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혁신적이라고 얘기하는 테슬라, 그 테슬라가 가고 있는 길이 혁신의 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하지 못할 거라고 하는 목표를 세우고, 한발 두발씩 나아가고 있는 우직한 기업, 그 기업을 따라가지 못해 시기 질투하는 또 다른 기업들을 보면서, 혁신의 길은 참 외롭구나라고 느껴진다.
미래 가전이라는 주제로 글을 여러차례 올리다보니, 가전의 미래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게 되고, 여러 뉴스를 통해 접하는 가전사들의 방향성들을 보면서, 예측했던 미래와 맞아떨어지는지 맞춰보는 즐거움을 갖게 된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은, 과연 가전사들은 미래를 어떻게 그려놓고 달려가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현재의 기술에서의 한 단계 높은 발전을 추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미래에 변화될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놓고 머리가 깨질 듯이 고뇌하고 있는가.
인공지능이 거의 목 끝까지 차올라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저 모든 가전에 인공지능으로 예쁘게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이 급급한 것인지, 조금 더 나은 효율과 편리성을 위해 인공지능을 중간 도구로 쓸 뿐인지를 고민해 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여러가지의 시도로 새로운 폼팩터에 도전을 하고 있지만, 녹아들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어 쉽게 도전을 한다고 해서 수용되는 것이 아닌 건 이해가 된다.
인공지능으로 가전의 제어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알려주고, 이를 서비스와 연결해 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음은 분명하다. 각각의 제품이 따로 놀던 시대를 지나, 하나의 기기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모든 가전을 제어하고, 상태를 확인하며, 나의 상황을 인지해 그에 맞게 움직이는 훌륭한 가전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마, 휴머노이드시대가 와도 당장은 가전과의 소통을 통해, 기존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 같다. 아직은 그 플랫폼이 좀 더 많은 네트워크를 차지하고 있고, 생태계를 즉시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 가전, 자동차과 소통하면서 정해진 룰에 맞추어 나가는 형태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테슬라가 하고 있는 전략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테슬라는 앞으로 플랫폼을 넘어 생태계가 될 로봇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휴머노이드와 자동차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버렸다. 가장 큰 전략인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를 앞세워, 생태계 자체를 주도하는 전략을 택했다. 하나의 휴머노이드가 자동차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휴머노이드에 맞출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자동차가 결합된 로보택시를 필두로, 모든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몇만대, 몇백만대로 계속해서 보급이 늘어난다면, 이제 휴머노이드가 그 생태계의 핵심이 되고, 인간 주변에 있던 기기들은 휴머노이드를 중심으로 재배치될 것 같다.
항상 곁에 있던 것들을 이제는 없애버리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나타나는 시대로 세대를 전환해 나가고 있음도 놀랄 만하다. 그동안 내가 알던 위치에 있던 자동차가 이제는 그 위치에 없더라도, 내가 찾아가지 않고 나를 찾아오는 진정한 인간중심(Human Centric) 설계가 현실화되어간다.
현재의 시대에서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스마트폰의 시장도 재편될 지 모른다. 그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기에 네트워크 효과가 생기는 것이고, Selling Power 또한 커지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겠지만, 핵심은 어떤 생태계를 보고 그것을 주도하려고 하느냐에 대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내가 원하는 상태로 되어있지 않은 집에 도착하는 순간, 또 다른 일들이 기다린다. 이 일들 중 일부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여전히 진행 중인 것도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과거에서, 조금씩 진화해 여러 일들이 이미 완성되어져 가는 것도 큰 변화의 일부인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이 개입할 수 밖에 없는 노동의 영역, 그 노동의 영역을 없애고 대처하기 위해 결합과 분리, 인공지능 등이 활발히 쓰이고 있다.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세탁기와 건조기는 이미 합쳐져 세탁 후 건조라는 추가 노동은 없어져간다. 청소기는 혼자서 돌아다니며 일을 하지만, 아직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음식을 하기 위해 장을 봐야 하던 일도 배달과 미리보기 등으로 조금씩 줄어가며 정말 미세하게 삶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큰 발전과 혁신, 비슷한 어감이지만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느낌이 온다.
그 남은 노동을 없애기 위해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이 2차원의 세계, 3차원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돕기 시작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늘 그렇듯, 3차원을 넘어 시간을 넘나드는 4차원까지 경험할 수도 있겠다 싶다. 안타깝지만, 경제적 수준이 남은 노동을 감뇌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나 그랬다.
새벽배송, 세탁서비스, 청소서비스, 구독 등의 서비스들도 추가적인 노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비록 추가적인 비용지불이 불가피하지만, 밖에서 근로소득을 더 올리려고 노력하는 수고로움을 감뇌하더라도, 노동과 소비를 맞바꾸고자 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난다.
미래의 가전은 사실, 그 형태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하지만, 미래공상과학 영화를 보더라도 세탁기는 여전히 있고, 냉장고 안에서 음료를 꺼내드는 모습은 항상 존재한다. 굳이 사라질 필요가 있을까?
그 사라진다는 의미는 물리적인 형태의 변화로 눈 앞에서 사라져가고, 다른 것들로 인해 가전에의 접근빈도가 점점 줄어들며, 항상 하던 행동에의 변화가 생긴다는 말이 더 맞겠다.
지금의 50대가 100세가 될 때까지, 50년의 시간이 지날 터인데,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더라도 냉장고는 음식을 보관하고, 오븐에서 조리하는 음식을 먹고, 집에 가면 세탁기를 돌려야 할까?
참 어려운 것 같다. 왜 이런 고민을 하는건지 조차도 모르겠다. 세탁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세탁기를 만들다가 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새로운 형태의 재질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세탁하지 않아도 되는 옷을 개발한다면, 세탁기는 필요없게 되거나 최소한 물로 세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진공포장의 보편화로 냉장보관해야 하는 음식이 사라진다면, 굳이 냉장고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청소가 필요없는 건물의 바닥구조와 로봇들이 넘쳐난다면, 굳이 왔다갔다 끌고다니며 청소하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시간이 지나면, 예전에 선풍기나 부채를 쓰던 시대에서 에어컨이 나왔듯이, 석빙고나 빗자루, 빨래판이 세탁기나 냉장고로 바뀌었듯이, 모든 것들은 형태와 기능, 경험을 달리하게 마련이다.
테슬라는 자율 주행과 휴머노이드에 집중한다고 했다. 그 말은 그냥 소프트웨어를 하나 만들고, 로봇을 하나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알아서 자동으로 움직여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고, 테슬라는 거기에서 많은 돈과 더불어 새로운 것으로 또 진화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재편되는 생태계와 경험들, 그 변화의 선상에 있는 가전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여전히 움직이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으로 짧은 보폭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강조할 게 아니라, 획기적인 생태계의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돈을 버는 가전이든, 가전으로 만들어진 집이든, 먼저 움직이는 가전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