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by 유니버스

메시지가 오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수강신청기간에 대한 안내가 턱하니 나와있다.


다행히 신청기간이 지나지 않아 조심스럽게 읽어내려간다.

가장 최근에 다닌 학교가 2017년이었지만, 이미 정해진 커리큘럼으로 다닌 과정이다보니 수강신청이라는 과정은 정말이지 25년만인 것만 같다. 등록금을 납부할 때부터 떨린 손이 수강신청을 하면서 더 떨린다.


어떤 과목을 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을 알고 있고, 밤 10시까지 진행되는 수업을 매주 3일, 4일 들어야 하기 때문에 직장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큰 결심을 하지 않으면 중간 중간 고비를 맞을 수 밖에 없다.


그런 결심을 지금 하기에는 이미 늦은 걸 알기에, 그나마 나에게 맞는 시간을 찾아본다. 눈치게임이 있을걸로 생각하고, 수강신청 오픈 하는 당일 자정에 들어가 신청을 했는데, 아무도 신청을 안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몰리는 학부 교양수업이 아니라서 그런지 널널하기만 한데 괜히 혼자 걱정하며 자정까지 기다린 것이 내심 부끄럽기도 하다.


졸업학점을 위해서는 42학점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을 해야 하는데, 첫 학기부터 열을 내기에는 아직 워밍업이 안되어있는 상황이다. 3과목을 일과 최대한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화, 금, 토로 시간표를 잡았다. 반강제적인 불금 회피전략, 토요일에도 성실하다는 자기만족, 월요병을 피하기 위한 사투 정도로만 이해하면 다행이다.


신청을 다하고 나니 뭔가 찜찜하다. 요일을 잘못 잡은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기도 하고,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다. 아마 오랫동안 해보지 않아 마치 처음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수강신청은 끝냈으니 입학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경영학 석사를 하긴 했지만, 같은 경영이라도 인정되는 과목이 없어서 그런지 지금으로서는 졸업학점을 몸으로 때워야 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쉽게 하는 공부는 언제나 쉽게 잊혀지고, 그 가치를 잃어버리는 법이니, 좀 더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멀리 보고 길을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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