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삿뽀로에 있는 호텔이다. 커튼을 열어 젖히니 창 뒤로 옛 도청사가 보인다. 밤사이 또 눈이 소복이 내려 앉았다.
아침 일찍부터 여느 도시와 깉이 삿뽀로도 비쁘게 시작한다. 하지만 눈의 도시답게 바쁘지만 느리다. 하얗게 내린 눈 위로 차들이 예쁘게 나아간다.
너무나 정신없이 보내던 일상에서 벗어나 나는 삿뽀로에 와있다. 극성수기라 그런지 입국하는데만 한시간은 걸린 것 같다. 한국사람이 태반이라 그런지 왠지 낯설지않다.
와보고 싶었던 이 도시를 드디어 와보는구나. 삿뽀로역에서 가까운 호텔이라 접근성은 좋지만 공항에서 오기는 쉽지않았다. 공항에서 괜히 점심을 먹는다고 여유부리다가 공항열차도 여럿 보내고 나니 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벌써 4시가 되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체크인 후 바로 스스키노역에 가서 니카상을 보는둥 마는둥하고 다시 삿뽀로역 근처 백화점으로 왔다. 아침도 점심도 대충 건너뛰다보니 허기져서 웨이팅도 하기 싫어졌다.
삿뽀로는 겨울에만 와봤지만 정말 겨울이 아닌 이 도시를 상상하기는 힘들어보인다. 극성수기라도 눈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작년 겨울 눈없는 부다페스트의 매섭고 강렬한 바람, 제작년 여름, 더위와 추위를 고루 느끼게 해준 양면의 스위스에서의 경험과는 다른 따뜻한 도시를 느낀다.
가족들은 이미 삿뽀로와 사랑에 흠뻑 빠졌다. 가는데마다 키높이 정도의 눈을 보며, 영하 10도를 경험하더라도 이리저리 사진 삼매경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그동안 공부에 힘들었을 딸의 얼굴에는 보조개가 없어지지 않는다.
겨울, 너무나 추워 다들 따뜻한 곳을 찾지만, 추위 속에서 따뜻한 도시의 불빛, 차가운 얼굴에 따뜻한 미소를 지닌 이 삿뽀로가 나는 참 좋다. 추워도 다시 한번만, 눈의 도시 삿뽀로에 왠지 자주 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