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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Sep 11. 2018

소통&점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3


왜 타로 TAROT 인가요? 

자서전 쓰기에 왜 타로카드를 활용하는지 말씀드리기에 앞서 저의 경험을 짧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당신,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요? 저의 삶도 어찌어찌 잘 돌아갑니다. 잘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2009년 당시, 저는 일도 좀 바쁘게 하고 사람들도 좀 많이 만나며 신나게 놀며 잘 살았습니다. 잘 살아가는 것 같았지요. 하지만 내면은 몹시 어지러웠고, 내 의식은 내면의 요청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그것은 글쓰기에 대한 요청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2004년 소설로 등단을 하고 곧바로 글쓰기를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좀 거창 한듯한 절필 선언은 한동안 날아갈듯한 자유로움을 주었지요. "안 쓰고 살 수 있다면 안 쓰는 게 좋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직업으로 살아가는 논술 선생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글을 한 줄도 안 쓰는 것이 좀 그랬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뻔뻔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그렇게 마음 한 귀퉁이에서 부대끼더니 죄책감인지 우울감인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바뀌다가 급기야는 카페나 문자 메시지에 내 목소리를 담은 글을 한 구절도 쓰기 힘들게 됩니다. 실제로 한 문장을 쓰는 데 식은땀이 나고 어지럽기까지 했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카를 융의 책을 읽는 독서모임을 가지게 되었고 그때부터 상징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2009년 8월 25일부터 노트에 꿈을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자세한 꿈 내용을 생략) 첫 꿈에 고현자와 공항, 비행기 티켓, 단체여행 20여 명, 삼십만 원 등이 나오는데 꿈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어요. 융의 책을 읽으며 스터디를 통해 정신분석에 대해 알아가지만 너무 어려웠습니다. (어렵고 몰라도 2018년 지금까지 모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뭐든지 지속성이 중요) 그때 누군가 타로의 그림 상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고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꿈이든 현실이든 상징의미 및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 방법을 카드와 연관 지어 생각하면 구체적이 됩니다. 신화나 민담을 통해 이야기를 하면 더 잘 와 닿습니다.


타로 카드에 담긴 상징과 의미는 어렵지만 재미있게, 심오하지만 단순하게 보여줍니다. 남녀노소 그림을 보면, 말이나 글로 정확하게 표현은 못할지라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게 되는 묘한 기법이 있습니다.



<A Fairy-Tale  INNER CHILD CARDS TAROT>, ISHA LERNER AND MARK LERNER, 2002, 카드 일부



2012년 겨울방학 한바탕 눈이 온 뒤의 일요일 오후였다. 우리 댕댕이 뽀송이가 짖고, 곧이어 인터폰이 울렸다. 보니, '가'와 '나'였다. 가와 나는 고3과 고1이 되는 자매로 뽀송이가 무척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수업도 없는데 어쩐 일이냐고 물으니 둘은 교회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그냥 들렸다고 하면서 뭘 내민다. 하얀 종이에 반짝이는 금색 끈으로 포장한 귀여운 초코 케익이다. 아이들은 뭔가 고민이 있을 때 '그냥'이라고 말한다. 거실 큰 책상에 앉는다. 수다를 떤다. 며칠 전 '다'에게 타로를 봐준 것처럼 나는 카드를 꺼낸다. 섞고, 펼치고, '가'에게 뽑게 한다. 뽑은 카드를 '가'가 잘 볼 수 있게 놔주며 그림을 설명해보라고 한다. '가'가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애들은 내가 개떡같이 물어보는데 찰떡같이 대답하는 신기한 능력이 있다, '가'의 말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다. 나는 일단 접수. 그리고 그다음 카드도 같은 질문과 듣기. 세 번째 카드에서 메이저 16번 탑 카드가 나왔다. 옆에 앉아 있던 '나'가 몹시 놀라고 충격을 받는 표정이다. (나중에 '나'가 말해줬는데, 그때 그 카드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그만큼 두려운 느낌을 주는 카드다. 이후 그림동화 느낌의 '이너 차일드 카드'를 알게 되고 나는 이를 적극 사용한다) '가'는 덤덤한 표정이다. 내가 탑 카드를 들어 보이며 묻는다. 그림을 설명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는, 머릿속에 집어넣은 해설서를 열심히 뒤적였다. '아 이건 좀 힘든 카든데. 어쩌지. 어떻게 말해줘야 힘이 날까.' 


'가'가 입을 열었다.

"무대 장치 같아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나는 더 자세히 말해보게 했고 그 과정에서 '가'는 어렸을 때를 떠올렸다. 아주 잊고 있었던 꿈을 기억해냈다. '가'는 성악에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자신의 꿈, '가'는 늘 여군이 되겠다고 해왔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찰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순간, 그동안 쌓아 올린 생각의 틀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그 새로운 꿈을 격려해주었다. '가'는 그날 집에 가서 엄마와 의논했고 성악 레슨을 받기 시작했으며 레슨 선생님이 짧은 기간 배우는 '가'의 숨은 재능에 놀랐고 '가'는 그다음 해 성악과에 들어간다.


이 무렵의, 이런 식의 타로를 봐주는 일은 타로의 용도가 ' 상징의 이해'에 대한 내 개인적 필요에서, 더 나아가 '상담과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카드 게임으로, 미술 작품으로, 도덕적 가르침과 철학의 알레고리로, 소설과 영화의 영감으로, 마법과 비밀스러운 지혜에 대한 암호화된 체계로, 그리고 명상으로 가는 관문 등으로.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는 타로 카드를 점술 Divination 에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점술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초자연적 지식의 추구이다. - 레이첼 폴락 지음, 이선화 옮김 <타로카드 100배 즐기기> 물병자리, 2010, 서론 -


이번에는 점(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점술은 인간 의식의 불완전함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기 2천 년 전쯤, 사람들은 신화의 세계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 당시 고대인들에게 신들은 눈에 보이기도 하고 신의 음성이 들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루카치 소설의 이론> (심설당, 1998, p25)에서 표현한 게오르그 루카치의 말대로 그때는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행복한 시대였나 봅니다. 하늘의 빛과 내면의 빛은 서로 친숙하게 공명했고요. ‘영혼의 모든 행위는 의미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의 음성을 듣던 정신세계가 붕괴되고 의식 세계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러자 <의식의 기원>(한길사, 2005)을 쓴 줄리언 제인스에 따르면 인간은 침묵하는 신들의 음성을 듣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전체성을 보는 우뇌의 기능개체성을 보는 좌뇌의 연결은 점이라는 의례를 만듭니다. 대표적인 점이 징조술과 제비뽑기, 복점(卜占)과 즉흥적 점술 등이 있습니다.  


점을 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인간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기에, 필멸의 인간이며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삶에 대한 애착은 행복과 연결됩니다. 점은 행복하고 싶은 소망에 꽤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오늘의 운세'를 보기도 하고,  해마다 의례처럼 '토정비결'을 보기도 합니다. 토정비결은 토정 이지함 선생이 그의 장인이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말에 의문을 가지며 사회적 복지 제도로써 쓴, 가난한 사람들이 잘 살게 하는 자기 개발서 같은 철학책이었지요. 저는 타로 카드를 소통의 도구로 여기며 이따금 봐주는데, 점처럼 과거 현재 미래를 맞힐 때가 종종 있습니다. 



2018년 봄 서촌에서 타로 수업을 하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실에서. 나는 그날그날 수업할 타로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내 스타일의 원고로 쓰고 프린트해 갔다. 원고로 정리하는 작업은 새삼 내가 '잘 모르는구나'를 알게 했다. 이 서촌에서 모인 사람들은 작가와 연구자 및 평론가, 번역가, 교사 등으로 글과 그림에 익숙한 터라 나는 '내 카드 만들기'라는 재미있는 실험 수업을 했다. 이를 통해 내가 알게 된 것은 사람들의 직관력이 대단하다는 거다. 내가 많이 배웠다. 10년 가까이 사실 엄청 열심히 공부해서 알게 된 것을 이 사람들은 단 몇 타임에 알아듣는 것에 나는 놀랐다. 이날은 마지막 타임. '서로 타로 봐주기'를 하라고 했다. 사람들이 말을 안 듣는다. 결국 두 명을 내가 본다. 한 명은 '유산 상속'에 관한 것, 또 한 명은 '직장일' 관련이다. 


전자의 경우 나온 카드에 따르면 "유산 상속을 받는다"였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록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시 미래는 유동적이라는 것을 새삼 떠올린다. 후자의 경우는 좀 특이했다. 중심 이슈 카드를 둘러싸고 동서남북 사방에 기사 카드 네 장이 다 나온 것이다. 

"좀 많이 다니시나 봐요." 

내가 말하자 그녀는 눈을 깜빡깜빡하며 말했다.

"요즘 차를 타고 여기저기 엄청 다녀요." 

실재 현실에서 많이 다니기도 했지만 그녀는 집과 직장과 다른 일 여러 가지를 아주 열정적으로 멋지게 잘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네 가지 원소 에너지를 잘 쓰고 있다는. 하지만 직장에서 사람들과 관계에서 부대끼는 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미래 위치에 놓인 지팡이 6번을 보고 있었다. 듣는 이야기 중에는 지팡이 6번이 될만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말했다. 3년 전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에.

"상을 타려나."  

그럴 리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두 달이 지나, 그녀는 상을 탔다. 그녀를 힘들게 하던 직장 동료 중 누군가가 추천을 했던 것이다. 그 상은 국가에서 주는, 월계관처럼 멋진 상이었다. 내가 지팡이 6번을 보고 상을 타려나 중얼거릴 수 있었던 것은 점쟁이 능력이라기보다는, 그녀가 매우 열정적이며 성실성과 친절함을 지녔다는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3년 전 같은 카드가 나왔던 걸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3년 전의 지팡이 6번은 현재 위치에 있었고 그는 막 책을 출간한 상태였다. 나는, 책 출간이 아니라면 그녀의 성실성으로 인해 상을 탈지도 모른다고 재빨리 상상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힘들게 했던 존재가 좋게도 만들어준다는 것을.

 


이렇게 타로 카드는 점술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점술 도구가 된 데는 몇 가지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 작동 원리를 대략 정리하면 수비학, 원형, 사원소, 이미지, 동시성입니다. 그 외에도 점성학과 카발라 등 여러 원리가 있겠지만, 하나 더 추가하자면 저는 개인 상징을 말하고 싶습니다. '가'가 탑 카드를 보며 무대장치를 떠올린 것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도 포함됩니다.




교과서처럼 기본으로 사용하는 Unversal Waite Tarot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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