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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니버스 Jul 29. 2024

여행이 주는 힘

가지 않아도 이미 가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하는 힘

여행을 계획 중이다.

딸은 아직 중학교 1학년,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3학년이 끝나면 뉴욕을 갈 생각이었는데,

3학년이 끝나도 고등학교 공부로 시간이 없어질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아, 그냥 1학년을 마친 후 바로 다녀오기로 했다.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떠나는 여행, 길지는 않겠지만 또 다시 희망이 생긴다.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작년에 다녀왔던 파리와 스위스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어 그런지, 여행 얘기만 나오면 다들 눈이 초롱초롱해 진다.


갈까? 가자, 어디갈까? 글쎄.


난 뉴욕, 딸은 일본, 엄마는 유럽.

다들 한 취향하다보니, 의견을 모으는 회의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일단 항공 예약은 빨리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에, 난 호텔이나 세세한 것들이 정해지기 전에 전체 일정과 루트만 정해서 항공예약을 먼저하고 보자는 주의다.


사실 이때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다.

여행은 내년 1월 겨울에 떠나는 여행이지만, 시작은 여름이다.

여름에 떠나 겨울에 도착하는 여행. 이번 여행의 모토인가 보다.


여행경비가 만만치않아 유럽은 사실은 작년에 다녀온 이후로 당분간은 가지 않기로 했었는데, 유럽도 역시 후보에 나왔다.

2주가 아니라 일주일만에 다녀와야 해서, 미국이나 유럽이나 부담이 되는건 마찬가지다.

미국을 가는데 일주일이면 될까? 유럽은 또 어떻고?


이동하는데 하루, 돌아오는데 하루를 빼면, 사실 5일 밖에는 시간이 없어서 미국이라면 뉴욕에서 밖에 보낼 시간이 없고, 유럽이라면 한 도시에서 밖에 있을 시간이 없다.

일본이면 차고 넘치고 돌아와서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을텐데, 왜 그런지 그렇게 가고 싶던 일본은 갑자기 후보에서 사라지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러울 것 같아서이긴 했는데, 사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긴 하다.

요즘은 한국사람들이 중국사람들보다 더 시끄러운 경우도 종종 봐왔기 때문에, 중국사람들을 뭐라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일본은 언제든지 쉽게 갈 수 있는 나라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나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좁혀진 뉴욕과 유럽.

겨울의 뉴욕은 너무나 아름다운 트리와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브라이언트파크의 아이스링크, 브룩클린 브릿지를 넘어 덤보에 이르기 까지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하지만, 겨울의 미국 동부는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인 것 같다. 라스베가스가 있는 서부라면 모를까.

또, 1월은 모든 미국으로 가는 비행편이 비싸고 복잡한 시기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가 1월초에 하다보니,

직항은 물론 LA, 시애틀 경유, 뉴욕까지 경유하는 비행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사람들도 너무 많아 정신이 없다. 짐을 찾으려면 한시간은 족히 더 걸린다고 봐야 한다.


여름이면 몰라도 한겨울의 뉴욕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결정한 곳이 유럽, 그 중에서도 가보지 못해 항상 아쉬움이 남았던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로 가기로 했다.

베를린, 프라하, 폴란드, 터키 등 주변은 많이 가봤지만, 정작 동유럽의 중심인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는 경험하지 못해 아쉬웠다.

헬싱키에 한달을 머물 때도 베를린과 프라하를 거쳐 헬싱키로 들어갔기 때문에,

가족들은 적게 나마 동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고, 작년에 프랑스와 스위스를 다녀와서인지 유럽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매번 유럽을 가면서도 가고 싶었던 오스트리아의 빈과 할슈타트, 그리고 그 멋진 야경이 있는 부다페스트를 이번에 가기로 결정해 버렸다.

딸에게 마지막 동의를 받고 난 뒤, 나는 익숙한 듯 대한항공 앱을 열어 마일리지로 예약을 시작한다.

이제 마일리지도 다 써버려 가족 모두를 커버하지는 못하는 수준이라, 내꺼만 마일리지로 예약을 해서 좌석까지 배정을 마쳤다.


마음이 놓인다.

다음은 아내와 딸의 항공편 좌석과 결제까지 마치고 나니 이미 오스트리아에 도착한 것 같다.

매번 내가 먼저 마일리지로 예약을 해놓고나서 마일리지가 더 남는다면 가족들 것까지 같이 하는데, 조금만 차도 매번 써버려서 남는게 없다.

지난번 프랑스 여행 시에는 모든 가족의 편도를 마일리지로 써버려 거의 소진해 버렸는데, 다시 차오르기 시작해 한번을 더 쓸 수 있게 되었다.

거의 80만이 되는 마일리지를 다 써버리고 이제 겨우 2만 마일리지가 남았다.

한 사람의 왕복이 아무리 겨울이라도 그런지 15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이니, 마일리지로 150만원 정도를 세이브했다고 생각하자.


겨울이라 그런지 동유럽으로 가는 비행편은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나오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

특히, 겨울에는 비행편도 싸지만, 숙박이나 식사 등 많이 저렴해지는 편이라고 해서 더 좋았다.




비록 항공권예약을 완료했을 뿐이지만, 예약을 하고 나니 월요일 아침이 상쾌하다.

언제 그 시간이 올까하고 기다리기 보다 작년 처럼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흘렀나라고 할 것 같다.

시간만 나면 여행블로그를 보면서 ‘좋아요’를 누르고, 좋은 곳을 메모하고 있다.

그 멋진 할슈타트의 호숫가와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에서의 야경.

모짜르트와 바이든 생가도 보고, 클림트와 에곤실레의 경쟁적으로 그렸던 그 시절의 키스도 감상하겠지.


이제 남은건 가서 쓸 비용을 마련하는 것과 추억을 담을 가방을 준비하는 것, 그리고 여행을 갔을 때 느낄 성취감을 위해 더 많은 것들에 도전하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생활에 더욱 몰입감을 커질 것이고,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대할 것이다.


이것이 아직 가지않아도 선한 영향력을 주는 여행의 힘이 아니겠는가.

빨리 가고 싶다. 추워도 좋고 더워도 좋고, 음식이 맛이 없어도 좋으니 비행기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싶다.

그게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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