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건지 긴장한건지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때문인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때문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밤잠을 설친 건 분명한 것 같다. 아침에 눈뜨고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가 이렇게 싫은 적이 한두번은 아닌데, 오늘따라 더하다.
생각보다 장거리 운전과 저녁에 있을 수업들이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다행히 캠퍼스는 가장 번화한 캠퍼스가 아니라 조금은 한산한 곳이라 차가 막힐 것 같다는 두려움은 덜어놓았다. 지도교수님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어리신 분이라 먼저 연락드리기가 여간 쑥스러운 것이 아니다.
개강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소모임과 주차안내, 학번안내 등이 부산하다. 내가 정말 소속되어도 되는 곳인지 전혀 감도 오지 않고, 어색하기 이를 데가 없다. 나이가 들어 박사과정을 시작하다보니, 첫수업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가장 연장자이시네요’라는 말을 제일 듣기 싫은데, 오늘이 그날이 되긴 죽어도 싫다.
저녁 7시부터 수업이라 업무를 마치고 출발하면 시간에 늦지는 않을 것 같다. 다행히 퇴근시간을 조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상황이라, 이때가 아니면 박사과정에 도전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도전이라는 걸 할 순 없지만, 지금이 바로 그 때라는 건 우리 가족 모두가 아는 사실인 것 같다.
딸의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불철주야 신경을 쏟아붓고 있는 아내와 나, 딸이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를 가서 아빠 학교를 마치고 난 뒤 같이 데리고 온다는 거창한 플랜을 세우고 있다. 마음같진 않겠으나, 마음만 먹으면 어디 안될게 있을까라는 다소 오만한 생각도 가끔 해본다. 아니 매일, 매시간 한다.
석사를 하는 친구들과 함께 듣는 수업이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듣는 수업이라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나름 석사 하나를 경영학으로 채우고 누구나에게 주는 성적은 잘 받았지만, 매일 사람과 만나서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기간이라 공부한 내용은 당연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하고 계속해서 미루던 연구주제도 아마 곧 확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올건데, 괜히 또 일본어 단어만 주구장창 외우고 있다. 그렇게 외워지지 않던 일본어 단어들은 해야할 일만 생기면 왜 이리 잘 외워지는 건지 모르겠다. 50대가 되면 다들 그림을 배우고, 악기도 배우고, 등산, 골프 등 취미생활에 매진하는데, 눈도 침침해지는 이 시기에 공부를 한다는 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 자꾸만 생각나는 건, 아직 제대로 고생을 안해봐서이지 않을까 자책해 본다.
첫 수업이 지나고나면 이제 현실로 다가올 캠퍼스 라이프, 무리없이 잘 흘러가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