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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May 13. 2019

치유하거나 은혜를 받는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24화. 17번 별 The Star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별을 하나씩 갖고 있단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그 별이 우리를 비춰주지.” (헤닝 만켈 <불의 비밀> )



몇 분 간의 침묵을 깨면서 한 죄수가 옆 사람에게 말했다."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빅터 프랑크<죽음의 수용소에서>)




[글쓰기 미션] 다음의 단어들이 가장 필요했거나 그 과정을 거치던 때를 떠올려보세요.

희망
소망
치유
건강
활력
에로틱
리비도
감각이 회복
고요한 역동성
보석처럼 반짝이는
나를 자연스럽게 표현



은 인간과 닮았습니다.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도전하고 좌절과 성공, 상승하고 깊어지는 등 자기를 깨달으며 생을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흔적을 남기고 죽는 것처럼 별도 우주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수축과 팽창, 충돌하고 뜨거워지고 차가워지는 등 우주 안에서 자신의 안정성을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빛을 발하며 죽습니다. 인간이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별도 우주에서 자신의 조각들을 남깁니다. 조각들은 우주에 흩어지고 일부는 지구로 날아옵니다. 지구에 있는 원소들 모두는 별에서 온 것이라고 합니다. 별의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날아와 우리에게 영향을 줍니다. 별은 어두운 밤에만 빛나는 것이 아닙니다. 별은 항상 있어왔지만 우리의 육체적 눈은 주변 상황이 어두워져야만 볼 수 있고 그제야 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습니다. 우주의 경이로움에 한 발짝 다가갑니다. 타로의 메이저 17번 별 카드는 상황에 관계없이 늘 있어 온 내면의 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YOUTUBE, YTN science '사이언스 칼럼 별자리 이야기'에서.



웨이트 타로의 메이저 17번 별 카드에는 벌거벗은 여인이 세상에 물을 붓고 있습니다. 뒤편에는 새가 앉아 있는 나무가 있으며 하늘에는 별이 여덟 개 떠 있습니다. 여덟 개의 별들 중 가운데 하나는 아주 커다랗습니다. 여덟 개의 빛줄기를 뿜어내는 큰 별은 '길잡이별'처럼 밤새 빛을 발합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뱃사람이나 양 떼를 모는 목동에게 길을 잃지 않고 잘 갈 수 있게 해주는 별이지요. 이 별은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어느 때, 길 잃은 나그네와 같은 어느 때에 반짝이며 자신을 드러내 줍니다. 희망이나 소망 같은 것, '죽음의 수용소'와 같은 암담한 상황에서도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게 해 주는 힘입니다.


벌거벗은 여인이 한쪽 다리를 구부린 자세로 쏟아붓는 물줄기는 마치 성령의 물처럼 보입니다. 치유와 건강, 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여인의 구부린 다리 자세는 만자(卍자, Swastika 스와스티카) 형태입니다. '十'(십) 자와 달리 '卍'자는 고정적이지 않고 역동적입니다. 다시 재생하며 돌고 도는 순환의 힘, 생명의 힘을 상징합니다. 17(1+7) 번 별 카드는 8번 힘 카드와 의미를 공유합니다. 부드럽고 수용적인 힘, 고요하게 움직이며 재생하는 힘입니다. 5세기경 <고백록>을 쓴 아우구스티누스는 '17'이라는 숫자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유인 즉 10계명과 성령으로부터 받은 7가지 선물, 이 둘을 합한 숫자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17'에서 신의 은총과 율법, 정의와 자비가 서로 화해하는 모습을 발견했답니다.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 신화>(황금부엉이) p207. 부상 나무에 앉아있는 까마귀들



별 카드에는 나무에 앉아있는 새가 있습니다. 이 새는 태양처럼 떠오르는 '까마귀'이거나 불길 속에서 스스로를 다 한 뒤에 다시 살아나는 '불사조'이거나,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신'인 '토트'일 수도 있습니다. 토트는 따오기의 머리를 하고 있고요. 성경에서 노아의 홍수는 두 번째 달 17일에 시작해서 다섯 번째 달 17일에 끝났는데 대홍수가 끝났음을 알려준 새도 따오기였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신이 인류를 멸하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판도라와 상자를 보내는 방법, 또 하나는 대홍수를 통해서였습니다. 두 이야기 다 '프로메테우스-에피메테우스' 형제와 관련 있습니다. 형 프로메테우스의 이름은 '먼저 아는 자'라는 뜻이며 아우 에피메테우스는 '나중에 아는 자'라는 뜻입니다. 둘은 인간 정신의 상반된 능력을 보여줍니다. 그리스 신화 타로의 17번 별 카드에는 판도라 Pandora가 나옵니다.



티탄족의 신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눈물과 진흙으로 인간을 만든다. 그러자 지혜와 전쟁, 문명의 여신이기도 한 아테네가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지만 인간은 여전히 짐승과 다를 바 없었다. 불이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불을 훔쳐 온다. 이에 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산 절벽에 거꾸로 묶어놓고 독수리로부터 끝없이 간을 쪼이는 고통을 당하게 한다. 반면 인간에게 내리는 벌은 그런 식으로 직접적이지 않다.


어느 날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가 보낸 선물을 받는다. 형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선물을 받지 말라는 말을 이미 들었으나 그는 신의 선물을 거절할 수 없었다. 선물은 판도라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어떤 상자였다. 판도라는 마치 예술작품처럼 불의 신 헤파이토스가 만든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모든 신들이 판도라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그중에서 전령 신이며 언어와 소통, 상업과 도둑의 수호신인 헤르메스는 판도라에게 가슴에는 '불신'을 주고 입에는 '거짓말'을 준다. 제우스는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도 선물로 준다. 에피메테우스와 결혼한 판도라는 상자에 대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열고 말았는데, 그 속에서 온갖 질병과 노화와 악의와 정욕 등 부정적인 것들이 쏟아져 나와 땅을 오염시킨다. 판도라는 얼른 뚜껑을 닫아 마지막으로 하나 남아 있게 한다. 희망이다. (<그리스 신화 타로 해석 사전> 참고)




벵자맹 쇼 그림 타이-마르크 르탄 지음 <알몸으로 학교 간 날>(아름다운 사람들)의 한 장면


'희망'이라는 별은 아름답고 경이롭습니다. 다이아몬드처럼 순수하게 빛나며 황금처럼 귀하고 소중합니다. 우리는 앞서 12번 매달린 사람 카드에서 오딘이나 프로메테우스처럼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도 겪어보고, 13번 죽음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14번의 수호천사를 만나 연금술을 배웠으며 15번의 부끄럽지만 그림자와도 대면했습니다. 16번 탑 카드에서 가면의 페르소나를 벗어던진 '나'는 이제 알몸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나, 온전한 나의 모습, 나의 본성은 어떤 존재인지 어렴풋이 알듯합니다. 나 자신의 자연스러운 본성은 황금이나 보석과도 같습니다. 풍요로움으로 가득합니다. 두려움이나 위선 따위의 부정적인 것들은 스스로 남루한 옷을 입는 것과 같습니다. 내면의 가난을 다 벗어던질 때 진정 풍요롭고 행복한 별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림 메르헨에 '돈이 된 별'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황금 자체를 돈으로 사용했습니다.


옛날에 가난한 고아 소녀가 살았다. 어느 날 밤, 길을 가는데 옷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을 만난다. 소녀는 자신의 옷을 벗어준다. 또 길을 가는데 모자가 필요한 어떤 아이를 만난다. 소녀는 모자도 벗어준다. 소녀는 길을 가다가 만난 가난한 아이들에게 웃옷을 벗어주고, 다음에는 치마를 벗어주고 마지막에는 속옷까지 다 벗어준다. 깜깜한 밤에 알몸으로 서 있는데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 내리더니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이 되었다. 소녀는 돈이 된 별을 가져갔고 평생 넉넉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그림 메르헨> 참고)



마더피스 타로의 17번 별 카드에는 온천욕을 즐기는 여신이 나옵니다. 하얀 돌들이 동그랗게 원을 이룬 작지만 풍요로운 연못입니다. 따스한 느낌과 정이 느껴지는 자연 속입니다. 연푸른 나팔꽃과 분홍빛 연꽃이 피어있고 작은 초록 개구리 한 마리가 연못가에서 여신을 바라봅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가슴까지 연못에 담근 여신의 몸은 따스한 빛으로 감싸여 있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 여신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듯 독수리 한 마리가 창공을 날고, 오른쪽 하늘에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이 황금빛으로 빛납니다. 지금은 '치유하거나 은혜를 받는' 시간입니다.



[글쓰기 미션] 다음 문장을 이어서 쓰세요.

1. 막막했지만 희망이 있었어. 그래서 삶이 괜찮았지. 그 희망이란

2. 나는 극복했어.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지. 나는 그때

3. 내가 긴장하지 않고 나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 때가 언제냐 하면



1802년 어느 여름밤, 무장한 사람들이 콩라이 마을로 들어왔다. …… 마침내 그들은 도미니크와 카트린이 살고 있는 오두막집의 문을 열었다. 그들은 벌거벗은 채 서로 꼭 껴안고 잠들어 있었다. …… 그들은 서로 사랑을 했던 것이다. 깊은 정적만이 깃들어 있었다. 군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육체를 서로 나누는 법이 없이 눈이 매섭고 말씨가 공격적인 남자들과 여자들을 찾아내게 될 줄로 기대했던 것이다. 성직자들의 태연하기만 한 모습과 창백함에 군인들은 감동했다. (크리스토프 바타유 <ANNAM>(문학동네) p145~146)



2019년 5월 현재 코엑스 내 '별마당 도서관'. 정신의 영역이 글로 표현되어 만들어진 책은 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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