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에 열광하라

by 유니버스

최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국가과제를 비롯해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한가지 중요한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너무나 보편화되어가고 있는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인가라는 본질에 집중하게 되었다. 기존에 하던 것을 인공지능을 통해 조금 더 편하고 똑똑하게 해내는 것이 답인가라는 편협한 기획에서 벗어나 전체의 맥락과 스토리를 다시금 만들어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인공지능 기업들이 파괴적인 혁신을 거듭해 나가고 있고, 기존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15년 전, 스마트 가전에 심취해 있을 때, 밤낮없이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는 즐거움으로 없는 기술과 인력으로 ‘0’에서 부터 시작했던 일이 생각난다. 인공지능이 ‘제대로’ 없던 시대, 어떻게든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 대기업에서 기획해 낸 아주 당연한 기술발전의 스토리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도 역시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과 ‘쓸데없는 투자’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참 많이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가전제품을 앱으로 제어하고, 데이터를 모아 맥락을 이해하고 개인의 취향을 유추하면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취향과 환경에 맞는 것을 먼저 제안하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이제는 더 큰 꿈을 꿔야 하는 시기가 왔음에도 여전히 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건, 어떤 맥락과 스토리를 갖고 시대를 읽어야 한다는 능력이 없다는 것과 같아보인다.


국가과제를 하면서도 인공지능을 당연시 붙이기만 하지, 인공지능이 어떤 역할을 할건지, 인공지능보다 더 상위단계의 스토리는 어떻게 할건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잘 없어보인다.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겠지만, 기획의 중요성, 철학과 본질의 중요성이 크게 다가온다. 왜 철학, 인문학이 그토록 파괴적인 힘을 갖게 되는 것인지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최근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를 읽으면서, 눈 앞에 그려지는 전투와 배 위에서 벌어지는 사투들이 눈 앞에 떠오른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일본어 능력시험을 공부하면서 일본의 여러 장면이 떠오른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져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해보면 너무나 신나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스토리를 제대로 만들어내야 그 다음이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과 얘기를 하다보면 내가 하는 질문에 따라 인공지능은 따라 움직임을 알 수 있다. 큰 스토리를 전제로 해서 대화를 이끌어나가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 답도 이끌지 못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팔란티어가 자랑하는 온톨로지를 공부하다보면 그 객체들간의 관계를 정의 함이 가장 큰 역량임을 깨닫게 된다.


지금 ‘기획을 해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딩 공부를 하고, 단순한 기술의 확장을 제한된 영역에서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스토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더 깊게 흔들어놓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말이되고, 듣기만해도 가슴설레는 그런 스토라라인이 없이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명령을 주고 받고, 단순하게 움직이는 로봇들을 제어하는 것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 좀 더 철학적이고 인문한적인 시각으로 과학을 같이 바라본다면 ‘가끔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현실이 되는 소름돋는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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