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와 현실적 자유의 경계에서
추운 아침, 무거운 몸을 가뿐히 일으켜 출근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마음만 간절할 뿐 무거운 몸 위에 무거운 머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었다.
회사에 가도 그렇게 많은 일을 할것도 아니지만, 회사는 가기 싫다.
가서 일도 하고 몰래 책도 보고 뉴스도 보면서 하루를 나름 알차게 보내겠지만, 회사는 가기 싫다.
매일이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실제로 퇴사를 하는 사람은 주변에 잘 보질 못했다.
담배를 찍찍 피면서 한숨을 쉬어내는 중에 퇴사는 나의 꿈이라며 얘기하는 사람들의 99%는 다시 발걸음을 가벼이하고 사무실로 향한다.
연말이 되면 의례히 나올 성과금을 기대하면서 별로 한것도 없으면서 성과금 수준을 들으면 다들 또 짜증을 낸다.
이런 일들이 몇번 반복되어야 아침마다 사람들의 한숨섞인 불만들을 듣지 않을까.
나도 매일 퇴사를 꿈꾼다.
아주 여유롭게 즐거운 퇴사를 한 후,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들을 찾아서 하는 그런 퇴사를 꿈꾼다.
세상 누구보다 더 깐깐하고, 꼼꼼하게 소비를 줄여가며 투자를 해보지만, 좀처럼 자산은 늘어나지 않는다.
자산을 늘리는 원천은 결국 근로소득이 제일 큰건가? 사업을 한다면서 왜 근로소득이 아직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지?
마음이 급해지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일을 열심히 한다고 여유있어 지는 건 절대 아니다.
일은 열심히하면 할 수록 더 일이 많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기때문에, 일은 절대로 열심히 하면 안된다.
똑똑하게 일을 한다는 것이 가장 나에게 맞는 접근법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일보다 나의 여유있는 미래를 위해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지금 꿈꾸는 자유로운 퇴사가 현실적으로 더 다가올테니 말이다.
연말에 술집에서 흥청망청 송년회를 하던 시기들은 다 지나가고 있다.
여전히 직장인의 관례인양 술집에서 먹고 마시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가끔 저게 맞는거 일수도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생각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 덜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자리가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했었던 지난 날을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이 아깝기 그지 없어서 그렇다.
오늘도 퇴근을 하고, 다음주가 되면 다시 출근을 한다.
일은 모두 잊고 가족과 나의 미래에 집중하는 시간이 다시 돌아온다.
즐거운 시간이지만, 다시 나를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좀 더 여유롭지 못하고 이것저것 닥달하는 나를 볼 수도 있다.
미래의 여유있는 나를 생각하기 전에, 오늘 퇴사했다는 마음으로 현재의 나에게 여유를 주고 충분한 시간을 주는건 어떨까?
오늘 퇴사한다면 나는 주말에 어떤걸 하고, 다음 주에는 어떤걸 할까?
그런 준비가 없다면 돈이 충분하더라도 미래의 나는 전혀 여유롭지도 편안하지도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여행, 등산, 모임, 독서? 이 모든 건 여유있는 마음과 함께 시작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고 다시 여유를 만들어주는 소스가 된다.
내가 오늘 더 단단해지려면, 오늘 퇴사하는 마음으로 내일을 잘 보낼 수 있는 현실에서의 여유를 더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