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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니버스 Sep 25. 2022

낮술, 그 달콤함의 유혹


오늘 너무나 즐겁게도 내가 좋아하는 동료들이 나를 찾아주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나를' 아니라 이 곳을 찾아주었다.


난 모든 걸 접고 오늘 오후를 헌납하기로 약속하고, 

일찌감치 노트북을 접어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래, 지금이다. 출격의 시간이다.


오늘은 낮술의 감이 온다. 오늘은 그냥 나를 던져 버리자.


정말 오랜만에 만난 임원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그간의 피로를 씻어 버렸다. 

사실 피로보다는 궁금증이겠지만,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묻지도 않은 안부에 대한 답을 찾았다.


식사를 하는 중에도 모두 서로의 얘기를 하면서, 공감을 한스푼, 역정도 한스푼 같이 보태었다.


알 사람들은 아는 그런 식사 자리에서의 분위기, 

다들 힘든 시간을 겪고 온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격려는 입을 모아 욕을 해주는 것, 

그 이상은 없다.


솔직히 다 같이 욕을 하는 시간이 왜 이렇게 쾌감이 극에 달하는지는, 

안해본 사람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소중한 간지러움이 있다.


욕을 하고 싶은데 상대가 없다는 것 만큼 힘든 것이 있을까?

다 같이 동일한 인물에 대해서 욕을 할 때의 그 쾌감은, 

아마도 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과 맞먹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낮부터 술을 들이킨다. 10년 만인가, 15년만인가.


술이 달고, 사람이 달다.


즐거운 얘기와 날카로운 얘기가 오가지만, 술잔은 언제나 달다.


2시가 되었다. 


오랜만에 당구나 칠까 하면서 밝디 밝은 그 거리를 처음으로 태연하게 똑바로 걸어본다,

당구는 니가 잘하나, 내가 잘하나 보다, 그냥 운에 맡기고 다음 술자리를 기다리는 시간.


이제 마지막 술자리로 서서히 걸어 들어간다.

제대로된 대화가 온전히 흘러나오는 시간, 그동안 보고 싶던 사람들에게 전화도 걸고, 

문자로 보내면서 술취한 티를 제대로 건내본다.



이 놈 이거, 제대로 살아있네

살아있음과 즐거움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몸부림이 함께 뒤뚱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난 즐거움이 살아있음을 더 지배하고 있는 사람이니 전화에서 처절함보다는 흥겨움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래, 

내가 살아온 방식이고, 내가 이제껏 만들어 낸 것들이니 끝까지 내가 만들어가는 걸 지켜봐주길 바란다. 문제는, 다들 살기에 바빠 아무런 관심들도 없는 걸....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시는 분이 정말 제대로 나를 알아주는 그 느낌, 

그 이상의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이런 재미를 어디에서 또 느낄가?


난 오늘 잠을 못 잘 것 같다.


재밌는 상상과 현실을 번갈아 가면 낄낄대다 보면, 


어느새 내일이 찾아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난 오늘 내가 택한 이 길이 더 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넌 정말 이상하지만 대단한 것 같다.


내가 만난 오늘의 친구, 그 사람은 오늘이 아닌 내일을 같이할 동반자인 것 확실히 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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