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사는 방법

회사와 회사의 사이에서 희노애락

by 유니버스

대기업 직원이었다가 지금은 다양한 것들을 통해 연명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밥을 굶는다거나 노숙을 한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바랬다면 아쉽게도 아니다. 요즘 글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대기업 출신', '대기업 퇴사'라는 글들이 많고, 나도 그래서 대기업이라는 단어로 출발해봤다.


뭔가 재수..없을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다 보니 부득이 필요한 소재라 염치를 무릅쓰고 사용하련다.


재계 4위 안에 들어가는 삼성, 현대 뺀 두 회사 중에 하나의 회사에 다녔고, 그 그룹 중에서 형님 회사라고 불리는 회사에서 20년간 일을 하다가 제 발로 퇴사를 했다.


'아, 퇴사해서 여행을 다니나?', '유투브를 시작했나?', '개인사업을 하나?'

다 아닌데 어떻게 하지, 큰일인데.


그냥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회사가 너무나 작은 회사이고, 그 회사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 왜 작은 회사로 옮겼는지는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대기업 출신'으로 시작하는 글을 통해 풀어놓는 것이 더 지루할 것 같다. 뭐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안하는게 좋겠다.


그렇게 해서 난 회사를 옮겨 지금 3년이 지나 4년으로 접어들고 있다. 때론 내 결정에 실망도 하고, 아직 '새장'안에서 때되면 밥을 먹을 수 있는 남아있는 새들이 부럽기도 하고, 어떨 땐 내가 자유로워보여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남자의 마음을 갈대라 언제 흔들릴지 모르기 때문에, 하나의 마음으로 3년, 4년을 버티기에는 연약하다.


회사를 옮기고 나서 제일 좋았던 건, 나의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과 무엇보다 월급에 의존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나 자신이 이제는 이것저것 여러가지 일들로 새로운 수입이라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만 보던 일종의 파이프라인을 잘 공사해서 지금은 각 파이프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파이프는 가끔 막혔다고 연락이 오기도 하고, 어떤 파이프는 깨져서 복구가 힘든 파이프도 있었다. 그 와중에 생각지도 못하게 파이프하나가 새로운 파이프를 낳아서 잘 살고 있기도 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단편적으로 부동산에만 투자해보고 신경을 못써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했다.


좀 더 나의 미래를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보기로 하고 나서는, 그동안 수동적으로 끌려다녔던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과감히 광야에 나가 주도적인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주도적이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맞는가라는 생각도 자주 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도 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 자신을 정의했었기 때문에 그것이 나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몸을 던졌다.


회사를 나온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하나의 회사에서 정년까지 근무하는 건 너무나 의미있는 일이긴 하다. 다만, 그 타이틀을 나는 싫어했던 것 뿐이고, 다양한 삶의 경험을 원했던 나는 안정되고 미래가 나름 보장된 삶을 버리고 변화를 추구하고자 퇴사를 했던 것일 뿐이다. 대단한 것도 아니고, 한 인간이 선택한 하나의 삶의 방식일 뿐이다.


권고사직, 명퇴, 정년퇴직이 주는 의미가 나에게는 부정적으로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돈을 좀 더 쥐어준다하더라도 그 자체가 몸서리치게 싫어했던 나는, 나의 삶을 개척해 보고자 나름의 선택을 했다. 역시 밖은 지옥이었으나, 내가 알던 그 고통스럽고 살기 힘든 지옥과는 다른 그것이었다.


오히려 벼랑 끝으로 몰아야 자신이 찾아야 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한없이 자신을 괴롭혀 하나씩 변화를 하게 되었고, 조금씩 준비되어 가는 미래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을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 새롭게 만들어져 가는 수입을 보면서 신기해 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를 또 해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월급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원하는 재산을 만들어야 한다는 집착은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중요한 사회생활의 도구이자 공간이고, 처음이긴 하지만 끝은 아닌 곳이다. 잘 경험하고, 잘 이용할 수만 있다면 아주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지만, 그 안에 갇혀있다는 생각과 때가 되면 월급을 주는 자판기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답답하기 그지 없는 곳이 될 것이기도 하다. 그 생활이 맞는 사람에게는 따뜻하고 안전한 곳이니 그 생활을 굳이 벗어날 이유도 없다.


각자의 방식으로 선택하고 생활하되, 후회없도록 적극적인 삶에의 참여가 '이전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럴 자신이 없거나 생각이 없으면, 이불을 절대 걷어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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