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를 떠나며

by 유니버스

겨울의 삿포로는 정말 아름답다.


누가 '여행은 어땠어'라고 물어온다면, 죽기전에 아니 지금 당장 삿포로로 떠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눈을 떠보니 삿포로였지만,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삿포로에 대한 사랑이 더 커져만 간다. 그 사랑에 추위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매일 눈보라가 휘날리는 밤을 맞이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뜨거운 노천탕에서 하루의 피로를 녹인다. 한 손에 '삿포로 클래식'이 들려있다면 최고겠지만, 그건 따뜻한 방안에서 차가운 창문 밖을 보면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아침의 출근인파 속을 여행객들은 헤쳐나간다. 지하도는 넓고 고요하다. 고급스러운 매장들과 지하철 역으로 연결되지만, 어느 도서관보다 정숙하다. 수천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오고가는데도 불구하고, 조요하다 못해 고요한 이 거리는 내가 정말이지 사랑하는 진풍경이다. 이래서 나는 삿포로를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친절하고 조용하다. 일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음식 이외에도 사람들을 좋아한다. 조용하고 배려심많은 친절한 사람들을 너무나 좋아한다. 비매너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일본이 좋아진다. 그 중에서 눈내린 삿포로는 대도시와는 어울리지 않게 복잡하지만 고요해서 참 좋다. 고급스러운 건물들 사이 6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눈이 쌓인 거리, 그 옆을 미끌어지지 않고 달리는 자동차들과 사람들.


이래서 한국사람들이 겨울에는 삿포로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다.


작은 버스로 주변에 있는 도시로 이동한다. 비에이, 오타루.

그렇게 가고 싶어도 못가봤던 조잔케이 온천과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 그루 서있는 비에이, 굳이 이런 데를 왔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씻어버리게 만드는 숨막히는 풍광들. 미스터 초밥왕이 시작된 오타루의 역사를 들으며 시작된 투어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작은 도시이지만 그 도시가 갖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도시가 자랑하는 건물들과 음식들은 사랑에 쉽게 빠지는 사람들을 매일같이 유혹하고 있다.


이 두 도시를 합쳐도 삿포로의 매력을 이기지는 못할 것 같다. 옛 도청사 위에 내린 눈을 매일보며 일어나고, 그 위에 또 쌓여가는 눈을 보며 잠을 청했다. 언제 아침이 왔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도시의 거리를,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은 미끄러지지도 않고 빠르다. 소복이 쌓인 눈, 그 사이를 피해가는 출근길의 직장인들을 보며 조식을 먹는 기쁨은 누구나 바랬던 모습일 것이다.


내년에도 겨울이 오면 이 삿포로가 너무 그리워질 것 같다. 어딜가나 한국사람들이 많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서로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이 일본여행과 어울린다. 삿포로의 눈은 뽀드득, 뽀드득 그 자체다. 몇십년 전에나 느껴봤을 그 부드러움 속에 강인한 뽀드득을 일본에서 다시금 느껴본다.


삿포로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그냥 삿포로로 떠나면 된다. '비용을 신경쓰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지금 떠날 수 있으면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 우리에게 삿포로행 여행이 허락될 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 이 삿포로를 이제 떠나며, 꼭 또 다시 이 도시를 찾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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