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과 올라가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by 유니버스

바야흐로 퇴사시즌이자 퇴직시즌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승진시즌이 도래했다.


나가는 사람들 환송회와 더불어 승진한 사람들의 축하연이 동시에 벌어지는 기이한 풍경이다. 한 두해 겪는 것도 아니지만, 그 열정적이던 무리에서 벗어나 지켜보는 3자가 되니, 안도감과 더불어 상실감을 동시에 느끼는 기이한 심리상태를 갖게된다.


퇴직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연락을 해오면서 밥한끼를 하자고 하고, ‘그동안 연락도 없던’ 승진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메세지로 승전보를 알려온다. 궁금한 사람은 연락을 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사람은 그렇게도 바득바득 연락을 해온다. 능력없다 느껴졌던 사람들이 승진할 때면, 회사도 이제 수명이 다 되어가는 구나 생각했지만, 역시 회사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서서히 그 경쟁력을 잃을 뿐이겠지만.


퇴직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화넘어로 ’한숨섞인 말투로‘ 이제 좀 쉬어야 겠다고도 하고, 그동안 못했던 여행을 한다고 한다. 그 중에 발빠른 사람들은 이미 갈 자리를 정해놓고 출근을 몇 일해보고 그 일에 흠뻑 빠져살기도 한다. 역시나 영업의 대상이 되어버린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얼버부리며 전화를 끊는다.


그렇게 증오하던 ‘사람을 피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나도 그렇게 대접받았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애써 경제적인 여건과 자유로운 시간을 들먹이지만, 전장에서 땀흘리며 싸우던 그때가 그리워져 ‘시간과 돈’은 그저 불필요한 변명거리가 될 뿐이다.


‘결국은’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직장인들이지만, ‘나는 아니야’라고 언제나 쉴드를 치고, 항상 위만 쳐다보게 된다. 승진시즌이 되면 퇴직하던 사람을 걱정하던 마음과 그 모습에 빙의하던 자신은 온데간데없고, 한없이 위를 쳐다보며 자신의 다음 모습을 그려보고 있다. 그게 영원하든 영원하지 않든 그게 중요한 순간이 아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누구여야 하고, 어떤 사람이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바라봐줘야 한다는 것이 절실할 뿐이다.


다 부질없다는 얘기보다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 그 자리에서 즐기는 사람이 모든 걸 내려놓고 내려올 때 훨씬 홀가분하고 아쉬움이 덜하다. 퇴직은 나이가 되어 당연히 한다고 생각하고, 퇴직 후의 삶을 미리 준비해 보면 되는 것이다. 술자리 한번, 골프 한번을 빼먹고 조용한 주말에 까페나 도서관에 가 책을 펴놓고 명상에 잠겨본다. 뭐 하나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당장이라도 현실을 도피하고 싶지만, 언젠가는 마주할 그 모습을 하루라도 빨리 마주해 익숙해지는 것만이 땅을 치고 후회할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여줄테니.


퇴직과 승진의 순간을 겪어본 사람들은 아마 다 알 것이다.

승진이 덧없지 않았고, 퇴직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부끄러운 것은 승진의 순간에 한없이 즐거워하지 못했던 것과 준비한 것이 없어 퇴직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라는 것.


퇴직한 사람과 승진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부러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겠지만, 그 당사자가 본인이 된다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덜 괴로운 시간에 나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제일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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