는 싫었고, 급기야 일이 많아지다 보니 번아웃이 오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던 나만의 회사를 꿈꾸며 움직여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회사는, 특히 대기업이라는 곳이 그런 곳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일에 치이고 사람이 미워지다보니 회사도 미워지고,

급기야 나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 같이 보여지는 신기루를 보게 되었다.


내가 회사를 싫어해서 나온 건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나온건지 모른 채로 나왔다는 것이 제일 안타깝다.

회사는 나에게 많은 연봉과 성장의 기회를 줄만큼 준 고마운 곳인데, 내가 회사를 미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거다.

오히려 나의 이기심으로 인해 더 큰 욕심을 바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번이고 회사를 옮기라는 지인의 권유로 인해 생각해 보면서,

어쩌면 내가 내 회사를 키워갈 수 있는 좋은 시작이 되겠다싶은 생각이 휙하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크게 한계를 느낀 것은, 회사에서는 언제나 퇴직을 해야 할 나이가 있고, 그때가서 준비를 하게 되면 늦을 것 같다는 것이었고,

실제로 내 주변에 있는 선배들도 준비없이 퇴직을 맞이해서 ‘그냥 집에 있는 분’, ‘다른 회사에 취직하는 분’, ‘여유가 있어 그냥 놀아도 되는 분’으로 나뉘어지기 시작했다.

한 때 회사에서 잘나가는 분들, 임원을 달기 위해 항상 리스트에 올라갔던 분들이 어찌 저리 힘없이 쓰러지는 건지 알 수 없어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투브를 봐도 다들 그런 얘기뿐이다. 하지만, 애매한 상황에 있던 사람들이 퇴직을 하면서 모든 사람이 그런 얘기의 주인공인냥 일반화시키는 것도 없지 않다.


회사를 나왔고, 지금은 너무나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격을 취득하였고, 재테크에 대한 기본 프레임을 완성해 나가고 있으며, 그동안 부실하게 관리한 자산들을 모두 정비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행복한 매일을 보내고 있어, 가족들은 항상 이 시간을 고마워하고 있다.

오히려 많은 해외출장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더 새로운 것을 접하고 느낄만한 시간은 충분해 졌고, 나만의 미래를 준비해나갈 시간은 더더욱 많아졌다.


대기업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 더없이 많은 복지를 뿌리치고 나왔고, 비교가 될만큼 불안하고 불편한 상황이겠지만,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고 내가 직접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여유있는 내일을 설계할 수 있을거란 확신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대기업은 정말 있을 때와 나왔을 때의 차이가 극명하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명함에서 회사의 로고가 사라지는 날, 더 이상의 눈부신 아우라는 없지만,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벌거벗은 나의 모습으로 미리 세상을 맞는다.


이제 난 내 던져진 몸이고, 내가 개척해나가야 하는 사명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동안의 받았던 혜택을 빨리 지우고, 쌓아올린 경력을 잘 활용하여 진정 나만의 것들을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

그것이 직업이든, 돈이든, 시간이든, 나의 사업영역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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