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열고 지갑은 닫아라

by 유니버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고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주변에 그걸 실천하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다.


오히려 예전보다 나이가 들수록 말은 많아지고, 지갑은 더 굳게 닫혀있다. 아마 지갑을 안가지고 다닐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다. 계산할 때가 되면 끈도 없는 신발을 부여잡고 끈을 묶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이가 들면 왜 말이 많아질까 생각해보니, 외로움도 한몫하겠지만 결국 자신의 자존감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잊혀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크지 않나 싶다.


나이가 더 있으신 대부분의 주변분들은 달변가들이다. 대부분 잊혀지기 싫어하시는 '왕년에 날리던' 분들이시다. 나도 저 나이가 될텐데 걱정하는 이 순간에도 나도 요즘 말이 많아진다는 걸 느낀다.


입을 막아보려해도 새어나오는 쓸데없는 잔소리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훌륭한 노하우'가 아니라, 굳이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수 있는데 괜한 노파심과 존재감을 뽐내기 위한 것이 되어버린다. 어른들 말 들어서 잘못될 일은 없다고 하지만, 요즘은 어른들 말보다 더 좋고 안전한 도구들이 너무나 많아진 세상이다.


특히, 투자와 관련된 것들은 절대 어른들 말을 행동으로 연결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직접 공부해 보고, 인공지능으로 학습도 해보면서 돌다리를 두드리다보면 좋은 길이 열리고, 좋은 길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경험에 잘 축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것보다 그저 지켜봐주는 것이 좋은데 그게 잘 안된다.


자랑이 하고 싶어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 나이든 사람들만 하는 특이한 행동은 아니다. 아이도 칭찬받기 위해 자랑을 하고, 승진한 직장인들은 그동안 연락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여기 저기 연락해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경험많고 자랑할 거리가 많은 어른들은 오죽할까.


돈자랑, 자식자랑, 집자랑, 아내자랑, 이제는 취미생활을 하면서도 자랑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쩔 수가 없다.


자랑하는 건 자신의 고유권한, 하지만, 피해주지 않고 듣기 싫어하면 바로 화제를 돌려야 한다는 걸 잘 알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해주고 싶은 말은 많겠지만, 대화의 양은 전체 50%가 넘지 않도록 서로 잘 조절하면 더없이 좋은 조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많은 조언을 해주고 싶다면, 소중한 시간을 나에게 할애하여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지갑을 왕창 열어두고 밥도 사고 술도 사고, 선물도 사주면서 신나게 얘기를 해야 한다. 얻어먹는데 말까지 많으면 아마 서서히 연락을 피하는 모습을 은연 중에 느끼게 될 것이다.


입은 열고 지갑은 닫아라


내 주변의 사람들이 밀물처럼 쓸려나가 아무도 없는 외로움을 경험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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