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행 고속열차를 타고 공항으로 달려가는 길. 창밖으로 겨울풍경이 부서진다. 따뜻한 실내에서 차가운 밖을 보는 건 행복한 일이다.
마음 한켠에는 무거움과 설레임이 공존한다.
이럴 때는 꼭 글을 쓰고 싶어진다. 만약 공항행 열차 안에서도 일을 한다면 너무나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여행과 일을 같이 한다는 건 어쩌면 멋져보일 수 있지만, 두가지 다 온전히 제대로 할 수 없음은 어쩔 수 없다.
여행을 떠날 때가 되면 항상 아이패드를 챙겨가게 된다. 비행이 짧아도 좋고, 길어지면 더 좋다. 영화를 봐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는 글쓰기로 채워나간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들이 빈공간을 채워가면서 다시 읽어보지도 않을 글들을 마구 써내려간다. 토해내듯 던져낸 글들은 어느덧 앞뒤가 맞아들어가며 이야기가 되어간다.
여행의 시작과 끝을 소상히 밝히는 여행기는 차고 넘치고 지겨울 정도이지만,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과 여행이 필요한 감정을 제대로 연결해 주는 글들은 찾을 수 없다. 즐기기 위한 여행도 소중하지만,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여행도 지금 이 시대에는 목마르다.
여행을 얻어낸 글들은 언제 쓴지도 모르게 수첩에 박혀있던가 나의 블로그에 올라가 있다. 다시 보면 낯뜨거울 정도이지만, 그때의 진심은 어느 때보다 절절하고 소중하다. 글을 쓴다는 것이 뭔가 대단한 작업 같아 보였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그 어렵던 작업도 시작을 쉽게 해내게 만드는 신기함이 있다.
글을 쓰고 싶다면 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나면 글이 하나 만들어진다.
어쩌면 여행은 즐겁지만, 외로운 것이라 글을 통해 위로받고 토로해 내는 것은 아닐까.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편안한 몸과 머리를 갖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어 보인다. 그게 나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