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당신의 글쓰기는 어땠나요?
글을 쓴다. 회사에 나간다. 회사에서 많은 일들을 한다.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퇴근을 한다.
이게 모두 글을 쓰는 일이다.
회사를 나간다는 것부터가 한편의 글이 된다. 단지 쓸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이지 이미 만들어진 글과 같다.
한편의 글이 평범할 수도 있고, 매일이 코미디가 되고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다.
누구하나 평범하지 않은 내 주변의 동료들은 모두 나의 글 소재가 되고, 조연이 된다.
가끔 기분이 좋으면, 주연으로 발탁하여 모든 일을 그 동료의 얘기로 도배를 할 수도 있다.
그 동료도 글을 쓴다. 한편의 글을 쓰기 위해 회사에 출근을 한다.
출근을 해서 쓴 글은 나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어떤 마음인지 전혀 모를 글을 쓰고, 글을 숨긴다.
가끔 훔쳐보고 싶지만,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프롤로그나 에필로그 정도는 식사시간에 흘리기도 한다.
재미가 없다. 그 정도로는 오늘 하루의 글은 재미가 없어보이는데 뭔가 활력을 불어넣어야 겠다.
갑자기 글에 재미난 스토리가 전개된다.
상사에게 불려가 처절하게 깨지고 나서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간다.
이렇게 또 5줄의 글의 완성이 된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름직해 보인다.
말도 안되는 얘기로 시비를 걸어오는 옆 자리에 있는 작가가 있다.
어디서 굴러먹던 작자인지, 아니 작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의 전개가 너무나 장황하고 희한하다.
좀 지적해 주고 싶지만, 이 사람은 분명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여기 저기 이목이 집중될 게 뻔하다.
밀란 쿤데라같기도 하고, 카프카같기도 하고, 하루키같기도 한 신비로운 작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나에게 글쓰기 강의를 하려든다.
그러지 말았으면, 그러지 말았으면....
나는 내가 알아서 노트를 펴고 펜도 준비하고, 그렇게 그렇게 잘 써내려갈 수 있단다.
옆 좌석에는 또 다른 작가가 한명 등장한다.
글 자체를 쓰기 싫어한다. 회사에서 뭐하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비밀에 쌓여있어,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작가다. 그 작가는 한번 자리에 앉으면 절대 일어서지 않으며, 일도 제대로 하지 않아 오늘도 여전히 쓸게없다.
쓸게 없는지, 쓸모 없는지는 1년이 지나봐야 알 일이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한편 써고 나서는 집으로 간다.
이 글이 3장에 들어갈 지, 마지막 장에 들어갈 지, 별첨으로 들어갈 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오늘 하루를 제대로 잘 보냈다고 말도 안되는 자부심에 사로잡혔다.
그만, 마침표를 찍는 걸 잊어버리고는 노트를 닫아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