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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세상이 오면

by 유니버스

가전사에 다니는 후배가 물어왔다.

휴머노이드가 가져올 세상에서 가전사는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솔직히 바로 답변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휴머노이드에 대한 글을 몇 개 끄적였다보니 모른척 할 수는 없었다.


정말 휴머노이드 세상이 빠르면 5년 내에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상태까지 온다면 어떻게 세상은 바뀌어져 있을까? 휴머노이드를 업으로 하고 있는 테슬라와 보스톤다이나믹스, 피규어 AI 등 많은 로보틱스기업에서는 미래를 어떻게 보고 휴머노이드에 집중하고 있을까?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할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인간이 해왔지만 대체할 수 있는 일, 세상에 그동안 없던 일 등 많은 일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 일에서 휴머노이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까 아니면, 휴머노이드가 중심이 되어 생활하면서 인간이 오히려 이것을 지원해나가는 세상을 그리고 있을까?


조금 더 쉽게 한번 더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면, 로보택시를 이용해 무인배송을 하고자 하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자.


오토바이, 자동차를 이용해 배송하던 일은 '실제 택시로 쓰고 있지 않은' 로보택시를 이용해 배송이 필요한 곳까지 이동한다. 라스트마일(Last miles) 배송을 위해 가장 말단에서는 집앞까지 배송을 해야 하므로, 뭔가의 손이 필요하고, 이때 집에 있는 휴머노이드가 있다면 그 휴머노이드가, 그렇지 않다면 같이 로보택시를 타고 이동했던 휴머노이드가 집 앞까지 배송을 하게 된다.


드론으로 배송하는 것 차이가 있는건가? 배송 자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드론과의 차이는 그다지 없어보인다. 왜냐하면, 로보택시로 배송하는 것은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의 주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정으로 들어가 휴머노이드가 가사일을 돕는 것을 상상해 보자. 요리를 하는 것은 너무나 생각하기 쉬운 시작이 될 것이고, 청소, 세탁, 쇼핑 등이 주요한 일들이 될 것 같다. 우리가 쓰던 냉장고에서 요리를 위해 식재료를 찾아내는 것부터가 난관일 것이고, 물과 불을 다루어야 하는 요리들에 있어서 계속된 난관들이 예상된다. 재료손질, 팬과 인덕션 등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기다리기 지루한 젓기와 팔에 힘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웍질은 아마도 휴머노이드의 몫이 될 것이다.


청소할 때도 원래 있던 청소기에 대한 동작법을 인터넷에서 알아서 다운받아 1초만에 인지할 것이고, 냉장고, 세탁기 사용법도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사람이 하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할지는 학습 후의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가전의 모습은 점점 달라져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휴머노이드 세상으로 인해 집도 바뀔 수 있고, 자동차도 바뀔 수 있고, 가전과 주방기구까지 모두 바뀔 수는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새로운 고객은 휴머노이드가 될 것이고, 휴머노이드로 세상을 휘어잡은 'Zero to One'의 주인공이 될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의 초거대 고객이 될 것이기 때문에,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더이상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희소식을 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더이상의 UX는 음성이나 동작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나 자신이 하나의 UX'가 될 것 같다.


당장 바뀌는 건 없겠지만, 서서히 그러다가 한번에 바뀌는 세상이 올런지는 아직은 감이 오질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로보택시가 출시했고, 휴머노이드는 준비 중이고,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와 있기 때문에, 미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던 상상이라는 단어보다는 '그래서 정확히 언제'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는 시대가 왔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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