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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Oct 07. 2018

씨앗은 풍요를 품고 있다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8.  2번 고위여사제


"여러분도 두 살이 지나서는 자라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게다. 두 살은 끝의 시작인 셈이다." - 제임스 메튜 배리 <피터 팬 Peter Pan and Wendy> -




"작가가 되기 위해 가장 좋은 초기 훈련이 무엇인가요?"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는 거라네."
- 헤밍웨이 -

[글쓰기 미션] 괄호 안의 키워드를 넣어 한 문장 만들고, 또 한 문장 만드세요. 첫째 문장이 두 번째 문장을 낳는 겁니다. 첫째 문장에서 단어나 어휘 일부를 덜어 두 번째 문장에 넣어서 만드는 방법, 첫째 문장의 끝부분을 두 번째 문장에서 반복해서 시작하는 방법, 의미상 공유되게 만드는 방법, 의미상 상반되게 만드는 방법, 의미를  확장시키거나 심화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장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균형)
(갈등)
(차이)
(인내)
(느낌)
(환상과 현실)
(정신과 육체)



고위 여사제는 높은 지위에 있는 제사장이라는 뜻입니다. 여자 교황이나 여자 예언가(The Seer)로 보는데요. 여교황으로 볼 때에는 5번 교황 카드와 짝을 이루고, 예언가로 볼 때에는 1번 마법사와 짝을 이룹니다. 이 카드들은 인간의 종교성 혹은 영성과 관련 있는 카드로, 신성한 영역과 접속하며 수용하는 여성적인 에너지입니다. '하나'된 에너지가 둘로 나누어진 상태가 '2'입니다. '3' 이상의 다양성으로 나아가기 전의 경계선이며 통과해야 하는 문입니다. 2는 자기와 같은 수를 더하거나 곱했을 때 같은 값이 되는 유일한 수입니다. '하나'와 '여럿', 사이의 균형점입니다. 2번 카드들은 균형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1+1 > 1x1
2+2 = 2x2
3+3 < 3x3
4+4 < 4x4
:


하나가 둘이 될 때 틈이 생깁니다. 갈라진 틈(between)으로 새로운 생각이 얼핏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거울 앞에 서서 또 다른 나를 보는 상태와 같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면 내가 생각했던 나와 아주 달라서 몹시 초라하고 볼품없어 보이고요, 잊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상처로 여전히 곪아 있는 것을 보고 치유의 필요성을 느끼거나, 대단히 아파했던 것이 사실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지요. 2번 상태는 예민하고 섬세합니다. 2처럼 섬세해야 나를 파악할 수 있어요. 하나인 상태에서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지요.


2는 이중성이며 양극성으로, 상반된 극과 극의 밀어냄이면서 잡아당김입니다. N극과 S극이 하나로 있는 자석처럼 말이에요. 인간은 걸어 다니는 자석일 겁니다. 다니다가 어떤 존재는 강하게 밀어내고 또 어떤 존재는 강하게 끌립니다. 인간을 하나의 원으로 가정해서 상상해봅시다. 각각의 원들이 돌아다닙니다. 강하게 끌린 두 원이 만납니다.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다시 둘로 나누어집니다. 나누어지는 과정에서 두 원 사이 아몬드 모양의 타원형이 생깁니다. 이 아몬드 모양을 '만돌라' 또는 '베시카 피쉬스', '출생의 문'이라고 부릅니다. 베시카 피쉬스는 '물고기 부레'라는 뜻으로, 과거에 예수님을 믿는 신자들이 박해를 받을 때 물고기 모양을 그려 암호로 사용하기도 했었지요.


코린토스 운하. 폭이 좁아 큰 배는 통과하지 못한다



두 원 사이에 있는 '아몬드'. '만돌라,  '베시카 피시스', '출생의문'으로도 불린다


아몬드 모양의 이 장소는 무엇이든 나오는 것이 가능한 풍요의 장소입니다. 21번 세계 카드에 나오는 타원형이 바로 이곳입니다. 이곳은 창조의 그릇입니다. 한 알의 씨앗이 땅속에 묻혀 어떻게 되어가는지 눈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때가 되면 싹이 터서 풍요를 가져다주는 장소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포네와 하데스가 관련 있어요. 하데스는 '감추어진 풍요', 페르세포네는 '씨앗'이라는 뜻입니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의 부인인데 보통 '하세스의 여왕'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 신화 타로 카드에서 2번 고위 여사제는 페르세포네입니다. 그녀는 웨딩드레스를 연상시키는 흘러내리는 긴 드레스를 입고 오른손에 석류를 들고 있어요. 석류는 잘 익어서 벌어져 있고 벌어진 틈으로 빼곡하게 들어찬 씨앗이 보입니다. 왼손에는 수선화 다발이 있는데 꽃송이들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지고 있습니다. 


페르세포네는 올림푸스 최고의 신인 제우스와 곡물의 여신인 데메테르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다. 어느 날 페르세포네는 초원을 걷다가 수선화라는 꽃을 본다. ‘수선화는 가이아 여신이 지하 세계의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장미 꽃봉오리 같은 소녀를 유혹하는 계책으로 피어나게 한 아주 놀라운 꽃'이었다. 페르세포네가 수선화를 보고 있을 때 땅이 열리더니 벌어진 틈새로 하데스가 솟아올랐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자신의 황금마차에 태워 납치해갔다. 소녀는 저항하며 울부짖었지만 달의 신 헤카테와 태양 신 헬리오스를 제외한 어떤 신도 들을 수 없었고 도울 수도 없었다.

   

하데스의 납치는 제우스의 허락 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어머니 데메테르는 광포한 슬픔에 빠져 들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고, 씨앗을 싹 틔우는 것은 물론이요 곡식들도 키우지 않았다. 농사는 헛된 노동이 되고, 땅은 죽음처럼 황폐해졌다. 그러자 제우스가 협상을 위해 메신저를 보낸다. 무지개의 여신인 이리스를 보내보지만 실패하고, 다음으로 소통의 신인 헤르메스를 보낸다. 헤르메스의 기지로 극적 타결이 이루어지지만, 하데스가 페르세포네에게 몰래 석류 한 알을 먹게 한다. 하데스의 음식을 먹으면 그 세계에 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하데스의 여왕이 된다. 페르세포네는 한해의 삼분의 일은 지하에, 나머지 삼분의 이는 지상에 있게 된다. (카를 케레니 <그리스 신화> p405~419)

     

‘감추어진 풍요’라는 뜻의 하데스와 ‘씨앗’이라는 뜻의 페르세포네는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씨앗 안에 풍요가 감추어져 있으며, 아직 풍요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가 또한 씨앗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2번 고위여사제의 만남은, 우리의 '감추어진 내부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직관력이 고양'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줄리언 샤먼 버크 외 <그리스 신화 타로 해석 사전> p31)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페르세포네' (<오디세이아> 서해문집 p165 에서)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의 2번 고위여사제에도 석류가 등장합니다. 고요하게 앉은 여사제의 등 뒤에 커튼이 있습니다. 커튼에는 석류와 야자수, 올리브 잎이 풍성하게 그려져 있어요. 커튼 양옆 좁은 틈으로 푸른 바다가 살짝 보이고요. 여사제의 머리에는 달 왕관이, 땅에는 초승달 모양의 황소 뿔이 있습니다. 오른팔에는 두루마리가 있습니다. 두루마리가 팔 자체인 것처럼 보입니다. 손과 팔 전체에 붕대로 칭칭 감은 것처럼 두루마리를 보여줍니다. 'TORA'라는 글씨도 보이고요. 'TAROT'와도 관련 있을 것 같습니다. '토라'는 유대교 경전으로 오래된 지혜를 의미합니다. 두루마리는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지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당신의 자서전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 있는 경전입니다. (나중에 10번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에서 드디어 책이 펼쳐집니다. 책을 읽는 네 가지 상징이 나옵니다.)


여사제의 양 옆에는 기둥이 두 개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솔로몬 성전에는 보아스(B)와 야긴(J)이라는 기둥이 있었다고 합니다. 검정색과 흰색의 기둥으로, 서로 다른 이 두 기둥은 이원성을 상징합니다. 삶은 이원성의 원리로 직조되지요. 밤에서 아침으로, 아침에서 저녁으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활동하고 휴식하고, 먹고 배출하고, 침묵하고 말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습득하고 표현하고……. 그러면서 양극성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연결이 형성되고요. 상반된 힘의 무수한 연결이 수직과 수평으로 직조되며 삶이라는 커다란 천을 만드는 거지요. 어떤 아이디어나 손에 만질 수 있는 물질로 변환되려면 얼마나 많은 '2'를 통과해 나아가야 하는  걸까요.


2는 하나로 있는 상태를 방해하는 힘이기도 해요. 갈등을 일으켜요. 갈등이라는 갈라짐의 '사이' 속에서 나오는 지혜가 고위여사제의 상징입니다. 과학적이며 현실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고위여사제의 지혜는 환상이며 아주 낯선 무엇으로 보입니다. 너무 앞서 있거나 깊은 곳의 지혜는 낯섭니다. 낯설어서 두렵게 합니다. 타로 카드의 그림들이 마녀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신화학자 에리히 노히만은 ‘기독교가 여성 예언자들을 마녀로 간주하고 박해’를 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적 영성의 속성은 ‘숙명에 대한 면역성을 지니고 사제다운 거룩함’을 지녔다고, 실제로 ‘여성 예언가들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존경심’을 받았고 ‘몇몇은 여신의 지위로까지 높이 받들여졌다’고 말합니다. (<위대한 어머니 여신> p498-499, 491)


특히 여성의 생리혈은 정화와 성스러움의 상징으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마더피스 타로 카드의 2번 고위 여사제는 빨간색의 둥근 원 위에 앉아 있어요. 둥근 원은 다름 아닌 생리혈입니다. 그녀 뒤에도 두 기둥이 있어요. 올빼미 눈이 그려진 기둥과 기하학적 무늬가 그려진 기둥. 그녀는 '문'의 역할로 앉아 있어요. 이너 차일드 타로의 2번 고위여사제는 요정 어머니(The Fairy Godmother)가 나옵니다.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 어머니가 오른손에는 열쇠를 들어 보여주고 왼손에는 지팡이로 마법을 부립니다. 황금빛 호박 마차 위에 마법 가루가 뿌려집니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18번 달 카드에서 합니다)


'페어리 Fairy'는 '요정'이나 '정령'으로 번역되곤 합니다. 흔히 인간과 신의 중간적 존재, 초자연적 존재로 '운명이나 신탁'을 뜻하는 라틴어 'fatum'과 '마법을 걸다'라는 동사 'farare'에서 기원합니다. (위키백과 참고) 신비로운 요정의 모습은 '손 없는 소녀' 이야기에서도 나옵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거기 담긴 지혜를 얻'는데, '<손 없는 아가씨>도 그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클라리사 에스테스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



옛날에 방앗간을 운영하다가 거의 망하게 된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이상한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변신한 악마였다. 노인이 남자를 향해 "방앗간 뒤에 있는 것을 주면 부자로 만들어주지"하자, 남자는 방앗간 뒤에 있는 사과나무를 떠올리며 거래를 한다. "3년 뒤에 가지러 오겠네"하며 노인은 떠난다. 때가 되어 악마가 소녀를 데리러 왔지만 데려가지 못하고, 다음번에 오지만 또 데려가지 못한다. 소녀가 악마가 올 때마다 목욕을 하거나 소녀 스스로 그린 둥근 원 안에 있거나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번번이 데려가지 못한 것이다. 화가 난 악마가 아버지에게 "손을 자르라"고 요구하고, 소녀는 "아버지 뜻대로 하세요"한다. 아버지는 울며 딸의 두 손을 자른다. 잘라낸 두 손 끝에 소녀의 눈물이 닿자 또 정화된다. 악마는 패배한다. 저주를 퍼붓고 악마는 영원히 떠난다.


손 없는 소녀는 집을 떠난다. 길을 가던 소녀의 눈에 왕의 과수원이 보인다. 과수원에는 잘 익은 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어디선가 '흰옷 입은 정령'이 나타나 수문을 열어 소녀가 과수원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주고, 소녀가 배를 따 먹을 수 있게 나뭇가지가 스스로 내려온다. 다음 날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신비한 여인이 나타나 배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과수원에 온 왕은 소녀에게 반한다. 왕은 소녀에게 은으로 두 손을 만들어주고 결혼한다. 


이후 왕은 전쟁터에 나가게 된다. 그 사이 그녀는 아기를 낳는다.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악마가 개입하여 악의적인 내용의 편지로 바뀐다. 그녀는 아기와 함께 왕궁에서 쫓겨난다. 이때 정령이 다시 나타나 그녀를 숲 속의 소박한 집으로 안내한다. 그곳은 산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행복한 7년을 보낸다. 그 사이 그녀의 손은 자란다. 처음에 아기 손이 나오더니 점차 소녀의 손이 되고 나중에는 어른의 손으로 변한 것이다. 한편 전쟁에서 돌아온 왕은 사실을 알게 되고 쫓겨난 왕비를 찾으러 떠난다. 7년을 꼬박 찾으러 다닌 끝에 그녀를 만나고, 둘은 행복하게 산다.



페르세포테가 납치된 것이나 손 없는 소녀가 손이 잘리게 되는 경험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원하지 않은 힘든 시간을 겪게 되는 상황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소녀의 아버지가 이 일에 개입되었다는 점도 두 이야기가 유사하고요. 이 이야기들은 여성의 심리에 대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소녀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얻는 여성적인 인내의 힘과 지혜를 보여줍니다. 페르세포네와 소녀는 '인내심을 가지고 지하 세계에 있는 숲을 발견'합니다. 이때 인내는 '어떤 걸 견디는 힘뿐 아니라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p417)




[글쓰기 미션]
1. 글을 쓰는 공간은 지혜의 성전입니다. 곁에 사람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방해받지 않고 인내하며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세요.

2.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최소단위를 정하세요. 지킬 수 있는 시간으로 정합니다.

3. 지금 만약 당신이 어린 아이라면 좋아할만한 물건 두 가지를 준비하세요. 글을 쓸 때 볼 수 있게 그 물건을 두세요. 

4. 지금까지 살면서 원하지 않았던 ‘납치’와도 같은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다음 문장에 이어서 쓰세요. 불행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일단 3인칭 시점으로 씁니다.

비극의 시작은 그때였다. 그(그녀)는  

               



개인적인 비극은 잊어버리게. 우리 모두 애초부터 실패한 인생이네. 특히 자네는 지독하게 상처를 입어야 진지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걸세. 지독한 상처를 입으면 그걸 활용하게. 숨기려 들지 말고. 과학자처럼 그 상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자네 자신이나 자네 가족들에게 생긴 상처라고 해서 그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네. (1934년 헤밍웨이가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헤밍웨이의 글쓰기> p152)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헤르만 헤세 <데미안>)




타로 2번 카드들에 관한 수업 뒤 각자 자유롭게 직관적으로 그린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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