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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Sep 20. 2018

타로의 기원과 구성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4


한 여성이 융의 상담실을 노크했다. 그녀는 이성과 합리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신화와 전설 같은 이야기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풍뎅이가 나오는 꿈을 자주 꾸었고 그래서 융을 찾아온 것이다. 융은 "풍뎅이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죽음과 부활의 상징이며, 지금 여기 당신의 내면 정신이 다시 태어남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때, "똑똑똑". 누군가 문을 노크한다. 돌아보니 창밖에 풍뎅이가 있었다. 꿈속의 그 풍뎅이가 튀어나온 양. 융은 창문을 열어 풍뎅이가 들어오게 하고 말한다. “여기 당신의 풍뎅이가 있습니다.” 이 풍뎅이 사건,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로 그 여성은 치유되었다고 한다. 


카를 융은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를 '동시성'이라고 말합니다. 타로의 효용성에 대한 근거를 동시성으로 볼 수도, 다른 원리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 타로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는 몰라도 되지 싶습니다. 어떤 식으로 돌아가든 우리는 사용법만 익히면 얼마든지 유용하게 쓸 수 있으니까요. 자동차의 원리를 몰라도 운전법만 알면 얼마든지 운전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거지요.


타로 카드는 의미 있는 우연성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78장의 타로 카드를 펼쳐놓고 왼손으로 뽑을 때, 그 순간 마음에서는 융의 상담실 창문을 노크했던 풍뎅이처럼 카드 한 장이 마음의 창을 노크하는 것이 아닐까요. 흔히 "우주가 돕는다"는 말이 동시성을 표현한 말입니다. 자서전 쓰기를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온 우주가 자서전 쓰기와 관련하여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통해 들려주고, 꿈이 올라오고, 뭔가를 깨닫습니다. 책이 자기를 보란 듯이 책장에서 떨어져 내리고, 그냥 펼친 페이지에서 원하던 문구를 발견하며, 까맣게 잊었던 과거가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때 타로를 사용하면 카드 역시 동시성으로 도와줍니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선택과 실천은 우리 자신의 몫이지요.



그런데 타로는 어디서부터 날아온 걸까요? 타로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기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 고대 이집트의 사제들이 피라미드 안에서 비밀리에 만들었을 거라는 이야기가 있고, 집시들이 떠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점을 봐주기 위해 만들어 사용했다는 이야기, 혹은 아틀란티스의 마법사들이 인류 역사에서 사라지기 전 그들이 가진 방대한 지식을 압축적으로 전하려 그림으로 그려 남겼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있는데, 단순히 놀이 카드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주 더 멀리로는, 문자 이전의 언어로 동굴 벽화로 남겨진 그림 언어까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타로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타로가 놀이라는 것은 알 것 같습니다. 타로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내려오게 된 데는 놀이의 속성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타로는 재미있는 친구 같습니다. 다양한 색과 상징으로 흥미를 유발하고요 끊임없이 탐구하게 만듭니다. 타로는 친구 중에서도 좀 믿을만한 친구 같아요. 즐거움과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쓴소리로 충고하기도 하거든요. 타로는 자기를 믿으라고도 하지 않고 예언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애매모호함으로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타로를 점으로 보고 예언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인간이 가진 한계성 속에서 생긴 특별한 능력인 듯싶습니다.  


인간의 신체는 약합니다. 손과 발엔 공격할 수 있는 발톱도 없고요, 눈은 일정한 범위 내에 있는 것만 보고요, 귀는 적절한 고막의 떨림이 있어야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뇌는 좀 다릅니다. 뇌에 관해서는 미스터리입니다. 뇌는 우주 공간처럼, 깊은 바다의 심연처럼 신비롭습니다. 동시에 인간의 뇌는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잘 세뇌되며, 또 너무나도 게을러서 항상 자극이 필요하지요. 다양한 자극 중 하나가 타로가 아닐까요. 


타로의 이미지는 태곳적부터 형성되어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는 원형적 상징들로 구성되며, 이 상징들은 우리 내면을 자극하여 깊이 잠든 지혜를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내면의 지혜를 일깨우는 작업을 진화, 성장, 개성화, 자기실현 등으로 부릅니다. 어떤 명칭으로 부르든 공통된 것은 ‘나를 찾아간다’는 것이지요. 타로의 그림 이미지들은 ‘나’가 ‘참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타로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창조적인 예술가들이 만든 다양한 종류의 카드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삶을 예술로 만들 수 있으며 누구나 타로 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몇 가지 규칙을 알고 진실성에 입각한다면 누구나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글 <이야기타자기>에서 주로 텍스트로 삼는 카드는 유니버셜 웨이트(Universal Waite) 카드입니다. 그 외에도 마르세유(MARSEILLE)와 마더피스(Motherpeace), 이너 차일드(Inner Child), 프라다(PRAGER) 등을 참고할 예정입니다.   




타로의 구성은 메이저 아르카나(Major Arcana : 대비밀)와 마이너 아르카나(Minor Arcana : 소비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메이저 22장과 마이너 57장으로 총 78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라다 카드의 경우는 마이너 카드가 32장인데, 불, 공기, 물, 흙의 네 원소에 해당하는 각 그룹에 1번부터 4번까지만 배정되어 있습니다. 5, 6, 7, 8, 9, 10은 앞에 있는 1, 2, 3, 4 네 가지 수의 다양한 조합이며 변환이기 때문에 네 장만으로도 가능한 것입니다.



메이저 카드의 22장의 이미지는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류의 오래되고 보편적인 마음의 양상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원형 혹은 집단무의식을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어머니 자궁에서 태어나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고 사회에 나가고 독립하고 헤어지고 성장하고 문명을 습득하고 사랑하고 성취하고 깊어지고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며 변환하고 전환하고 다시 시작하고 고독 속으로 떨어지는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겪습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이런 사건들과 그 의미들은 내면 깊숙한 곳에 들어있는데 이를 원형(Archetype)이라고 합니다. 카를 융은 한 개인의 시공간을 이전부터 있던, 누구에게나 들어있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억과 지식을 집단무의식이라고 했습니다. 집단무의식은 고대에는 만물의 공감이라고 불렀고요. 메이저 카드는 0번부터 21번까지 로마 숫자로 표기되어 있으며 카드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0 The Fool (0번 바보)

ⅠThe Magician (1번 마법사)

 ⅡThe High Priestess (2번 고위여사제)

 Ⅲ The Empress (3번 여황제)

 Ⅳ The Emperor (4번 황제)

 Ⅴ The Hierophant (5번 교황)

 Ⅵ The Lovers (6번 연인)

 Ⅶ The Chariot (7번 전차)

 Ⅷ Strength (8번 힘)

 Ⅸ The Hermit (9번 은둔자)

 Ⅹ The Wheel of Fortune (10번 운명의 수레바퀴)

 Ⅺ The Justice (11번 정의)

 Ⅻ The Hanged Man (12번 매달린 사람)

 ⅩⅢ Death (13번 죽음)

 ⅩⅣ Temperance (14번 절제)

 ⅩⅤ The Devil (15번 악마)

 ⅩⅥ The Tower (16번 탑)

 ⅩⅦ The Star (17번 별)

 ⅩⅧ The Moon (18번 달)

 ⅩⅨ The Sun (19번 태양)

 ⅩⅩ The Judgment  (20번 심판)

 ⅩⅪ The World (21번 세계)



[글쓰기 미션] 공자는 다음과 같이 자서전을 기술합니다.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세웠다. 삼심엔 섰고, 사십엔 의혹됨이 없었다. 오십엔 하늘이 명하신 내 사명을 알았으며, 육십이 되자 귀가 순해지더니, 칠십엔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좇아도 법에 어긋나지 않았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몇 살에 무엇을 했고 하는 방식으로 간단한 자서전을 써보세요. 

[글쓰기 미션 2] 지금까지의 삶을 떠올리며 괄호 안에 든 단어를 넣어 한 문장 만들어보세요.
- (어린 시절) :
- (엄마) :
- (아빠) :
- (사춘기) :
- (이별) :
- (죽음) :
- (사랑) :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단은 글보다 말에 더 가까운 것이고 그것은 좋은 일이다.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p163)







마이너 카드 4원소를 상징하는 카드의 네 종류로 이루어져 있어요. 인간의 내면을 이루는 네 가지 요소, 혹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네 가지 요소를 불, 공기, 물, 흙으로 보았을 때 그것을 각각 상징하는 물건을 

지팡이, 칼, 컵, 펜타클로 대응시켰어요. 이 각각의 상징물에 번호와 인물을 부여한 것이 마이너 카드입니다.

 

마이너 카드는 1번부터 10번까지의 숫자카드와 궁정 카드로 구성됩니다. 궁정 카드는 인물카드라고도 부르고요. ‘시종과 기사’는 ‘공주와 왕자’ 혹은 ‘딸과 아들’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궁정 카드의 인물들은 카드를 접하는 사람이나 주위에 있을법한 실재 인물을 가리키기도 하고, 어떤 분야의 성숙도나 전문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마이너 카드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팡이(Wands): 1번~10번, 궁정 카드

칼(Swords) : 1번~10번, 궁정 카드

컵(Cups) : 1번~10번, 궁정 카드

펜타클(Pentals): 1번~10번, 궁정 카드


지팡이(완즈 Wands, 바통 Batons)는 4원소 중 (火)에 해당,  양(+), 능동적 에너지, 직관유형, 활력, 이동, 여행, 기획,  생명력(The life force), 방향은 남쪽(South), 트럼프 카드에서 클로버(♧)로 변환


(검, 소드 Swords)은 4 원소 중 공기(Air 바람 風)에 해당하며, 양(+),  능동적, 외향적, 사고유형, 지성, 분별, 투쟁, 정신영역(Mental realms), 방향은 동쪽(East), 스페이드(♤)로 변환


(Cups, 잔 Chalices, 하트 Heart)는 4 원소 중 (水), 음(-), 수동적, 내향적, 감정유형. 사랑, 상상, 수용성, 방향은 서쪽(West), 하트(♡)로 변환


펜타클(Pentacles, 코인 Coins, 크리스탈 Crystals, 디스크 Discs)은 4 원소 중 (地), 음(-),  감각유형, 실질적인 것, 물질, 금전, 육체. 방향은 북쪽(North), 다이아몬드(◇)로 변환



메이저 카드를 이해하는 황금열쇠가 '원형'이라면 마이너 카드를 이해하는 황금열쇠는 '4 원소'인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는 '나' 자신을 탐구하기 위한 글쓰기 여정이므로, 외부 세계에 있는 4 원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내면에 있는 4 원소를 탐구하는 것이 유익할 것입니다.


우리 내면의 (타로에서 지팡이)은 직관입니다. 직관은 현실적인 것과 반대편에 있습니다. 현실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초월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직관은 네 원소 중 '가장 순간적이고, 가장 전기적'이며, '원소 중에서 가장 분간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직관은 '사고하거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나 감정이나 감각을 초월한 깊은 앎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의식적인 노력으로 목적을 인식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불은 목적의 상징'입니다. 


우리 내면의 공기(타로에서 )는 생각입니다. '내면의 대기(atmosphere)는 우리의 사고가 날아다니는 장소입니다.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거나 지성이 희박해진다거나 사고가 흐릿하다거나 하는 표현들은 이성의 영향을 표현한 말입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을 때나, 엄청 열심히 생각해도 해결이 나지 않을 때 오히려 공기를 바꿔주는 시도를 함으로써 생각을 다시 신선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 내면의 (타로에서 )은 감정입니다. 잔잔한 물살이 어느 순간 거세게 휘몰아치듯 감정은 변덕스럽고, 흘러가 버립니다. 감정을 다시 기억하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물처럼 감정 역시 그것을 담는 용기에 따라 모양이 변합니다. 그리고 잘 살펴보면 우리의 감정은 세계관, 집안의 전통, 의견에 의해,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생각에 의해 빚어진다고 합니다. 마이클 슈나이더는 '만약 여러분의 감정이 어떤 습관적인 패턴을 지니고 있다면, 그러한 완고한 패턴을 만들어낸 생각과 신념을 찾아보라'고 권합니다.


우리 내면의 (타로에서 펜타클)은 감각입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며 느끼는 등의 감각을 통해 세상을 보고 또 감각을 통해 세상의 그것들을 만들어냅니다. 아무리 굉장한 사고와 아이디어를 내어도 감각의 세계로 드러내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이것의 속도는 아주 느립니다. '우리 내면에서 흙의 성질을 지닌 것은 가장 밀도가 높고, 변화가 느린 것과 연관' 됩니다. (인용 부분은 마이클 슈나이더 <자연, 예술, 과학의 수학적 원형>, 경문사, p91~92 '우리 내면의 4원소'에서)



[글쓰기 미션] 다음의 문장을 완성해 보세요.

- 나의 오래된 습관은
- 나는 대체로 감정을
- 나는 나의 이성을
- 비현실적이지만 창조적인 나의 아이디어는

  



마르세유 타로의 지팡이. 거칠지만 강력한 에이스는 번호가 진행됨에 따라 직조된 양탄자처럼 세련된 형태의 천으로 변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현실적으로 짜나가야함을 보여준다



마르세유의 칼 카드. 칼이 유연하게 둥근 곡선을 이룬다. 타원형 가운데에서는 가지는 사라지고 꽃송이만 남아있다.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과 그속에서 아름다운 생명이 탄생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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