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면 이제 비엔나와 부다페스트로 출발한다.
3주 정도가 남았지만 이미 우리는 그곳에 가있는 것 같다. 본격적인 여행계획을 세우다보니 정말 이제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1월이라도 여전히 추울텐데 굳이 동유럽을 가야하나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워낙 사람들이 따뜻한 나라를 많이 찾을 것 같아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으로 간다는 마음으로 반대의 행보를 택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추운 계절의 유럽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눈내린 유럽의 차가운 정취를 경험해 보러 떠난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를 정말 걸어서 다닐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3개의 캐리어에 나눠 담으며...
아내와 딸은 유럽을 좋아한다. 유럽의 그 따뜻한 감성과 화려함, 찬란한 역사를 좋아한다.
난 미국을 좋아했지만, 유럽을 자주 다니다보니 이제 유럽이 더 익숙해져가고 있다. 북유럽, 동유럽, 서유럽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고, 이제 유럽의 남쪽도 물망에 올려야 할 때가 오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여행을 제대로 즐긴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가급적이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여행을 더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 경제적인 여유가 더 생기더라도, 신체적인 여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감사하고 모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까다로움을 더 장착할 것 같아 나이들어 하는 여행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뭘 먹어도 새로운 경험에 감사하기보다는 입맛에 맞는지 귀신같이 표현해 버리는 나이가 되어 버린다면, 아마도 10시간 이상의 비행부터 춥고 더운 날씨, 호텔에서의 편안함 등이 맞지 않으면 더 불평이 나올 것 같아 그 전에 더 많은 여행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작은 까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인생을 돌아보기보다, 지금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것이 더 좋다.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미 문을 닫는다고 하니 이를 달랠 수 있는 새로운 여정을 세워야 한다.
빈 오페라극장에서 매일 공연하는 뮤지컬을 볼까도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오페라의 유령이나 투란도트 같은 세기의 뮤지컬로 봐야 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포선라이즈'
부다페스트에서 오는 기차, 그리고 비엔나.
우리는 비록 반대의 여정으로 가지만, 그 낭만있는 기차와 도시를 제대로 만끽하고자 한다.
쇤부른궁전, 벨베데레궁전, 빈국립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과 슈테판대성당만 봐도 더없는 행복일 것 같다.
꼬박 하루 씩을 잡아도 부족할 것 같지만, 다행히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는 빠져 나름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프랑스와 스위스를 다녀온 우리는, 비슷한 분위기의 할슈타트와 잘츠부르크는 가성비를 따져 일정에서 뺐다.
독일만 가도 흔하게 먹는 슈니첼과 프라하에서 너무나 더운 날 먹었던 뜨거운 굴라쉬 외에는 오스트리아에서 먹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음식이라고는 비엔나커피 뿐인가라는 걱정도 한다. 다행히 비엔나에서 유명한 폭립 레스토랑이 호텔 근처에 있어 저녁식사에 대한 걱정은 날아가 버렸다.
그에 비하면 야경때문에 가는 부다페스트. 부다와 페스트 지역이 나뉘어져 있다는 것 말고는 국회의사당의 야경이 7할 이상을 담당하는 부다페스트다.
야경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국회의사당에서 세체른강 건너편의 호텔을 잡고 매일같이 야경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눈에 담기에 정신없을 비엔나여행과는 달리, 부다페스트에서는 제대로 여유있는 여정을 보내려고 한다. 세체른강, 야경과 함께....
스타벅스가 1층에 있는 호텔을 잡고 나니, 아무리 겨울이라도 전혀 무섭지가 않다. 무려 '어부의 요새'가 코앞에 있다고 하니, 그 어렵게 올라오는 다른 관광객에 비하면 에너지를 한참은 더 줄인 셈이 된다.
부다페스트에서는 또 어떤 것들을 보고 새로워해야 할 지는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내고 올 생각이다.
무엇이 되었건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