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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Mar 17. 2019

수호천사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21화. 14번 절제


(태양이 말했다)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 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 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파올로 코엘료 <연금술사> 문학동네)



[글쓰기 미션] 제시된 단어들의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부분과 전체의 조화
행복의 비밀
황금비율
연금술
평정심
공명(共鳴)
조화와 협력
나의 수호천사



돌아보면 누구에게나 '마더구스'나 '요정' 같은 '수호천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유타 바우어 글 그림 <할아버지의 천사> 비룡소)의 한 장면



타로의 대비밀 카드 14번 절제 Temperance서로 다른 에너지를 적절하게 잘 조화시키며 조합하는 고도의 기술인 연금술을 보여줍니다. 어느 한쪽을 부정하고 배척하거나 잘라내는 것이 아닙니다. 어떠한 에너지도 어느 정도씩 필요한 때입니다. 독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때입니다. 약을 조제하듯 인간관계에서도 바람직한 에너지를 적정량 사용합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집중력으로 친절하게 알맞은 비율로 무언가를 만듭니다. 창조적인 방법입니다. 황금처럼 소중하게 빚어냅니다.


황금을 만들어내는 비밀 기술을 연금술이라고 하는데요, 그 비밀 내용을 '에메랄드 타블릿(Emerald Tablet)'이라고 부릅니다. 전설에 따르면 천사 루시퍼의 이마에서 떨어져 내린 것이 이 에메랄드 타블릿이라고 합니다. 조금 들여다본 내용은 상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단일한 작업의 기적을 완수하기 위해 아래에 있는 것은 위에 있는 것과 같으며, 위에 있는 것은 아래에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하나’의 작업을 통한 ‘하나’에서 오는 것과 같이 모든 것들이 이 단일한 하나에 순응함으로써 탄생한다. 태양이 그의 아버지이시며, 달이 그의 어머니이시다. 바람이 그를 배고, 대지가 그를 젖 먹여 길렀다. 그것은 모든 세상에서 완성의 근원이다. 그것이 땅으로 변했을 때 그 힘은 무한하다. 땅에서 하늘로 오르고 하늘에서 땅으로 다시 내려오고,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의 힘을 하나로 모으라. 이렇게 하면 너는 모든 세상 안에서 영광을 획득할 것이며, 네 안에서 온갖 어둠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 너는 부드럽게 최고의 기술로, 불과 땅을, 압축된 것과 희박한 것을 분리하리라. 그것은 다른 어떤 힘보다 강하다. 날카로운 것들을 모두 초월하며, 강한 것들을 모두 꿰뚫을 수 있기에.”  (안드레아 아로마티코 <연금술 현자의 돌> 시공사)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의 힘을 하나로 모으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봅니다. '우월'과 '열등'과 같은 에너지의 충돌과 갈등을 이해하고 화해하라는 말일 것입니다. 타로 카드 속의 인물이 각기 다른 곳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과 두 개의 황금컵(혹은 컵과 물병)의 내용물을 섞어 하나로 만드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가 되는 과정이 연금술에서 말하는 '궁극의 물질', '현자의 돌’을 얻기 위한 과정이겠지요.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이 말한 ‘개성화 과정’과도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그 과정을 원형적 상징 이미지로 담아낸 것이 타로 메이저 아르카나 스물두 장입니다.


라이더 웨이트 타로의 14번 절제에는 흰옷 입은 천사가 등장합니다. 천사는 두 개의 황금컵을 들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 한쪽 컵에서 다른 쪽 컵으로 무엇인가를 따라붓습니다. 그 '무엇'이란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입니다. 포도주 원액에 물을 섞어 독주를 음료로 만들고,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어 보라색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전체를 보는 두뇌와 세부를 보는 두뇌'가 서로 협력하는 것과 같습니다. 천사는 우리의 전체와 부분, 사람들 사이의 관계 연결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황금컵입니다. 절제 카드의 '하나로 통합'하라는 메시지는 정의 카드의 '균형'이라는 메시지와 같으면서 다릅니다.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로 한다는 점에서 같은 균형이지만, 정의 카드에는 냉철하게 잘라내는 면이 있는 반면 절제 카드에는 조화롭게 서로 협력하는 면을 강조합니다.


천사의 가슴에는 정삼각형을 담은 정사각형이 있습니다. 삼각형은 상승하는 불의 이미지로 신성성을 상징한다고 보고요, 사각형은 땅과 물질의 이미지로 인간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봅니다. 이것 역시 통합의 상징으로, 이는 신의 이름으로 하는 것입니다. 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문처럼 말입니다. 천사의 목 아래에 신의 이름이 있습니다.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에서 보았던 신의 이름  י ה ך ה 가 숨은 그림처럼 표시되어 있습니다.




The Original Rider Waite Tarot Deck 14 Temperrance



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인간을 돕는 존재들이 천사이지요. 14번 절제 카드는 천사 카드라고도 부릅니다. 천사란 신의 뜻이 지상에서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신의 의지를 인격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5세기경에 집필된 <천사의 등급>이라는 책에 의하면 천사는 '세라핌 Seraphim, 케루빔 Cherubim, 좌품천사 Thrones  주품천사 Dominations, 역품천사 Virtues, 능품천사 Powers, 권품천사 Princedoms, 대천사Archangels, 천사들 Angels'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이들 '천사들은 신을 둘러싸며 경배하거나 별과 사원소(四元素)를 지배하거나, 지상의 왕국을 보호하는 등의 신성한 일을 수행'합니다. 세라핌과 케루빔은 ‘아홉 천사 중 두 번째 지위에 있는 천사로 종종 날개가 달린 어린아이 혹은 머리에 날개를 단 어린아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월간미술 <세계 미술 용어 사전>2007 p460~461 참고)


절제 카드에 있는 천사는 붉고 힘찬 날개를 하고 두 발은 부드럽지만 굳건히 지상을 디디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현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두 발은 물과 땅에 각각 디디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 또는 한 발은 물에 다른 발은 물고기와 접촉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팔과 다리의 자세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오른쪽은 죽 뻗은 직선의 자세라면 왼쪽은 구부린 곡선의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과 왼쪽, 의식과 무의식,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천사는 눈을 감고 있어요. 제3의 눈으로 보기 위해서입니다. 빛나는 이마제3의 눈이 있습니다. 태양 사인입니다. 상당히 의식적입니다. 우리 몸에서도 이마쪽에 있는 두뇌는 절제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있습니다. 천사의 뒤편, 산과 계곡을 넘어 길 끝에 떠오른 태양은 천사의 이마에 옮겨 와 있습니다. 태양은 자연 속에서도 빛나고 천사의 머리에서도 똑같은 빛줄기로 동시에 빛이 납니다. 땅에서도 상반된 이미지가 그려져 있습니다. 한쪽에는 풀 한 포기 없는 산과 계곡이 있는 반면 다른 쪽에는 아이리스(붓꽃 iris)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리스(Iris)무지개의 여신으로,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령신입니다. 무지개는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사다리 같은 것입니다. 북유럽 신화에서 '진동하는 다리'라는 뜻의 '비프로스트'는 신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연결하는 길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진동으로 연결되지요. 서로 함께, 공명(共鳴)하지요. 무지개는 또 창세기의 내용을 통해 용서와 약속, 신과 인간이 서로 화해하고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결과 조화'의 의미를 인격화한 것이 이리스 여신입니다. 이리스 여신은 종종 스틱스 강물을 떠오기도 했는데 이 물에 대고 맹세를 하면 신들도 어길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신들이 먹는 넥타르(음료)와 암브로시아(음식)를 담당하는 것도 이리스 여신이었습니다.



가마솥 안에서는 온갖 것들이 필요한 만큼의 비율로 섞여 황금 같은 음식을 만들어낸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대표적인 연금술입니다. 음식은 몸과 정신을 키우고 치유하기도 하고 영혼을 드높이며 많은 이들을 부드럽게 연결시킬 수 있는 마법의 양식입니다. 먹을 수 없었던 각종 재료들이 에 들어가 분해되고 끓여지면서 먹을 수 있는 양식이 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수 있게 글을 쓰는 것도 연금술입니다. 생각 속에만 머물러 있던 것이 읽을 수 있는 문자로 나오는 것이니까요. 연금술은 일종의 마법약을 만드는 비법입니다. 절묘한 비율로 조제해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약이 되기 때문이지요. 이 절묘한 비율이 황금비율(Φ)입니다. 과거 로마인들은 황금비율을 '오레아 섹티오 (aurea sectio)라고 부르고, 아돌프 차이징은 '골든 컷 (golden cut), 요하네스 케플러는 '신성한 분할', 유클리드는 '극단과 중간의 비',  마크 바는 '파이'라고 불렀습니다.



옛날 옛날에 세리드웬 Ceridwen 이라는 여신이 있었다. 여신은 커다란 가마솥에 항상 무언가를 만들었는데 자기만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지식으로 마법의 약을 만드는 것이다. 커다란 가마솥은 늘 이상하고 야릇한 향기를 내뿜으며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어느 날 여신은 심부름꾼인 귀온 Guion 을 불러 가마솥을 보게 했다.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 먹으면 큰일 나. 죽을 수도 있어!"


잘 지키라고 신신당부한 그 약은 여신이 자기 아들을 위해 만드는 지식의 약이었다. 귀온은 불이 꺼지지 않게 잘 돌보며 가마솥을 지켰다. 그런데 그만 솥 안에 있던 것이 튀어 귀온의 손가락에 닿았다. 귀온은 얼떨결에 손가락에 튄 약 세 방울 먹고 말았다. "앗! 큰일 났다!" 하는 순간, 귀온은 머리가 환해지며 마법의 지식을 깨우치게 되었다. 이를 눈치챈 여신이 귀온을 쫓아왔고, 귀온은 달아났다.


여신이 사냥개로 변신해 토끼로 변해 달아나는 귀온을 쫓았다. 그러자 귀온은 물에 뛰어들어 연어로 변신했다. 여신은 다시 수달로 변신해 연어로 변신한 귀온을 쫓았다. 그러자 귀온은 제비로 변신해 나뭇가지로 날아올랐다. 여신은 매로 변신해서 제비로 변한 귀온을 쫓았다. 쫓고 쫓기는 변신 놀이는 몇 달 동안 지속되었다. 급기야 귀온이 작은 보리알로 변신했다. 그러자 여신이 암탉으로 변신해 보리알로 변한 귀온을 콕 찍어 먹어버렸다. 아홉 달이 지나자, 여신은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여신의 뱃속에 있던 귀온은 ‘빛나는 이마’라는 뜻의 '탈리에신 Taliesin'으로 다시 태어난다. (김융희 <삶의 길목에서 만난 신화> 서해문집 참고)



[글쓰기 미션]

1. 당신의 수호천사를 소개해보세요. 살짝 상상을 해서 쓰세요. 상상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현실에 해당합니다.


2. 제시된 문장에 이어서 써보세요.

돌이켜보면 많은 위험이 있었다. 나는



3. 당신에게 꼭 필요한 기도문을 만들고 자주 소리 내어 읽으세요.

 


파이는 바다에서 표류 중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의 공존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한다. (영화 <파이 이야기>의 한 장면)



나를 진정시킨 것은 바로 리처드 파커였다. 이 이야기의 아이러니가 바로 그 대목이다. 무서워 죽을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 내게 평온함과 목적의식과 심지어 온전함까지 안겨주다니.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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