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낭만에 취하다

by 유니버스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눈수술 이후 3개월간 운전을 못한다고 하니, 운동 겸해서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탄다. 서울에 있을 때는 지하철, 버스를 번갈아가며 여의도로 출근을 했지만, 자차를 이용하다보니 버스타는 것도 어색해진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비록 복잡하고 시달리고 기다리고 하긴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나쁘지 않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탔을 때 앉아서 오는 경우에 한해서일 것 같긴 하지만, 오히려 좋기도 하다.


한달동안 버스를 타며 아침마다 뉴스나 음악을 듣고, 퇴근할 때에는 어김없이 음악을 듣는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벌써 어둑해지는 바깥 풍경을 보면 마음이 급해진다. 버스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다.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고, 조금이라도 빠른 버스를 타려고 애쓰는 모습이 어색하기도 하다.


좋은 자리를 물색하고는 앉아 음악을 듣는다. 어울리지 않게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곡, OST를 듣는다. 이미 창밖에는 어둠이 내려 노란 조명들이 차장에 뭍고, 음악에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치민다.

낭만이 있어보이기도 하고, 가끔 슬픔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나쁜 기분으로 감싸이지는 않는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버스 안에서 여러 사람들을 보자니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되었다니 시간이 빠르다. 아이가 저렇게나 빨리 크다니 좀 더 신경을 써야 겠다. 많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항상 유쾌하고 씩씩한 아내에게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들이 많이 들지만, 집에 들어서면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 리셋이 되어 티격태격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낸다.


왠지 버스가 만들어준 것만 같은 이 낭만은, 나를 더 나이많은 사람으로도, 아주 어린 학생으로도 만들어주는 듯하다. 이런 저런 생각도 많아지고, 다시 나를 돌아볼 수 있고,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고, 다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참 소중한 시간이다.


자차는 두달동안 운행을 안했더니 타이어와 배터리에 경고등이 떠있다. 운동을 안하면 에너지도 없고, 다리도 부실해지는 우리 삶과 같아 보여 짠하다. 다시 운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가끔 버스를 이용할 것 같다.


그 낭만에 취하기 위해, 또 나의 인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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