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진정한 미래가전을 볼 수 있을까?
너무나 어렵게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예전과 같이 직항을 예약하진 못해 시애틀로 돌아들어가지만, 미래로 가는 관문인 CES로 간다.
4년만에 방문하는 라스베가스, 오랜만에는 가는 라스베가스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CES는 코로나로 인해 2021년과 2022년에는 흐지부지 지나갔다.
2023년에 회복되어 다시 부활하는 듯하였으나 여전히 날개를 펴지는 못했던 암울한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혁신해나가는 과정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던 시기다.
이제 그 미래로 다시 한번 들어가본다.
미래 가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번 글을 썼지만, 과거의 경험에 나만의 인사이트를 넣어 적다보니 이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유수의 기업들도 많은 장족의 발전을 했을 것이고, 그 모습을 현장에서 보면서 직접 느껴보고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단순한 기능의 확장 차원을 넘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낼 플랫폼을 확보해야 할텐데, 아직은 여전히 기능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어 생각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건가라는 안타까움도 있다.
가전은 이제 집안에서 가사일을 도와주는 전자제품에서 반려견과 같이 동반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나의 얘기를 듣고, 나와 얘기를 하고, 나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며 나에게 맞추는 가전이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그저 나의 집에 있는 멋드러진 전자제품을 누구에게 자랑하고 과시하는 차원은 이제 한참 전에 넘어서있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번쩍번쩍하는 큰 가전과 신기한 가전에 열광하는 시절은 이미 지났고, 집에 어울리는 것을 넘어 집을 더 돋보이게 하는, 나의 생활을 더 풍요롭게 업그레이드해 주는 동반자여야 할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책이 지금 유행이듯, 책이나 여행에서 얻는 위안과 편안함, 불안의 종식을, 집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가전에 해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가사는 여전히 힘들고, 여전히 손이 많이가지만, 여전히 가전이 해주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그 고충과 고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여행을 택한다. 이제 집에서의 편안함과 반대되는 불편함을 전제로 하는 여행에서 그 위안을 받고자 하고 있다.
가전은 여행을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여행을 도와주고, 여행지로서의 홈을 제공해 줄 수는 있다.
내가 만약 가전의 기획자라면, 여행업을 하는 야놀자, 호텔스닷컴, 스카이스캐너와 협업해서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한껏 개인화하여 가전에 녹여내 볼 것이다. 이 사람의 취향은 가전에서 내뿜어낸 행동과 여행지에서 쏟아낸 경험치들을 섞어 언제든지 좋은 취향 데이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고, 가전을 만드는 것을 넘어 가전과 다른 환경들을 연결하는 차원으로 접근해 보려고 해볼 것 같다.
최근 세컨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퍼스트홈과 세컨홈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가전이 같이 부각되고 있다.
퍼스트홈과 세컨홈은 절대 같아서도 안되며, 같을 수도 없다. 그렇게 해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 토탈 가전일 것이다. 그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 그 역할은 예전의 가전이 아닌 지금의 가전이 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이다.
그 안에 모빌리티가전도 있고, 스마트가전도 있고, 미니멀가전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멋진 모습이 CES 2024에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CES 2024의 현장에서 다시 한번 글을 올리려고 한다.
오랜만에 가는 라스베가스라 가전 뿐만 아니라 더 멋진 '스피어'도 보고 감탄하고 올 것이고, 새로 생긴 '맛집'에서 사진도 올릴 것이고, 중간 중간 들르는 경유지에 대한 얘기도 가감없이 해보려고 한다.
이것은 여행기인가, 미래가전을 고민해 보는 칼럼인가.
전시를 하던 내가, 전시를 보면서 이렇게 평가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