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는 퇴근 후 집에 와서도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설겆이도 하고, 아이 간식도 챙겨주고 반찬도 만든다. 그러고 나서는 침대나 책상에 앉아 슬며시 아이패드를 연다. 나와 눈이 마주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ChatGPT, 제미나이와 한바탕 재미난 대화의 장이 펼쳐진다.
사주를 재미삼아 보고 난 뒤, 그 사주를 인공지능에 넣어놓고, 매번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상담을 한다. 아이가 갑자기 기분이 안좋아져 있거나, 공부를 안할 때, 태도가 조금 바뀌었을 때, 남편의 '경제적' 미래가 궁금하거나 본인의 커리어와 재물운에 대해서 신나게 상담을 한다.
이제 사주는 모두 섭렵을 했다. 아마 주변에서도 챗GPT로 사주들을 많이 보는지, 서로 대화들이 통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서로의 사주보는 방법의 완성도를 높여가기 위해 자신들의 경험을 서로 경험을 주고받고 있다.
하루는 손금을 봐준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이미 딸과 아내는 손금으로 인생 전체를 한번 쭉 훑은 상태였다. 손금을 봐준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걸텐데, 그동안 시도해 보지는 못했었다.
결과는 뻔했다. 일단 손금을 넣고 기다리니 내가 알고 있는 결과들이 나왔고, 표정을 숨기고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오~' 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그동안의 역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손금풀이에서 얘기하는 것들은 우리가 예상했듯 다 들어맞는다. 들어맞지 않아도 다 들어맞는다. 아닌 것 같은데 맞다.
손금은 역사, 미래는 없다.
재미로 보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돌아보면 인생은 부지런한 사람의 몫이고, 부지런함이 만들어내는 과거와 미래가 희망적이다. 손금을 들여다 보며 고민하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굴려 부지런한 생활을 해보는 것이 제일이다.
이렇게 또하나의 직업이 사라지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