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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Apr 21. 2019

변화와 해방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23화. 16번 탑 The Tower


바틀비, 자네를 이곳에 집어넣은 것은 내가 아니야.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에서)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고/ 짐작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네루다 시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에서)



[글쓰기 미션] 다음을 읽고 연상되는 단어나 문장을 써보세요.

해방
과거 청산
서프라이즈
새로운 미래
새로운 가치관의 형성
자아 중심성 타파
변화와 깨달음
중년의 변화
16세 (파과지년 破瓜之年. 여자 16세 남자 64세)


타로의 메이저 아르카나 16번 탑(The Tower) 에는 '무너지는'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합니다. 계단도 출구도 없는 감옥 같은 탑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번개가 번쩍 탑 꼭대기에 내리 꽂히고 탑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탑 안에 있던 남자와 여자는(우리는/나는/나의 아니무스와 아니마는)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땅을 향해 머리부터 떨어져 내립니다. 두렵지만 겸손하게 됩니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나를 가두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닌 열린 길 위에서라고 말입니다. 자기 본성에 어울리는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기 위함입니다. 용기를 내어 새로운 미래를 맞으라는 메시지입니다. 탑은 과거에 지향했던 가치관에 머무르며 자신을 가두려는 심리에 대한 은유입니다.



왕은 거친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려 로젤루핀 공주를 탑에 가두지만 공주는 생일선물로 받은 마법의 실로 늑대옷을 짜 입고 탈출한다. (마가렛 섀넌 글 그림 <빨간 늑대>에서)



대부분의 탑 카드에는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공중에는 후드득 떨어져 내리는 무언가가 그려져 있습니다. 불똥이 튀듯 떨어져 내리는 그 무언가는 추락하는 남자와 여자 곁에 있습니다. 카드에 따라 모양과 개수가 다른데 웨이트 카드에는 요드 모양이 21개, 마르세유 카드에는 만나 모양이 37(또는 39)개, 프라다 카드에는 빗방울 모양이 15개 있고 이들 카드에는 공통적으로 탑 안에 3개의 창문이 있습니다. 사각형 안의 삼각형 이미지입니다. 웨이트 카드의 14번 절제에서 보았던 사각형 안의 삼각형 이미지를 다시 보게 됩니다. 무너지는 탑 카드에 이른 지금은 적절한 조율로 유지되는 것이 아닌 폭발하듯 파괴될 거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새로운 방향성이나 잠재력과 만나게 될 것을 예고합니다.


거대한 왕관을 쓰고 있는 오만해 보이는 탑은 무너져 내리고 그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요드, 만나, 빗방울 들은 충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신의 떨기입니다. '요드(י)'는 앞서 10번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만났습니다. 신의 이름의 첫 글자이고요. '만나'는 모세가 노예상태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나왔을 때 광야에서 신이 내려준 먹거리였습니다. 만나는 밤사이 이슬처럼 지상으로 내려와 곡식 대용으로 사람들의 양식이 되었습니다. 요드나 만나, 물방울 모두 생명력과 새로워짐을 나타냅니다. 지금은 혼란과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탑 카드는 말합니다. 앞으로 새로운 미래가 있을 거라고요. 답답한 가면을 벗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해방을 맞을 거라고 말입니다.


탑은 성과 다릅니다. 둘 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며 경계를 짓고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자연물이 아닌 인공적 구조물입니다. 하지만 탑은 성과 달리 하늘로 높이 솟아 있지요. 지극히 높은 건물이지만 출구나 계단이 없습니다. 감옥으로써의 기능을 하기 위함입니다. 탑에는 무언가를 숨깁니다. 처벌을 하거나 혹은 백성들이 알지 못하게 하려고 감추는 곳이 탑입니다. 나의 성공을 방해하는 마녀나 죄수, 괴물로 보이는 것들을 숨기는 곳입니다. 부끄러운 부분이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이나 그림자, 악마 같은 것을 숨기는 곳입니다. 하지만 탑을 떨치고 나온 이들은 황금 같은 존재로 변화합니다. 이런 변환에 대해 로버트 존슨은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에코의서재, p64)에서 분석심리학자이자 성공회 신부인 잭 샌포드의 강연 중 했던 말을 인용하며 강조합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의 자아를 사랑하시는 것보다 여러분의 그림자를 더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탑은 또 하루 이틀 쌓아온 나의 생각과 습관과 지성의 틀, 어떤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며 살아온 신념, 타인과의 조화보다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가치관, 헛되지만 헛된 줄 몰랐던 꿈 등을 가리킵니다. 탑은 그동안 추구해 온 욕망의 틀입니다. 성실히 쌓아 올린 그곳은 '나를 보호해주고 안전함을 주는 시공간'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곳이 나를 보호해주거나 안전함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은 아주 충격적입니다. '나를 보호하는 줄 알았던 그것이 사실은 감옥이었다니.' 이어서 '그때는 보호였지만 지금은 아니구나'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변화가 진행됩니다. 저항은 가능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변화입니다. 13번 죽음과 마찬가지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며 고통을 경감시키는 방법은 '자발성'입니다. 두 카드 다 변화를 가리키며 궁극적으로 해방감을 부릅니다.



마르세유의 탑은 땅에서 솟은 굴뚝처럼 보인다. 한 사람은 온몸이 다 나왔고 또 한 사람은 상체만 나온 상태로 둘 다 손이 땅에 닿아있고 손이 닿을 거리에 만나가 있다



탑이 무너짐으로써 '나'는 번지 점프하듯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12번 매달린 사람 카드에서처럼 물구나무하듯 거꾸로 있지만 16번 탑에서의 인물은 줄에 묶여 있지는 않습니다. 자유롭습니다. 마르세유의 16번 탑 카드에 등장하는 인물은 지상에 떨어져 내린 만나를 금방 주울 것처럼 손이 땅에 닿아 있습니다. 탑 카드는 손을 땅에 대듯 겸손을 요구합니다. 진정한 겸손은 '나를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이제 '나'는 겸손해지고 '더 큰 나'에게 자신을 맡깁니다. 과거의 낡은 사고방식이 새롭고 창의적 사고방식으로 바뀝니다.




미노스 왕은 왕비 파시파에와 포세이돈의 황소 사이에서 괴물이 태어나자 이를 수치스럽게 여겨 라비린토스에 감춰둔다



그리스 신화 타로의 탑 카드에는 포세이돈 Poseidon이 등장합니다. 그는 바다에서 솟구쳐 올라와 미노스 왕이 미노타우로스('미노스의 수치'라는 뜻)를 감춰두고 있던 라비린토스를 부숴버립니다. 전설에 의하면 포세이돈은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와도 결혼했다고도 하는데 이는 바다와 땅에 두루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미입니다.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이자 대지를 뒤흔드는 지진의 신이기도 합니다. 땅을 흔들 정도로 영향력을 미쳤고 제우스처럼 결혼도 많이 했습니다. 그가 낳은 자식들은 황금털의 숫양, 외눈박이 폴리페모스,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 미노타우로스를 없애는 페르세우스 등이 있습니다. 영웅들의 이야기는 포세이돈과 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포세이돈의 아들 트리톤.'무시무시한 신', '바다의 실레노스 혹은 사튀로스', '폭넓은 세력을 지닌 자'라고 부름.황금궁전에서 포세이돈과 함께 거주 (카를 케레리<그리스신화>에서)


 

옛날 옛날 그리스에 미노스라는 왕이 살았다. 미노스는 제우스의 아들로서 형제들과의 왕위 다툼에서 승리하기 위해 바다를 향해 기도를 했다. 그러자 경이롭고 멋진 황소 한 마리가 바다에서 달려왔다. 포세이돈 신이 보낸 것이다. 이 신성한 황소 덕분에 미노스는 크레타의 왕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황소를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자기 소유물로 한다. 그는 다른 황소를 포세이돈에게 바치고 신성한 황소는 자신의 울타리로 슬그머니 집어넣는다. 그러자 포세이돈은 이 일에 대해 아프로디테에게 요청하여 미노스를 처벌한다. 왕비 파시파에가 황소를 보고 절제할 수 없는 욕망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그리하여 왕비와 황소 사이에서 몸은 사람 머리는 황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난다. 미노스는 이를 부끄럽게 여겨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물인 라비린토스를 짓게 하고 그 가운데 미노타우로스를 숨겼고 괴물의 먹잇감으로 사람들을 그 안으로 들여보낸다. 한편 테세우스는 16살이 되었는데 포세이돈이 자신의 아버지일 수 있다는 걸 알고 모험을 떠난다. 그는 자발적으로 라비린토스로 들어가 괴물을 처치한다. 이때 포세이돈이 바다에서 솟구쳐 올라와 라비린토스를 쳐부순다. 그리하여 미노스의 권력에 노예처럼 묶여있던 이들이 모두 해방을 맞는다.



마더피스 타로의 탑은 일식을 배경으로 합니다. 달이 해를 가린 암담한 느낌입니다. 불길한 징조처럼 두렵지만 사람들은 여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신은 곧 무너질 탑 꼭대기에 앉아 있습니다. 하늘에서 번개가 허공을 가르고 여신의 머리를 때립니다. 여신의 머리가 폭발하듯 불꽃이 일어납니다. 여신은 지금 비전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들을 인도해 줄 비전입니다. 일식으로 검은 태양, 달에 가리어진 태양빛이 금반지처럼 빛납니다. 붉은 땅 위에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태양이 달에 가리어져 있지만 태양은 곧 비출 것이며 우리는 다시 삶의 여정을 계속합니다. 새로운 집을 향해 길을 갈 것입니다. (<Motherpeace Tarot Guidebook> by Karen Vogel 참고)



탑은 13번 죽음 카드에서 만났던 가시장미 공주(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공주는 탑 꼭대기에 올랐다가 저주에 걸려 백 년 동안 잠에 빠지지요. 또 탑의 이미지는 라푼젤 이야기도 떠올리게 합니다. 라푼젤은 양상추라는 뜻입니다. 탑에 갇힌 라푼젤은 긴긴 머리를 창밖으로 내려뜨리며 노래를 합니다. 빛나는 황금 머리카락은 자꾸자꾸 자라고 아름다운 노래를 날마다 부르지만 듣는 사람은 마녀 한 사람뿐입니다. 그러다 한 사람 더 듣게 되지요.


옛날에 아기 갖기를 소망하던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소망이 이루어져 아기를 가진다. 부인은 뒷 뜰에 있는 마녀의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라푼젤이 먹고 싶었다. 남편은 몰래 담을 넘어 마녀의 텃밭에서 라푼젤을 훔쳐온다. 아주 맛있게 먹은 부인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또 먹고 싶어 지고 결국 남편은 담을 또 넘는다. 하지만 마녀에게 딱 걸리고 만다. 마녀는 "라푼젤을 마음껏 먹어라. 대신 아이는 내가 가져갈 것"이라고 말한다.


때가 되자 마녀가 라푼젤을 데려가 탑에 가둔다. 마녀가 창밖 아래에서 부르면 라푼젤은 길게 자란 황금 머리카락을 밖으로 내려뜨리고 마녀는 그것을 타고 오른다. 소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했는데 어느 날 왕자가 듣게 되고 탑으로 오르려 입구를 찾다가 마녀가 소녀를 부르는 주문을 듣게 된다. 왕자는 마녀와 같은 주문을 사용하여 탑에 오르고 소녀를 만난다. 소녀는 처음 보는 남자라 당황하지만 부드럽고 자상한 그의 태도에 안심하고 사랑을 한다.


이 일을 알게 된 마녀는 라푼젤을 탑에서 쫓아낸다. 라푼젤은 황무지에서 이른다. 얼마 뒤 마녀는 왕자도 탑에서 떨어뜨린다. 왕자는 눈을 다쳐 앞을 못 보게 된다. 방황하던 왕자는 마침내 황무지에 이르게 되고 그곳에서 라푼젤을 다시 만난다. 라푼젤이 흘린 눈물이 왕자의 눈을 치유한다. 둘은 다시 사랑하게 되고 남녀 쌍둥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



라푼젤이 탑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어찌 보면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어서 공허한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곳에서 자아가 내면의 훈련을 하는 상황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라푼젤 이야기는 '자기중심적인 주제'를 보여주며 진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자아가 '탑에서 깊은 변화를 겪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깊은 변화와 함께 우리는 '나를 넘어서는 감동을 느끼거나 새로운 의식의 출현에 대한 충격'을 받지요. 라푼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세상을 향해 발언하는 것, 자신을 드러내는 과제와 관련 있습니다. '목소리가 들리고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옛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아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기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출현이며 보다 창조적이고 신성한 것, 앞으로 더 키우고 보살펴야 할 무엇입니다. 왕자는 앞을 못 보는 대신 자신의 내면을 바라봅니다. 라푼젤이 황무지에서 왕자의 눈을 치유하고 남녀 쌍둥이 아기를 낳는 것은 '더 위대한 존재로서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성공이나 상처, 전혀 도움되지 않는 해묵은 불행감을 떨쳐버리고 진실한 믿음으로 변화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인용 부분 <Inner Child Cards, A Fairy-Tale Tarot> Guidebook, by Isha Lerner and Mark Lerner 참고)



엘리자베스 공주는 용을 지혜롭게 물리치고 갇혀있던 왕자를 구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 모습을 보고 파혼하고 해방을 맞는다(마이클마첸코 그림 로버트문치 글 <종이봉지공주>)



[글쓰기 미션]

1. 16세 혹은 사춘기 무렵 당신은 어땠습니까?

2. 기존의 어떤 것이 갑작스럽게 붕괴하고 새로운 것으로 이행되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그 일에 대해 써보세요. 6하 원칙 '언제 어디서 왜 누가 무엇을 어떻게'를 순서 상관없이 가능한 자세하게 쓰세요.

3.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가요? 당신 자아를 소설 속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자세하게 써보세요.

4. 진짜로 원하는 삶을 현실의 삶에서 실현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배움이나 행위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5. 위의 것을 실행할 의지력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문장을 써보세요. 이 문장을 써서 잘 보이는 곳에 붙이세요.


급진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기대치와 요구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기름값을 내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환경을 위해 기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요구해야 한다. 교통운송 체계를 바꾸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슬라보이 지제크 2019년 1월 18일 자 한겨레 신문 칼럼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 중에서) (패러다임 paradigm : 한 시대의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인식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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