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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은 왜 떨어져 있어야 하나?

보이지 않는 가전

by 유니버스

최근 가전사에서 홈로봇을 통한 가전과의 소통과 정보 수집을 통해 맞춤형 제안과 함께,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스로 학습하고 미리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대거 선보이는 것 같다.


좋은 방향을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고, 당연히 그렇게 발전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과 같이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보택시, 피지컬 AI 시대가 아니라면, 그렇게 방향을 잡는 것은 매년 전략에 반영하기에 충분한 방향성인건 맞다.


가전은 항상 가전이 있는 자리에 있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가 교체가 되어도 그 자리에 있는다. 가끔 가전들이 하나둘 합쳐져 세탁기와 건조기가 세탁건조기가 되기도 하고, 오븐과 전자레인지, 전기레인지가 합쳐지면서 아일랜드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오늘 아침 기사를 보니, 이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쇼에서 LG전자가 걸레받이에 설치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를 처음 선보이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올렸던 '보이지 않는 가전'이라는 맥락과 비슷하게도, 그동안 자랑거리였던 가전은 가전 본래의 목적만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맞게 다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본질에 점점 맞아보인다.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알아서 해야 하는 시점에, 로봇청소기의 스테이션이 오히려 청소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니, 아래의 스테이션이 아니라 위에서 무선 충전할 수 있는 스테이션을 만들었다면 걸림돌에서 제외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가끔해 본다.


여전히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 그마저도 자리가 없어 옷방에 설치해야 하는 건조기와 스타일러, 그나마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빌트인처럼 가구와 어울리게 디자인되어 핏하게 맞아떨어진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로 그냥 그렇게 냉장고가 있는 자리, 세탁기가 있는 자리, 청소기가 있는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는 듯 했다.


시대가 바뀌고, 건축물도 진화하고 있고, 주택과 아파트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반드시 있어야 할 공간에 가전이 꼭 있어야 할까?


왜 굳이 가전은 따로 떨어져서 불필요하게 무선으로 서로 연결을 하면서 앱을 사용해 켜고 끄고 분석을 해봐야 할까? 그냥 같이 모여 있으면 안되는 걸까?


아일랜드식탁과 같은 도전정신으로 만들어 낸 세탁건조기까지 좋았으나, 여전히 이리 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녀야 하는 가사노동을 한 곳에 집약해 놓으면 반경 2m 내에서 모두 해결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아파트도 이제는 그렇게 '가전벽 (Appliances Wall)'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세탁과 건조가 함께 일어나면, 반드시 베란다에 있어야 할 것도 아니고, 방과 방을 꼭 벽만으로 채울 필요도 없어보인다. 주방과 옷방을 같이 연결하는 가전벽을 시공하면, 냉장고, 세탁건조기, 스타일러와 청소기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을 수 있어 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작업들을 끝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냥 해 왔으니까 그냥 그렇게 한다는 관점을 넘어서, 이제는 건축물과의 조화를 이뤄 굳이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상태를 점검하지 않아도 직관적인 소통이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해 나간다면, 훨씬 더 신선한 가전의 세상을 맞이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관성에 젖은 혁신은 혁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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