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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Sep 11. 2018

이야기하나 해주면 안 잡아먹지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1


'이야기타자기'는 '이야기와 타로를 활용하여 자서전 쓰기'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립니다. [이야기와 자서전, 타로에 대한 설명]을 개략적으로 한 뒤 [카드의 각 장마다 관련되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구성됩니다. 이때 이야기는 필자의 지식 범주 안에  있는 것으로 선택합니다. 연재되는 꼭지마다 [글쓰기 미션]이 있고, [미션 클리어]는 마음에 드는 노트를 마련해 막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타로 카드는 없어도 됩니다.




아이들은 유클리드를 이해하기에 앞서 성경을 먼저 이해한다. 그 까닭은 성경이 좀 더 단순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마 그 반대일 것이다) 성경이 상징으로 표현되는 이야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올리버 색스 -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옛이야기나 "어제 있잖아"로 시작하는 일상의 이야기나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야기 '하는' 것도 좋아하고 '듣는' 것도 좋아하지요.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큰 상금이 걸린 이야기 대회인 공모전도 있고 이야기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인 작가도 있습니다. 이야기는 재미있으니까요.




새들도 이바구한다



길을 가다가도 이야기가 들리면 듣게 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뿐만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나 슬픈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지루한 이야기 등 각기 다른 이야기는 '재미'라는 이야기 주머니에 들어있는 각기 다른 감정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우리나라에 '이야기 주머니'라는 옛이야기가 있어요. 여러 버전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이렇습니다.



옛날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들었고, 집에 와서는 행여 잊을세라 글로 적어놓았다. 적어 둔 이야기 종이는 주머니에 넣고 잘 간직했다. 하루 이틀 사흘……. 그가 이야기를 수집해 둔 주머니는 방안에 가득해졌다. 벽과 천정에 이야기 주머니가 주렁주렁, 마치 잘 익은 포도송이들처럼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서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이야기는 화가 나서, 독이 오르고 괴물이 되어갔다. 그가 끝내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자, 그는 그만 시름시름 앓더니 어느 날 죽고 말았다. - <한국구전설화 임석재 전집> (평민사) 4권 p181 '이야기 봉지', 5권 p46 '이야기를 가두어두면 邪가 된다' 참조 -



우리나라에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가 있다면, 서양에는 아라비안나이트로 알려진 천일야화가 있어요.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그만큼 이야기는 생존과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 샤리아르라는 왕이 있었다. 왕은 왕비가 바람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왕은 증오심에 차서 왕비를 죽였다. 그것도모잘라 왕은 그때부터 여자와 하룻밤 잔 뒤엔 여자를 바로 죽여버렸다. 나라 안의 여자들은 두려움에 차 거리를 다닐 수조차 없었다. 그때 셰헤라자드가 자신이 왕과 결혼하겠다고 나섰다. 그녀는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왕에게 들려주었고, 왕이 여느 때 같으면 살인을 저지를 그 시간에 세헤라자드는 절도 있게 이야기를 딱 멈추었다. 왕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 덕분에 왕의 살인 충동은 차츰 누그러져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천일이 되었다. 그 사이 둘 사이에는 아들이 셋 생기고. 천 하루째 되는 날, 왕은 그녀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결혼을 한다.



셰헤라자드 입장에서는 무척 절박한 상황입니다. 죽음이냐 이야기냐. 그런데 그녀가 자청해서 스스로 그 자리를 수용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저항이 아닌 수용이 생명을 살린다는 것. 무언가 하기로 했다면, 이를테면 내 이야기를 써야지 하고 내면 요청을 수용했다면 칼이 목 앞에 있다는 느낌으로 써야 한다는 것일까요.


특히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면 다른 글보다 더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 나 자신을, 내가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진실하게 관찰하다 보면 낯선 감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감정을 지나가는 데는 강력한 힘이 필요합니다. 바로 세레라자드가 발휘한 지혜롭게 수용하는 힘. 세헤라자드는 구원을 향한 절박한 요청을 수용함으로써 행복을 성취합니다.



절박함이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는 모티브는 미국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대성당>(김연수 옮김, 문학동네, 2014)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온갖 종류의 술을 취미 삼아 마시며 친구도 없는 사람입니다. 삶에 패배한 사람인양 내면은 무미건조하고 인종차별의식까지 있는 사람인데, 어느 날 아내의 친구인 맹인의 방문을 받습니다. 저녁 식사 뒤 우연히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대성당을 함께 접합니다. '나'는 맹인으로부터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나는 TV 화면의 대성당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바로 그 일에 내 목숨이 걸려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말하는 미친 사람에게 내 목숨이 달렸다면. (p306)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나요? 나 자신이 생성해 낸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 안으로 들어온 타인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요? 보고 들은 것, 책으로 읽을 것 등 참 많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여기지요. 사람이나 물건이나 이야기가 있으면 인기를 끕니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있는 거야'라든가 '이 물건이 탄생되기까지 이런 사연이 있어'라는 식의 스토리텔링을 담은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지요. 이야기는 문화상품이며,  타로(TAROT) 카드는 그림 상징으로 이야기를 담은 문화상픔입니다. (타로카드에 대한 사용 설명과 글쓰기는 4화부터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실제 땅을 딛고 서 있는 세계와 구별됩니다. 이야기의 세계는 비현실과 거짓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매력적입니다. 약간의 도피 성향으로 이야기 세계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야기 세계에는 영웅들도 있지만 정말 찌질해서 누추한 삶을 사는 루저들이 더 많아요.  제가 소설을 쓰게 됐던 계기가 바로 이야기 속에 있는 찌질이들 덕분입니다. 소설작법을 강의하신 조동선 선생님은 늘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패배한 자들의 이야기를 쓰라"고.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가브리엘 마르케스 -




기억에 의존해서 표현하는 이야기들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내가 경험을 통해 기억을 믿지 않는다면 세상 그 누구도 믿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야기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경험을 기억하고 이야기로 표현하는 것, 그 자체가 진실을 대면하려는 노력이겠지요. 그 과정에서 이야기는 삶의 의미가 됩니다. 이야기를 '어떻게'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아 그거였구나' 하고 의미를 알게 됩니다.



의미를 담은 이야기는 단순한 현실을 회피한 허구로서의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성을 담은 이야기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연결되고 공감 가능하게 됩니다. 그런 진실성의 힘을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맥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야기는 현실로부터 도망쳐 나오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싣고 현실을 찾아 나서는 추진체이며 실존의 무정부적인 상태로부터 질서를 찾아내려는 우리들의 가장 진지한 노력이다.




이야기를 하면 맺힌 마음이 풀어지고 편안해지고 상처는 아물면서 치유가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천일야화의 샤리아르 왕도 여성에 대한 증오심을 이야기를 통해 치유했지요. 이야기의 치유성이 얼마나 강한지, 이야기테라피와 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도 있습니다.


이야기는 재미를 징검다리 삼아 강을 건너고, 의미화의 문을 통과하여, 아름다운 예술의 세계로 향합니다. 이야기는 서로 가슴 깊이 수용하고 공감하게 하고, 때로는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너무 내 이야기 같아서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부활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나와 타인이,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수다를 떨게 하고, 아름다운 음악처럼 공명하게 하고,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서로 느낌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감응 장치 같은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손에서 떠나지 않는 스마트폰 같은 것, 그중 아이폰으로 통화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혹시 꿈에 아이폰이 나온다면 '나(I)를 위한 내 폰이면서, 나의 내면 아이(Child)와 소통하는 도구가 나왔구나. 내가 나에게 이야기하는 소통의 도구를 가졌구나' 해도 되지 않을까요.





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드라마틱했던 순간들을 아이폰으로 친구에게 수다하듯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주 만만한 상대에게 전화를 한 겁니다. 그리고 그 통화 내용을 글로 써보세요. 모든 글은 초고이며 모든 이야기는 거짓말입니다.



 다음의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적어보세요. 대답할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옛날 옛날에'를 반복해서 쓰는 것도 좋습니다. '옛날 옛날에'는 아라비아 상인의 피리에 코브라가 제 몸을 일으켜 세우듯이, 마음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이야기의 실타래를 불러일으키는 마법주문입니다. 옛날 옛날에를 반복해서 쓰다 보면 어떤 단어 어떤 장면이 떠오르고 그러면 그것을 쓰는 겁니다. 문법이나 문장에 신경 쓰지 않고 불완전한 문장으로 쓰는 겁니다. 자 이제 잘 쓰는 글 말고 막 쓰는 글을 시작합니다.




[글쓰기 미션] 오늘도 삶의 고개를 넘고 있는 당신  앞에 호랑이가 떡 하니 나타나 으르렁댑니다. "이야기 하나 해 주면 안 잡아먹지." 자 호랑이한테 이야기 떡 하나 던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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